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춘몽

라포엠(bluenamok) 2012. 4. 1. 10:22

 

                                                                                                                                          밴쿠버 Sky Train

 

 

춘몽

     안개비 임현숙

 

 

 

스카이 트레인, 나는 그게 "공중을 나는 기차인가" 했다.

고가 위를 달리는 무인 전동차가 바로 스카이 트레인 인 것을 타 보고서야 알았다

오늘 세 번째로 그 기차를 타고 다운타운까지 여행을 했다.

자가용으로 가면 40분 걸리는 거리를 버스를 타고 갈아탄 기차로 80분이 소요되니

우리는 여행이라 이름 한다.

창밖으로 스쳐 가는 풍경들,

봄빛 푸른 프레이저 강가에 죽죽 늘어선 키 큰 나무들이 찰나에 스쳐 가고

벚나무 분홍 꽃 떨기의 터질듯한 웃음소리도 외마디로 스쳐 지나가 버린다.

나를 스쳐 가는 것들이 어디 풍경뿐이랴.

차창에 세월이 흐르고 따닥이는 빗방울이 가슴으로 흐르고

모든 순간이 과거로 가버리는 것을.

오늘의 이 외로움이 어디에서 왔는지 생각하는 것도 이미 과거 속으로 흘러 가 버렸다

태평양 상공을 날아 세계 두 번 째 큰 땅덩어리에 발을 디디고

잃어버린 것은 식탁의 빈자리이다. 커다란 침대의 반쪽이다. 잡을 수 없는 손이다.

남편과 아이들, 다섯 식구가 서로 체온을 느끼며 살지 못하는 것,

가장 소중한 보물을 태평양에 빠뜨렸다.

지금 이 기차는 그리운 곳으로 달려간다.

레일을 벗어나 창공을 신 나게 날아 태평양을 건너 달리는 은하 열차,

그리운 산하가 내려다보이는 순간 아득히 들려오는 소리,

넥스트 스테이션 이즈 스테디움... (다음 역은 스타디움입니다.)

 

 

Mar.31,2012 L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