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시 짓는 김 오르고

나목의 글밭 680

오월이 오면

오월이 오면 임현숙 어머니를 기리는 오월이면하늘에 어머니가 바람으로 다녀가십니다꽃을 피우는 따스한 손길로내 이마를 쓰다듬으며수고했다 장하다 다독이십니다훅 코끝에 감겨오는 살냄새를 끌어안고 얼굴을 비벼댑니다어머니는 봄처럼 푸른 꿈을 낳으시고산처럼 든든해라 강처럼 푸르러라세상에 이로운 이름으로 기르셨습니다가슴에 카네이션 달아드리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꽃 대신 어머니를 꼬옥 끌어안아 드릴 텐데'있을 때 잘해'라는 말이 귀청을 때립니다어머니'있을 때'의 뜻 외면하고 살아가신 후에야 청개구리처럼 웁니다언제나 겨울에 살던 어머니요람 같은 오월의 바람을 당신께 돌려드리니그곳에서 마냥 봄날을 누리시다가 다시 올 오월엔 새빨간 장미로 피어나세요. -림(20250506) https://www.youtube.co..

사월에 머물다

사월에 머물다 임 현 숙 말랑말랑한 초록이 출렁이는사월은첫사랑에 설레는 소녀 봄을 그린다면 푸른 풀과 나무를 그리고 싶다 비단 바람 여린 풀밭을 어슬렁거리고 이파리에 배부르게 내리는 햇살 실개천엔 송사리 떼 뻐금거리는 사월 이맘때 첫사랑 첫 마음 머무는그 풍경 속에 뭉게구름 되어 오래도록 머물고 싶다. -림(20130415) https://youtu.be/2kbVltVfDzg

사월 연가

사월 연가 임현숙   연두 물 몽글거리는 사월은 마른 가지 살 오르며 봄날이 무르익어요. 어제만 해도 아장거리더니 뛰어다니네요. 민들레 꽃대궁 쑥 올라오듯 척박한 마음밭에도 씨앗 하나 터져 나와 해묵은 이름의 안부를 묻고 있어요. 안녕, 잘 지내나요. 풀꽃으로 스쳤다가 꽃나무가 된 우리, 봄날이 오고 또 와도 속절없이 꽃 피고 지겠지요. 꽃바람 말괄량이처럼 팔랑거리면 그냥 당신은 거기에서 나는 여기에서 벚꽃처럼 후르르 피었다가 꽃비에 그리움 홀짝이기로 해요. 꽃물결 아지랑이 지는 거리에 서보니 이제야 알 것 같아요. 왜 사월이 잔인한가를. -림(20250405)  https://www.youtube.com/watch?v=ER26Gg9mvi8

이슬비는

이슬비는 임현숙                     봄을 머금은 이슬비는 아기 숨소리보다 조용히세상을 어루만집니다 보드라운 손길로민들레 얼굴을 씻기고가로수 조막손 살며시 펴게 합니다 늦잠 자는 꽃망울가만가만 깨우며서두르지도성내지도 투덜거리지도 않습니다 풍경을 부둥켜안는 이슬비는 괜찮다 괜찮다 다독이시던어머니의 속울음입니다. -림(20250304) https://www.youtube.com/watch?v=8Td5h4OhK7g

사랑道 그리우面 얼음里

사랑道 그리우面 얼음里 임현숙                     사랑道 오늘 날씨는 흐림냉소 깃든 하늘이진눈깨비를 퍼부어도 슬프지 않아 내 안에 가득한 그리움의 잔영고운 향기 그리우面  눈물이 날까 봐추억마저 지웠지 해와 달의 거리만큼 멀리 있어도마음에 길이 있어 오가던 인연들이제는 끊겨버린 다리 앞에얼음里가 생겼네 매화꽃 눈 뜨는 날제비가 그리운 사연 물고 와도사랑道 그리우面 해동里가 될까 몰라. -림(20140124)  https://www.youtube.com/watch?v=VSuF58pUhTg

잊을 수 없는 기억

잊을 수 없는 기억                                                                                                                                                                임현숙  출근하는 막내의 도시락을 준비한다. 밥은 반 공기 정도 담고 반찬을 많이 담는다. 막내는 해 주는 대로 잘 먹는 편이지만 고기반찬을 좋아한다. 밥을 풀 때마다 십여 년 전의 일이 떠오른다. 뼛속에 각인되어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오타와에서 기다리던 소포가 도착했다. 드디어 막내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돌아온다. 군대 간 아들의 입고 간 옷과 신발이 든 소포를 받고 대성통곡했다는 엄마의 심정을 알..

겨울을 보내며

겨울을 보내며 임현숙  바다를 건너온 봄이겨울잠이 목마른 내 빈한 뜨락에바다 빛 수다를 풀어놓는다 지난겨울은 순결한 눈빛으로 기도를 가르쳤다  빈 들에서 주린 이를 위하여눈밭에서 헐벗은 이를 위하여겨울비처럼 눈물짓는 이를 위하여다시 드러날 나의 허물을 위하여 지난겨울은 마음 수련원이었다무언의 회초리로 내 안에 파도치는노여움과 모난 등성이를 꾸짖어참 어른다운 자리로 이끌었다 봄이면 철부지로 되돌아갈 일 겨울마다 받은 수십 개의 수료증이 마음 벽을 도배한다 봄의 헛기침이 뒷산의 잔설을 불어 내자 잰걸음으로 떠나는 겨울  구미호 봄바람 품에 안기며 겨울의 언어로 배웅한다다음에도 지엄한 회초리를 기다리겠다고. -림(20220222) https://www.youtube.com/watch?v=Mwymu4fO9Tg

설렘만으로도

설렘만으로도 임현숙  봄 햇살 잔기침하는 벤치에 백발노인복권을 눈빛으로 바싹 굽고 있다   타닥거리는 간절함 질펀하다 모래성 짓는 손가락의 가는 떨림이나연애편지를 받아 든 뻐근한 콩닥거림그 이루어지기 직전 설렘이 행복 순둥순둥 봄바람진달래 빛 두근거림을 엎질러 놓고마른 밭두렁에 들불 번져오는 생생한 이 느낌.   -림(20250226)  https://www.youtube.com/watch?v=I7HR_mZQlew

나목(裸木)

나목(裸木) 임현숙                바싹 야윈 손가락 하늘 우러러 침묵의 서원 올리는벌거숭이 나무 푸릇 무성한 여름의 기억이서릿발에 빛날 때마다손가락 마디마다 눈물 맺혀도 실개울 얼음 꽃 지며는다시 만날 초록이기에겨울의 냉정이 밉지 않다고혈관 따라 흐르는뜨거운 묵계 새벽마다 지성 드리던어머니의 갈퀴 손 끝에잘 여물은 열매우리 봄날의 환희.  -림(20250131) https://www.youtube.com/watch?v=eIUu93fTORc&t=10s

용서라는 말의 온도

용서라는 말의 온도 임 현 숙   당신에게로 가는 길 위에서나는 불꽃으로 돌진하는 불나방이었습니다 오롯이 한 빛만 향해 파닥였지만  회전 벨트처럼 늘 제자리였던 길때론 외로웠고때론 슬픔으로 몸부림치며스스로 상처 입던 길 사랑은 무지개색이라 말하던뒷모습을 보았을 때이글거리던 불꽃에 날개는 얼어버리고비로소그 길에서 내릴 수 있었습니다 더는 그립지 않아도 되는 일더는 아프지 않아도 되는 일이제 해맑게 웃을 수 있는 일 한 때 사랑이라 이름하던 그 길에'용서해'라는 팻말을 박아 놓고 돌아오는 사람그 말의 소름에뜨거웠던 기억의 고리마저 고드름꽃이 피어납니다.  -림(20230202) https://www.youtube.com/watch?v=g_3a8ABfmx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