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작은 새의 행복

라포엠(bluenamok) 2012. 2. 21. 03:32

 

 

 

  

 

 

 

 

작은 새의 행복

                안개비 임현숙

 

 

 

살그머니 다가와 어눌한 말투로 말을 건네는 여자아이는 선생님 드릴 커피를 타야 한다 말한다.

스물대여섯은 돼 보이는데 어린애처럼 말하는 그녀,

선생님 손을 끌고 와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고 인사를 하는 키 크고 훤칠한 청년,

이들은 지적 장애인이다.

항구적인 정신 발육의 지체라는 질병을 지녀 사회생활도 지장이 있는 사람들이다.

또래보다 사물을 이해하는 능력이 처지고 판단도 제대로 하지 못해 사회에서 스스로 격리되었던 그들이지만

'밀알 선교회'를 통해 서로 이해하고 의사소통을 하며 사랑을 배워가는 중이다.

스스로 날지 못해 어미 둥지에서 보살핌을 받는 작은 새들의 노랫소리는 순수한 영혼의 고백이다.

작은 것에 고마워할 줄 아는 마음, 다른 이보다 앞서려 하지 않는 그들에게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끄덕일 것 같다.

지적인 면엔 다소 부족해도 영적 순수함을 지닌 그들에 비해

좀 더 우월한 위치에 자리하며 영적 장애인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神은 작은 새들을 더 사랑하실 거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토요일에 만난 조금 부족해도 행복한 영혼의 작은 새들의 모임은

온몸에서 돼지고기 냄새가 나게 주방 일을 하였어도 감사한 마음으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돌아오는 길 차창에 부서지는 빗방울을 지우고 지워도 강 건너편 느티나무 숲이 울고 있었다.

 

 

                Feb.19,2012 Lim

 

 

 

 

 

 

 

 

 

'나목의 글밭 > 혼잣말·그리운 날에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춘몽  (0) 2012.04.01
봄은 이제 시작이야  (0) 2012.03.20
눈 흘길 그대가 앞에 없네요  (0) 2012.02.14
도심(都心)의 그림자  (0) 2012.02.11
그리운 날의 편지(3)  (0) 2012.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