깨진 사발은 되지 말자 깨진 사발은 되지 말자 안개비 임현숙 내 도량이 얼마나 넓은지 자문해 보고 싶은 아침이다. 살아가면서 마음 다치는 일이 왜 없겠느냐만, 시퍼렇게 멍이 들기도 하고 붉은 피가 솟구치기도 한다. 숨어 우는 날도 있었지만 '남의 탓이 아니요 내 탓이다.'라고 나 자신을 주저 않혀본다. 마..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2.08.08
괜찮다 괜찮다 안개비 임현숙 영양크림 바닥을 긁다가 궁상을 털고 구입하러 나섰다 그 새 가격이 올라 좀 싼 걸 살까 망설이다 더 물러날 수 없어 지갑을 열고 말았다 생각해본다 아까 장 본 것 얼마, 화장품 값 얼마, 합이... 헤프던 날을 떠올리며 대견스러운 마음을 쓰다듬는다 괜찮다. 아직 ..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2.08.05
모양나게 살고싶다고요? 모양나게 살고 싶다고요? 안개비 임현숙 호화로운 집에 살며 비싼 차를 타고 명품을 들어야 모양 나는 세상이라서 멋지게 살고 싶어 아등바등하는 사람들, 그 대열에서 이탈자가 되어 바라보니 세상이 헛된 바람 가득 든 풍선 같다 뜨거운 바람 가득 차서 이제 터질 때를 기다린다 몇백만..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2.07.12
유년의 기억 하나/가난이 가난인지 모르던 시절 유년의 기억 하나 (가난이 가난인지 모르던 시절) 안개비 임현숙 뿌연 기억 속에 물지게를 짊어지고 가파른 길을 오르는 엄마의 뒷모습이 보인다. 내 나이 예닐곱이었을까 엄마랑 함께 물통을 잡고 바동거리며 쫓아가면 몇 발자국 못 가서 엄마의 허리가 철사처럼 휘어졌다. 힘겹게 다다..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2.06.14
동심(童心) 동심(童心) 안개비 임현숙 얼레리 꼴레리 "순희랑 영수랑 좋아한대요." 칠판에 대문짝만 하게 써놓고 키득거리던 코흘리개 친구들 빨개진 얼굴 가리려 책상에 얼굴 묻고 있을 때면 영수의 고함 귓전을 울리곤 했지 "그래, 이담에 순희랑 결혼할 거다." 얼굴도 가물가물한 그 친구와 손도 ..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2.05.18
춘몽 밴쿠버 Sky Train 춘몽 안개비 임현숙 스카이 트레인, 나는 그게 "공중을 나는 기차인가" 했다. 고가 위를 달리는 무인 전동차가 바로 스카이 트레인 인 것을 타 보고서야 알았다 오늘 세 번째로 그 기차를 타고 다운타운까지 여행을 했다. 자가용으로 가면 40분 걸리는 거리를 버스를 타고 갈..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2.04.01
봄은 이제 시작이야 봄은 이제 시작이야 안개비 임현숙 죽은 듯 잠자던 땅이 열리고 새 생명으로 부활하는 봄. 종다리 날고 뒷산이 연둣빛으로 물오를 때면 내 입맛도 살아나지. 겨우내 맛 들였던 김장 항아리를 우려내고 햇배추 겉절이에 침 넘어가던 날, 무말랭이 고춧잎 장아찌 한 종지에 뜨끈한 쌀밥 한 ..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2.03.20
작은 새의 행복 작은 새의 행복 안개비 임현숙 살그머니 다가와 어눌한 말투로 말을 건네는 여자아이는 선생님 드릴 커피를 타야 한다 말한다. 스물대여섯은 돼 보이는데 어린애처럼 말하는 그녀, 선생님 손을 끌고 와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고 인사를 하는 키 크고 훤칠한 청년, 이들은 지적 장애..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2.02.21
눈 흘길 그대가 앞에 없네요 눈 흘길 그대가 앞에 없네요 임현숙 헛헛한 마음 달래려 삼겹살을 구웠어요 지글지글 제 기름에 구워 얼굴만큼 큰 상추에 얹힌 고기 한 점 작은 입이 날름 보쌈해 왔어요 지난날 별 무리 진 저녁 마당에서 소주잔 기울이며 삼겹살 상추쌈 먹던 날이 생각나요 상추 한 잎에 사랑 한 ..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2.02.14
도심(都心)의 그림자 스탠리파크에서 본 다운타운 도심(都心)의 그림자 임현숙 하늘 아래 청정 도시 밴쿠버 이른 아침 도심으로 향하는 일개미들의 차들로 고속도로가 몸살중이다 명물인 증기 시계가 하얀 연기를 뿜고 세계적 명품을 파는 명품관, 유명 인사들이 묵어가는 '캐나다 플레이스', 관광기..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2.02.11
그리운 날의 편지(3) 사진:simon 그리운 날의 편지(3) -사랑하는 아들에게 안개비 임현숙 보고 싶은 준아, 오늘은 비가 내린다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고 체감 온도가 영하 30도라는 오타와에서 자전거 통학을 하는 널 생각하면 이 겨울이 어서 지나갔으면 싶다 어려운 공부 하느라 날 밤을 새우는 모습이 ..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2.02.09
A Beautiful Day~ Rocky Point Park 우리 동네 A Beautiful Day~ 밴쿠버 오늘 날씨는 봄입니다 햇살은 반짝반짝 바람은 살랑 두꺼운 옷을 벗어 손에 들고 걷는 사람 공사장 인부들의 망치 소리도 가볍습니다 길 따라 마냥 걷고 싶은 충동을 살짝 누르고 은행을 들렀다가 빵을 사고 들어왔어요 방안에 놀러 온 ..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2.02.04
꺼진 불도 다시 보자/강박증 꺼진 불도 다시 보자 안개비 임현숙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보리차를 끓이려 개스불에 주전자를 올려놓았지요 점심 약속이 있었어요 그때까지 시간이 여유가 있어 4살배기 막내를 데리고 은행에 갔어요 은행 볼일을 마치고 나니 약속 시각이 다되었어요 보리차 주전자는 까마득히 ..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2.02.02
꽃을 그리는 여자 꽃을 그리는 여자 참 이상하다 골똘히 무언가 생각할 때 펜을 잡고 있으면 동그라미도 꽃이 되고 세모도 꽃이 되고 죽죽 그은 선 끝에도 꽃이 피어난다 오늘도 글감을 구상하느라 펜을 들고 앉아 생각에 잠겼는데 어김없이 종이 구석구석 꽃을 그렸다 어릴 때 그린 풍경화 속에는 ..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2.01.13
甘呑苦吐: 감탄고토-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사진;떠나는길님 甘呑苦吐: 감탄고토-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안개비 임현숙 잘 산다는 것은 관계와 관계 속에서 조화롭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살면서 수많은 인연을 맺고 잘 지내다가도 돌아서는 경우가 허다하겠지요 어떤 사람은 자신의 필요에 의해 다른 사람을 가까..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2.01.11
보리차를 끓이며 보리차를 끓이며--단상 /안개비 임현숙 밋밋한 맹물 맛이 싫어서 보리차를 끓여 먹는다 생수기도 떡하니 식탁 옆에 버티고 있어도 바닥난 물통에 먼지만 앉고 있고 수도에 정수기가 붙어 있어도 외면하고 산다 보리를 넣고 팔팔 끓여 마시면 숭늉처럼 구수하니 좋아 하루 한 번 물..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2.01.10
'2011' 사랑을 감사드립니다 '2011' 사랑을 감사드립니다 크고 작은 소망을 싣고 돛을 올렸던 "2011호"가 일 년의 항해를 마치고 닻을 내리려 합니다 한 해 동안 블로그 이웃으로 삶의 애환을 나누며 때론 웃고 울며 위로하고 권면하며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비록 사이버상에서의 만남이지만 진심 어린 정으..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1.12.29
국경에서 국경에서 /안개비 임현숙 사람은 보이지 않는 선을 넘느라 허락을 받으려 줄을 서 있고 새들은 자유로이 국경을 오간다 맨 앞에 우두머리 새를 따라 브이 자를 그리는 새들 왜 브이 자로 나는 걸까 우두머리가 날개를 파닥거리며 공기를 밀어내 뒤따라오는 새들이 바람의 저항을 ..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1.12.27
엄마는 말썽꾸러기 엄마는 말썽꾸러기 /안개비 임현숙 실수에 관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하루입니다 아이들이 소지품을 잃어버리거나 물건을 깨뜨려 못 쓰게 되는 사소한 실수에도 잔소리꾼 엄마였지요 그런데 오늘은 제가 잔소리를 들었습니다 평소에 웬만해선 실수를 하지 않는데요 엄마는 ..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1.12.22
마음의 선물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생각나는 책이 바로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랍니다 가난하지만, 사랑하는 부부의 감동 어린 이야기... 선물은 값나가는 물건보다 마음이 배어 있는, 사랑이 묻어나는 그런 것이 두고두고 뭉클한 감동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닐까요 제게도 30년이 ..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1.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