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우는 돌이 있다/문정희 내 안에 우는 돌이 있다 문정희 내 안에 우는 돌이 있다절벽에서 절벽으로 뛰어다니는소나기가 있다 휴대전화를 꺼내어 찍고 싶은데눈 뜨면 안 보이는울부짖음이다 점토의 빛깔로 다가오는 저녁내 안에 우는 돌에다 물을 준다돌의 키는 자라무엇이 될 수 있을까허공에서 허공으로 뛰어다니는새가 될 수 있을까 내 안에 우는 돌이 있다 휴대전화를 꺼내어 찍고 싶은데싱싱한 비명은 찍을 수 없다 — 시집 『그 끝은 몰라도 돼』 2025.1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25.01.18
문정희 시인의 창작 세계와 작품 모음 문정희 시인 약력 1947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성장 했다 1969년 『월간문학』신인상으로 등단 했으며, 시집 『문정희 시집』,『새떼』,『혼자 무너지는 종소리』 『찔레』,『하늘보다 먼곳에 매인 그네』,『별이 뜨면 슬픔도 향기롭다』, 『남자를 위하여』,『오라, 거짓 사랑아』,『양귀비꽃 머리에 꽂고』, 『나는 문이다』등이 있다. 미국 뉴욕에서 영역 시집『Wind flower』, 『Woman on the terrace』가 출판되었고 그 외에도 독일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알바니아어 등으로 번역 소개 되었다. 현대문학상, 소월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동국대 석좌교수, 고려대 문창과 교수를 역임했다. 출생국적직업학력경력활동기간장르수상 1947년 5월 25일(76세) 대한민국 전라남도 보성..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23.11.02
문숙의 시모음 문 숙 - 1961년 경상남도 하동 출생. -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 - 2000년 《자유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 시집으로 『단추』(2006), 『기울어짐에 대하여』(2012), 『불이론』(2021) 등이 있음. - 현대불교문학상(2022) 수상. 항아리 된장을 담아두던 항아리에 모래를 깔고 물을 부어 스킨딥시스를 심었다 제 몸에 꽃을 담고도 여전히 된장 냄새를 피운다 자주 물을 갈아도 노랗게 꽃잎이 타들어간다 단지를 들어내자 항아리 밑이 된장물로 흥건하다 짜디짠 눈물이 고였다. 숨구멍으로 제 몸에 담았던 한 흔적을 조금씩 몸 밖으로 버리고 있었던 항아리 한 사람의 기억을 버리려 숨 죽여 울던 저 여자 어머니 부엌 천정에 매달린 형광등 스위치를 당겨도 쉽게 스파크가 일지 않는다 빛이 다 빠져나..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23.09.22
가을 노트 / 문정희 가을 노트 - 문정희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몸을 떨었다 못다한 말 못다한 노래 까아만 씨앗으로 가슴에 담고 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 머잖아 한잎 두잎 아픔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 벼 베고 난 빈 들녘 고즈넉한 볏단처럼 놓이리라 사랑한다는 것은..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9.09.25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 고정희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 고정희 무덤에 잠드신 어머니는 선산 뒤에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 말씀보다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 석양 무렵 동산에 올라가 적송밭 그 여백 아래 앉아 있으면 서울에서 묻혀온 온갖 잔소리들이 방생의 시냇물 따라 들 가운데로 흘러흘러 바다..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9.06.26
단추를 채우면서 / 천양희 단추를 채우면서 / 천양희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단추, 첫연애 첫결혼 첫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9.06.13
유월의 언덕/노천명 유월의 언덕/노천명 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하늘은 사뭇 곱기만 한데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고 안으로 안으로만 들다 이 인파 속에서 고독이 곧 얼음 모양 꼿꼿이 얼어 들어옴은 어쩐 까닭이뇨 보리밭엔 양귀비꽃이 으스러지게 고운데 이른 아침부터 밤이 이슥토록 이야기해 볼 사람..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9.05.30
사랑 / 김남조 사랑 / 김남조 오래 잊히음과도 같은 병이었습니다 저녁 갈매기 바닷물 휘어적신 날개처럼 피로한 날들이 비늘처럼 돋아나는 북녘 창가에 내 알지 못할 이름의 아픔이던 것을 하루 아침 하늘 떠받고 날아가는 한 쌍의 떼 기러기를 보았을 때 어쩌면 그렇게도 한없는 눈물이 흐르고 화살..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9.04.23
강가에서 / 고정희 강가에서 / 고정희 할 말이 차츰 없어지고 다시는 편지도 쓸 수 없는 날이 왔습니다 유유히 내 생을 가로질러 흐르는 유년의 푸른 풀밭 강둑에 나와 물이 흐르는 쪽으로 오매불망 그대에게 주고 싶은 마음 한쪽 뚝 떼어 가거라,가거라 실어보내니 그 위에 홀연히 햇빛 부서지는 모습 그 위..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9.04.08
초겨울 저녁 / 문정희 초겨울 저녁 / 문정희 나는 이제 늙은 나무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다 버리고 정갈해진 노인같이 부드럽고 편안한 그늘을 드리우고 앉아 바람이 불어도 좀체 흔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무성한 꽃들과 이파리들에 휩쓸려 한 계절 온통 머리 풀고 울었던 옛날의 일들 까마득한 추억으로 ..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7.11.25
나이 / 문정희 나이 / 문정희 몇 굽이 암벽을 오르니 드디어 설원 나무 한 그루 온몸 비틀며 앙상한 생명을 증거하고 있다 하늘과 대결하고 있지만 입술로 사랑할 일도 많지 않으니 회오리도 햇살도 부드럽기만 하다 이제 나에게 나이란 없다 없기로 했다 오직 홀로의 등정이 있을 뿐 스승도 더 이상 필..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7.07.20
그때는 설레었지요 / 황인숙 그때는 설레었지요 / 황인숙 그때는 밤이 되면 설레어 가만히 집 안에 있을 수 없었지요 어둠이 겹주름 속에 감추었다 꺼내고 감추었다 꺼냈지요, 만물을 바람이 어둠 속을 달리면 나는 삶을 파랗게 느낄 수 있었어요 움직였지요 삶이 움직였지요 빌딩도 가로수도 살금살금 움직였지요 적..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7.03.09
꿈/ 문정희 꿈/ 문정희 내 친구 연이는 꿈 많던 계집애 그녀는 시집갈 때 이불보따리 속에 김찬삼의 세계여행기 한 질 넣고 갔었다. 남편은 실업자 문학 청년 그래서 쌀독은 늘 허공으로 가득했다. 밤에만 나가는 재주 좋은 시동생이 가끔 쌀을 들고 와 먹고 지냈다. 연이는 밤마다 세계일주 떠났다. ..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6.10.12
거위 - 문정희 거위 - 문정희 나는 더이상 기대할 게 없는 배우인 것 같다 분장만 능하고 연기는 그대로인 채 수렁으로 천천히 가라앉고 있다 오늘 텔레비전에 나온 나를 보고 왝 왝 거위처럼 울 뻔했다 내 몸 곳곳에 억압처럼 꿰맨 자국 뱀 같은 욕망과 흉터가 무의식의 주름 사이로 싸구려 화장품처럼 ..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6.04.27
그대 생각 - 고정희 그대 생각 - 고정희 그대 따뜻함에 다가갔다가 그 따뜻함 무연히 마주할 뿐 차마 끌어안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대 쓸쓸함에 다가갔다가 그 쓸쓸함 무연히 마주할 뿐 차마 끌어안지 못하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어떤 것인지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내가 돌아오는 발걸음을 멈췄을 때..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5.12.12
먼길 / 문정희 먼길 / 문정희 나의 신 속에 신이 있다 이 먼 길을 내가 걸어오다니 어디에도 아는 길은 없었다 그냥 신을 신고 걸어왔을 뿐 처음 걷기를 배운 날부터 지상과 나 사이에는 신이 있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뒤뚱거리며 여기까지 왔을 뿐 새들은 얼마나 가벼운 신을 신었을까 바람이나 강물은..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5.12.07
그날 아침(외 1편)-나희덕 그날 아침(외 1편) 나희덕 너는 잔에 남은 붉은 포도주를 도로에 다 쏟아버렸다 몇 방울의 피가 가로수에 섞이고 유리조각들이 아침 햇살에 다시 부서졌다 빛의 쐐기들이 눈에 박혔다 핏자국마다 이슬이 섞여 잠시 네가 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오래전 너와 함께 듣던 종소리가 들리는 것..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5.12.05
기억의 자리 - 나희덕 기억의 자리 - 나희덕 어렵게 멀어져간 것들이 다시 돌아올까봐 나는 등을 돌리고 걷는다 추억의 속도보다는 빨리 걸어야 한다 이제 보여줄 수 있는 건 뒷모습뿐, 눈부신 것도 등에 쏟아지는 햇살뿐일 것이니 도망치는 동안에만 아름다울 수 있는 길의 어귀마다 여름 꽃들이 피어난다 키..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5.11.21
머플러 머플러-문정희 내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길에 나서면 사람들은 멋있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녀의 상처를 덮는 날개입니다 쓰라린 불구를 가리는 붕대입니다 물푸레나무처럼 늘 당당한 그녀에게도 간혹 아랍 여자의 차도르 같은 보호벽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요 처음엔 보호이지만 결..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5.11.20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고정희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고정희 무덤에 잠드신 어머니는선산 뒤에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말씀보다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석양 무렵 동산에 올라가덕송밭 그 여백 아래 앉아 있으면남도 천리길에 깔린세상의 온갖 잔소리들이방생의 시냇물 따라들 가운데로 흘러흘러 바다로 들어가고바다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 것들 뒤에서팽팽한 바람이 멧새의 발톱을 툭,치며다시 더 큰 여백을 일으켜인생의 뒤안길로 사라진다오 모든 사라지는 것들 뒤에 남아 있는둥근 여백이여 길이여모든 부재 뒤에 살아있는 존재여쓸쓸함이랑 여백이구나, 큰 여백이구나헤어짐이랑 여백이구나, 큰 여백이구나그리하여 여백이란 탄생이구나나도 너로부터 사라지는 날내 마음의 잡초 다 스러진 뒤네 사립에 걸린 노을 같은,아니면네 발 아래로 흘러가는 시냇물 ..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5.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