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75

김선우의 「티끌이 티끌에게」 감상 / 문태준

김선우의 「티끌이 티끌에게」 감상 / 문태준티끌이 티끌에게-작아지기로 작정한 인간을 위하여   김선우 (1970~)내가 티끌 한 점인 걸 알게 되면유랑의 리듬이 생깁니다나 하나로 꽉 찼던 방에 은하가 흐르고아주 많은 다른 것들이 보이게 되죠드넓은 우주에 한 점 티끌인 당신과 내가춤추며 떠돌다 서로를 알아챈 여기,이토록 근사한 사건을 축복합니다때로 우리라 불러도 좋은 티끌들이서로를 발견하며 첫눈처럼 반짝일 때이번 생이라 불리는 정류장이 화사해집니다가끔씩 공중 파도를 일으키는 티끌의 스텝,찰나의 숨결을 불어넣는 다정한 접촉,영원을 떠올려도 욕되지 않는 역사는티끌임을 아는 티끌들의 유랑뿐입니다....................................................................

내 안에 우는 돌이 있다/문정희

내 안에 우는 돌이 있다 문정희  내 안에 우는 돌이 있다절벽에서 절벽으로 뛰어다니는소나기가 있다 휴대전화를 꺼내어 찍고 싶은데눈 뜨면 안 보이는울부짖음이다 점토의 빛깔로 다가오는 저녁내 안에 우는 돌에다 물을 준다돌의 키는 자라무엇이 될 수 있을까허공에서 허공으로 뛰어다니는새가 될 수 있을까 내 안에 우는 돌이 있다 휴대전화를 꺼내어 찍고 싶은데싱싱한 비명은 찍을 수 없다         — 시집 『그 끝은 몰라도 돼』 2025.1

문정희 시인의 창작 세계와 작품 모음

문정희 시인 약력 1947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성장 했다 1969년 『월간문학』신인상으로 등단 했으며, 시집 『문정희 시집』,『새떼』,『혼자 무너지는 종소리』 『찔레』,『하늘보다 먼곳에 매인 그네』,『별이 뜨면 슬픔도 향기롭다』, 『남자를 위하여』,『오라, 거짓 사랑아』,『양귀비꽃 머리에 꽂고』, 『나는 문이다』등이 있다. 미국 뉴욕에서 영역 시집『Wind flower』, 『Woman on the terrace』가 출판되었고 그 외에도 독일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알바니아어 등으로 번역 소개 되었다. 현대문학상, 소월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동국대 석좌교수, 고려대 문창과 교수를 역임했다. 출생국적직업학력경력활동기간장르수상 1947년 5월 25일(76세) 대한민국 전라남도 보성..

문숙의 시모음

문 숙 - 1961년 경상남도 하동 출생. -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 - 2000년 《자유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 시집으로 『단추』(2006), 『기울어짐에 대하여』(2012), 『불이론』(2021) 등이 있음. - 현대불교문학상(2022) 수상. 항아리 된장을 담아두던 항아리에 모래를 깔고 물을 부어 스킨딥시스를 심었다 제 몸에 꽃을 담고도 여전히 된장 냄새를 피운다 자주 물을 갈아도 노랗게 꽃잎이 타들어간다 단지를 들어내자 항아리 밑이 된장물로 흥건하다 짜디짠 눈물이 고였다. 숨구멍으로 제 몸에 담았던 한 흔적을 조금씩 몸 밖으로 버리고 있었던 항아리 한 사람의 기억을 버리려 숨 죽여 울던 저 여자 어머니 부엌 천정에 매달린 형광등 스위치를 당겨도 쉽게 스파크가 일지 않는다 빛이 다 빠져나..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 고정희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 고정희 무덤에 잠드신 어머니는 선산 뒤에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 말씀보다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 석양 무렵 동산에 올라가 적송밭 그 여백 아래 앉아 있으면 서울에서 묻혀온 온갖 잔소리들이 방생의 시냇물 따라 들 가운데로 흘러흘러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