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이 아침에 임 현 숙 말하지 않아도 내 모든 걸 아시는 임이여 이 아침 향기로운 커피가 목에 걸리는 이유 이미 아실 테지요 견뎌낼 만큼만 시련을 주십시오 나는 사기그릇처럼 유약합니다 벌써 이 빠지고 금이 가 담긴 은혜 줄줄 새어나가고 불평의 거미가 날 먹으려 그물을 놓았나이다 .. 나목의 글밭/기도·하늘 바라기 2018.01.12
섣달그믐 밤에 섣달그믐 밤에 나목 임현숙 섣달그믐 돌아온 탕아처럼 예배실로 들어갔다 복음송도 새롭고 찬송가 가락도 변하고 따라 부르는 음성엔 뜨거움이 없었다 다시 돌아오기에 너무 멀어진 생명 시냇가 얼어붙은 심장이 가벼운 입술로 송구영신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밤눈이 하얗게 길을 덮고 .. 나목의 글밭/기도·하늘 바라기 2016.01.08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나목 임현숙 참 빛으로 오신 당신을 경배합니다 저마다 노래하는 메리 크리스마스, 성탄의 은총이 부요의 옷을 걸친 자리에나 거리를 유리하는 자들에게나 흥건히 넘쳐납니다 빨강 초록의 현란한 불빛 사이에 나도 하양 촛불로 나란히 반짝이고 싶습니다 저만치 외진 .. 나목의 글밭/기도·하늘 바라기 2015.12.24
슬픔 속에서도 슬픔 속에서도 임현숙 부활의 아침을 맞으며 참 기쁨을 누리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생명을 주신 이가 당신이기에 불시에 목숨을 가져가신 들 원망해선 안 되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당신의 자녀들에게 왜 잔혹한 아픔을 겪게 하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소.. 나목의 글밭/기도·하늘 바라기 2014.04.21
12월의 기도 12월의 기도 임 현 숙 손끝에 가시가 돋고 발목이 가늘어지도록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가슴에 멍울 진 열하나의 옹이에 이제 마지막 옹이 박히고 있습니다 새봄이 오면 옹이마다 새싹 움트고 우윳빛 가시꽃 피고 앙상한 발목엔 물이 오를까요 잎 푸르던 여름을 기억합니다 큰 그늘 드리우.. 나목의 글밭/기도·하늘 바라기 2013.12.06
회복 회복 임현숙 나의 주여 자존의 담이 허물어지고 슬픈 분노의 해일이 몰아칩니다 핏빛 페허 속에서 숨조차 쉴 수 없이 사경을 헤매는 내 영혼을 딱히 여기사 슬픔의 허물을 벗겨 주시고 햇살의 미소를 입혀 주소서. 2013.09.19 림 나목의 글밭/기도·하늘 바라기 2013.09.20
기우제(祈雨祭) 기우제(祈雨祭) 임현숙 부모는 미네랄 풍부한 우물 자식은 샘 곁에서 푸르게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 맺겠지 늘 찰랑할 줄 알았는데 세상이 가물어 우물은 바닥이 드러나고 시들어 가는 나무들이 안쓰러워 날마다 눈물로 채워 보지만 눈물조차 메마른 날 바스러져 통곡하니 하늘이여 단비.. 나목의 글밭/기도·하늘 바라기 2013.05.08
살아야 할 이유 있습니다 살아야 할 이유 있습니다 임현숙 사는 게 그리 좋으냐고 못된 자아가 비아냥거립니다 자존심도 헐값에 넘기고 발등에 붙은 불 끄지 못해 비명 삼키며 동동거려도 이 세상이 그리 좋으냐고 깊은 웅덩이에서 기를 쓰고 오르려 해도 발 디딜 곳 없어 빛을 볼 날 까마득한데 삶의 끈을 놓지 .. 나목의 글밭/기도·하늘 바라기 2013.04.18
어느 아침의 기도 어느 아침의 기도 나목 임 현 숙 말하지 않아도 내 모든 걸 아시는 임이여 이 아침 향기로운 커피가 목에 걸리는 이유 이미 아실 테지요 견뎌낼 만큼만 시련을 주십시오 나는 사기그릇처럼 유약합니다 벌써 이 빠지고 금이 가 담긴 은혜 줄줄 새어나가고 불평의 거미가 날 먹으려 그물을 .. 나목의 글밭/기도·하늘 바라기 2013.03.15
딱 그만큼만 채우시니 딱 그만큼만 채우시니 임현숙 딱 일용한 양식만 내리시며 네 은혜가 지금으로 족하다고 쓰다듬는 당신의 손길이 오늘처럼 부드러울 수 없습니다 감질나게 내리는 봄비처럼 내 삶의 빈 잔을 채워도 홍수 날까 염려하는 당신의 깊은 뜻을 헤아립니다 이제 내일 일은 염려하지 않습니다 일.. 나목의 글밭/기도·하늘 바라기 2013.03.07
누군가, 내 마음 엿듣는 이는 누군가, 내 마음 엿듣는 이는 임현숙 왱왱 돌아가는 히터 소리 어지러워 더 크게 음악을 듣는다 바이올린 활이 내 마음 행간 누비며 잠든 기억들 깨울 때 속눈썹 하얀 저 이는 누구인가 얼마나 오랫동안 저곳에 있었길래… 아메바 세포로 양수에 부유하던 시초부터 청포도 같던 내 유년 .. 나목의 글밭/기도·하늘 바라기 2013.03.01
어둡고 소외된 곳에 은총을 내리소서 어둡고 소외된 곳에 은총을 내리소서 안개비 임현숙 하늘 보좌 버리고 영혼 구원하시려 낮은 곳에 참 빛으로 오신 당신을 경배합니다 내 영혼이 죄의 올무에서 벗어남을 기뻐하게 하시고 어둡고 소외된 곳에 은총을 내리시어 현실의 벽 앞에 무릎 꿇지 않게 하소서 집이 없어 거리를 방.. 나목의 글밭/기도·하늘 바라기 2012.12.24
당신을 향해 걷고 있습니다. 당신을 향해 걷고 있습니다 임현숙 어제도 당신에게 가고 있었습니다 하늘의 별이 땅에 내려와 불야성인 야경을 바라보며 젖은 가슴 꺼억꺼억 참회의 길을 걸었습니다 짙은 안개 숲을 헤쳐 나와 당신의 음성을 따라 걸었습니다 오늘도 당신을 향해 한 발자국 디뎌봅니다 그림자가 세상.. 나목의 글밭/기도·하늘 바라기 2012.12.22
갈망 갈망 안개비 임현숙 순항하던 배가 좌초해 깊이를 모르는 바다에서 허우적거립니다 파고가 높을 때면 가랑잎처럼 흔들리며 풍랑이 데려가는 데로 흘러갑니다 여력을 다해 발버둥치지만 뭍은 보이질 않고 숨이 멎을 것 같습니다 삶의 선장이여 상어 밥이 되기 전에 구명줄을 내려주십시.. 나목의 글밭/기도·하늘 바라기 2012.12.07
내 이름을 부르신 주님 내 이름을 부르신 주님 임현숙 할렐루야 산은 높음을 바다는 깊음을 하늘은 넓음을 자랑하지만 그 모든 것을 말씀으로 창조하신 분은 여호와이시니 나무들아 여호와의 말씀을 새기어라 자유로운 바람아 여호와의 사랑을 전하여라 빛나는 해야 여호와의 업적을 빛내어라 아름다운 꽃들.. 나목의 글밭/기도·하늘 바라기 2012.05.01
부활의 새벽을 맞으며 부활의 새벽을 맞으며 임현숙 기억합니다. 해골 골짜기 언덕길 거칠고 무거운 십자가 등에 지고 채찍 맞으며 우리 죄 지신 하나님의 아들을. 군중은 조롱과 멸시로 그를 십자가에 못 박았습니다. '아버지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사람의 아들은 절규했으나 '그러나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 나목의 글밭/기도·하늘 바라기 2012.04.08
내 영혼의 닻 내 영혼의 닻 안개비 임현숙 마음의 아우성 다독이느라 영혼 고갈 됨을 모르고 목마른 비상벨 울려도 귀먹은 척 외면했습니다 마음이 허공 헤매고 밤길 휘청이며 빈 잔 채울 때 영혼은 허기져 신음해도 모른 척 했습니다 채워도 채워도 헛헛한 마음은 빈곤한 영혼 탓인 걸 알지 못했습니.. 나목의 글밭/기도·하늘 바라기 2012.04.06
꽃샘바람 불어도 꽃샘바람 불어도 임현숙 환풍기 날개 홰치는 소리 사방을 둘러봐도 열린 틈은 없는데 전등이 흔들리고 등줄기 오싹한 휘파람소리 빌딩 골을 돌아드는 바람의 포효 몸부림치는 나무 팔을 자르고 이제 막 눈 뜨는 꽃 파랗게 질린 입술 후들거리는 대공 그러나 흔들림 없는 내 안의 평화 사.. 나목의 글밭/기도·하늘 바라기 2012.02.13
나 할 본분은 나 할 본분은 임현숙 주님 가신 그 길은 가시밭 벼랑 길 우리를 사랑하사 속죄의 십자가를 지고 가신 길 골고다에 흘리신 보혈 샤론의 붉은 장미꽃 그 향기 오늘까지 온 누리에 그윽하도다 무엇으로 그 은혜 보답할까 세상의 금은보화 다 주의 소유니 오직 주님의 뜻을 따라 주님의 나라 .. 나목의 글밭/기도·하늘 바라기 2012.02.10
그대 들리는가 그대 들리는가 임현숙 봄이 깨어났다. 겨울비에 지친 사철나무 아침 햇살에 옹알이하면 해바라기 하던 텃새들 덩더꿍 꽃이 핀다고 맞장구치는 소리 나목 가지 뿌드득 움트는 소리 막 깨어난 땅의 살갗 터지는 소리 물빛 하늘에 봄비 흐르는 소리 귀를 닫아도 들리는 봄의 메아리에 뒷산.. 나목의 글밭/기도·하늘 바라기 2012.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