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시 짓는 김 오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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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심장

잘 익은 심장 임현숙 사랑은잘 익은 사과 하나를살그머니 내미는 일이었다 햇살을 오래 품은 속살처럼붉게 뛰는 심장 하나껍질 아래 숨긴 설렘과말갛게 씻긴 망설임의 결그 속에 스민오랜 기다림까지 한입 베어 물었을 때퍼지는 건채 익지 못한 말들 그대를 향한 사랑은다 먹고 나서도혀끝에 남는은근한 단맛 같았다 지워질까봐오래 쥐고 있던사과 한 톨풋사과의 서늘한 그늘에남몰래 묻어 두었다. -림(20250722) https://www.youtube.com/watch?v=Z7dpaANDrIk

여름 안의 가을

여름 안의 가을 임현숙 태양이 벌떼를 풀어 이파리를 쏘아대는데비는 저멀리달팽이를 타고 구름 위를 노닌다 바람 한 줄기네 이름을 부르자너는 툭,이별을 흘렸다 여름 안에서가을의 얼굴을 본다 초록 이파리 틈 먼저 늙어버린 한 무더기 초상이 계절이, 모두에게 같은 온도는 아니었구나 활활 타는 여름 날누렇게 누운 무덤가매미의 울음,여름을 볶는데· · · · · · -림(20250805) https://www.youtube.com/watch?v=btt9Yzc5Ah4

기억의 묘비

기억의 묘비 임현숙 팔월의 잔디밭에 여름이 끓는다등에 쏟아지는 햇살의 무게를 지고 앉아푸름의 경계선에서잔디가 아닌 것들의 숨을 끊고 있다 들판에서 피었으면 들꽃이라 불렸을 이름이나잔디밭에선 무단 침입자인 토끼풀그 뿌리는 어둠 속 지도처럼 멀리 뻗고손끝에 달려 나오는 것은풀인지 어느 기억인지 분간되지 않는 것들이다 밑동이 햇빛을 보는 그 순간내 안의 묻어둔 숨이 미라처럼 일어선다꽃반지를 만들던 날이 손가락에 피어나며철없던 시절을 되짚어 보는생의 오후 삶은 종종 잔디가 아닌 것들이한뼘 한뼘 자라났고나도 누군가의 푸른 평온을 흔든 적 있었을 것이다내 삶 속에 살던 낯선 뿌리들모두가 버려야 할 것이었을까 토끼풀이 지워진 자리엔 푸름이 번져가겠지만 어쩌면 초록의 무덤이 될지도 모를 일나는 무성한 무명들을 뽑..

붉은 달

붉은 달 임현숙 어둠을 베고 선 붉은 망루 하나조용히 밤의 귓바퀴를 뜨겁게 달군다 길 잃은 기억들이 불빛에 모여들고잃어버린 약속 한 점핏빛으로 반짝인다 한때는 지극히 순한 양이었으나울타리 밖에 숨어 사는 양에게붉은 달이 신호를 보내온다 뚜뚜 뚜뚜뚝뚜무엇일까달려오는 저 붉음의 뜻은 아아굳게 닫아버린 마음문을 두드리는 갈보리의 찢긴 손 붉은 달은 하늘의 심장이었다 녹슨 마음의 빗장이 덜커덩거리며깊이 박힌 못 하나가 울기 시작했다. -림(20250717) https://www.youtube.com/watch?v=lGqlEt75HzY&t=6s

아픔의 크기

아픔의 크기 임현숙 밴쿠버에서는 아프지 말아야 한다는데일 년간 동거하던 고통과 이별하는 날오전에 입원해서 수술 후 오후면 집에 간다는 말이손가락에 사마귀 떼어내듯 별것 아닌 줄 알았다 수술대 위에 누워느낌 없는 잠에 빠져들었다가 깨어나니아련한 아픔이 쑥쑥 자라나고회복실에 누워있던 환우들 모두 돌아갔는데나 홀로 한밤중까지 간호사가 들락거렸다 오전에 입원 오후면 집에 간다는 말미리 맞는 신경 안정제란 걸왜 몰랐을까 담담히 걸어 들어갔다가줄 하나 달고 집으로 온 밤속은 게 억울해 끙끙 앓았다. -림(20240522) https://www.youtube.com/watch?v=kIZCu4F3M0Y

고혈압과 Vitamin D

https://www.healthumer.com/news/articleView.html?idxno=10433 [목요칼럼] (121)고혈압 환자가 고혈압 약과 비타민D를 함께 복용해야 하는 이유 - 헬스컨슈머[헬스컨슈머] 내일(매년 5월 17일)은 ‘세계 고혈압의 날’ 이다. 2006년 세계고혈압연맹(WHL: World Hypertension League)이 고혈압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고혈압으로 인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www.healthumer.com

이방인

이방인 임현숙이국땅에 짐을 푼 지 스무 해그러나 내 언어는 아직도 국경선에 머물러 있다 새로운 말은 파도처럼 밀려와 귓전에 부서지고부서진 조각들이 가슴을 후빈다냉정한 알파벳을 잡으려머릿속 번역기가 빙빙 돌아가고미끄러지는 단어들에내 입술은 얼어붙고 만다 아이의 입에서는 쑥쑥 자라 꽃이 피는데내 입술은 갓난아기인 이 땅의 언어하루가 저물면어눌했던 대화를 옹알이하다가 잠이 들고입술에 꽃숭어리 한들거리는 꿈을 꾼다 이 땅의 국민이 되어도 국어를 더듬는 나는반쪽 이방인터번 히잡 금발 머리 사이에서모국어에 젖어 사는 이방인 꿋꿋이 푸르러라. -림(20250705) https://youtu.be/STMYay4JAkQ

<여성자신> 인터뷰 기사/2025.07.11.

https://thewomanself.com/%ec%8b%9c%ec%9d%b8-%eb%82%98%eb%aa%a9-%ec%9e%84%ed%98%84%ec%88%99/ 시인 나목 임현숙 - The W 여성자신, 여성자신"시련도 축복이었음을 감사하며... 나의 시가 희망의 노래 되기를" thewomanself.com HomePeople시인 나목 임현숙 Po시인 나목 임현숙07/11/2025 “시련도 축복이었음을 감사하며… 나의 시가 희망의 노래 되기를” 밴쿠버의 잔잔한 비 내음을 뒤로하고 따사로운 햇볕을 만난 봄날, 한 편의 시집이 조용히 피어올랐다. 낯선 땅에서의 삶의 고비를 ‘시’에 기대어 숨쉬며 지나온 그녀는 지난 세월을 담아낸 첫 시집 ‘글을 써야 사는 여자’를 세상에 내놓았다. 시로 인해 생의 ..

기억을 동여매고

기억을 동여매고 임현숙 오래전부터땅콩이랑 아몬드와 터놓고 지내는데기억은 자꾸만 먼 데로 도망가고뱃살만 두둑해지네 참 이상도 하지오래된 기억은 어제처럼 또렷한데아까 들은 말은 토씨가 달라지며엉뚱한 방향으로 튀기도 하네 좋아하는 것을 듬뿍 주어도나 싫다고 달아난 녀석이야갈 테면 가라지만 이제는오늘의 기억만은 꼭 붙들어야 할 때밀실에 가둬놓고땅콩보다 힘센 녀석으로 보초를 세워야겠다. -림(20250705) https://www.youtube.com/watch?v=fduM425vuZQ

빨래 널기 좋은 날

빨래 널기 좋은 날 임현숙 햇살이찰랑한 강물도 훌쩍 다 마셔버릴 듯짱짱한 날 모처럼 마당에 빨래를 넌다 건조기 속에서 몸을 말리던 빨래가 햇살 침이 뼛속까지 박혀도지옥 불의 혀보다 간지럽고 살을 헤집는 바람도 뒤엉켜 도는 아궁이보다 상냥하다고 천국 만세라며 춤춘다 꼭꼭 숨어 살던 곰팡이먼지로 사라지고 축 늘어졌던 실오라기들이 탱탱하게 젊어진다 빨래 널기 참 좋은 날내 축축한 그림자도 빨랫줄에 누워높디높은 하늘에 응석을 부려본다. -림(20130426) https://youtu.be/91NP19FODQc

거베라(Gerbera)꽃

거베라(Gerbera) 거베라는 국화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 식물로, 주로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서 자라는 꽃입니다. 이 식물의 원산지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아시아 일부 지역, 그리고 남미로 알려져 있습니다. 거베라는 강렬하고 선명한 꽃잎의 색상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으며, 화훼 시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꽃 중 하나입니다.거베라의 일반적인 높이는 약 20~40cm 정도로 자라며, 화려한 꽃이 돋보이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식물은 따뜻하고 습한 환경을 좋아하며, 최적의 성장 온도는 약 20~25도입니다. 하지만 서늘한 기후에서도 적응력이 좋은 편이라, 한국의 사계절 기후에도 비교적 잘 어울립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실내 관상용 화분이나 화단에서 재배되는 경우가 많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꽃밭..

뜻밖의 위로

뜻밖의 위로 임 현 숙 햇살이 넉넉한 날 울적함을 호주머니에 구겨 넣고들꽃 반기는 오솔길을 걷는다 깊어진 하늘에 구름 돛배 하루를 쫓고풀잎 귀에 소곤거리는 바람 따라발걸음도 저절로 안단테 칸타빌레발밑의 먼지처럼 일어서던 시름이 가라앉는다 이름 모를 들꽃과 눈을 맞추면수줍어 벌렁거리는 새가슴이 순간만은 돌아갈 곳 없는 나그네여도 괜찮다 들길에 선 외로움을 찬찬히 어루만지는햇살과 바람과 들꽃거저 받는 선물이 몽땅 나만의 것이다 호주머니를 털어내고 돌아오는 길벌새 한 마리 부리를 세우고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림(20160614) https://www.youtube.com/watch?v=XQT8EcG9ms8

김한나 작가의 <글을 써야 사는 여자>에 대한 기고/[한나의 시간] 세상에 뿌려지는 詩 한 호흡 >

[한나의 시간] 세상에 뿌려지는 詩 한 호흡 > LIFE | 밴쿠버 중앙일보 [한나의 시간] 세상에 뿌려지는 詩 한 호흡 - 밴쿠버 중앙일보‘글은 나의 호흡’이라고 시인이 고백할 때 그의 얼굴에 빛이 스친다. 글이 당신의 ‘생명줄’ 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허리를 펴고 자세를 고쳐 앉는다. 시가 된 한 사람의 삶이 반joinsmediacanada.com

나의 유월은

나의 유월은 임현숙 여름의 문지방 유월어제보다 높아진 하늘에 어린 구름 몇 점 뛰어놀고손 까부르던 나무 이파리 어느새 어른이 되어산처럼 큰 그늘을 내어준다 활활 타오르는 장미 푸름을 부채질 하고이런저런 생각에서 깜짝 돌아오면파랗게 스며드는 고요 오늘의 유월은뜨거운 것들이 오기 전가슴 속 잉걸불을 숨 고르는 시간이다 내가 듣지 못한 유월의 총포 소리보지 못한 피난의 물결 속에서헤어졌던 남북의 아픔이일흔네 번의 유월이 지나도누군가의 가슴에 살아있는데나의 유월은 죄스럽게도 요람을 거닌다 다시는 포화 소리 들리지 않기를다시는 슬픔이 노략질하지 않기를 천천히 걸어가는 한 낮 햇살 위에 옷깃 여민 마음이 바로 눕는다. -림(20250601) https://www.youtube.com/watch?v=3oMVQ8..

미안하다는 말은

미안하다는 말은 임현숙 일곱 살 손녀잘 다녀오라는 말에 입술만 삐죽 내밀고 집을 나서고손녀 뒤통수에 손 흔드는 할머니 그림자가 갸우뚱하다 방과 후 데리러 간 할머니를 반기는 손녀 아침에, 할머니 속상했어왜에~네가 할머니한테 인사도 안 하고 화내고 가서미안해~~ 하루의 서운한 그림자가 파랗게 물든다 늦게 도착할지라도미안해, 라는 말은꼬인 신경을 풀어내는 묘약무진장 용기 있고 따스한 말나를 내려 너를 살리는 일 천국에 이르는 가장 아름다운 언어이다. -림(20250507) https://www.youtube.com/watch?v=ThKPDVU0d_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