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 400

문정희 시인의 창작 세계와 작품 모음

문정희 시인 약력 1947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성장 했다 1969년 『월간문학』신인상으로 등단 했으며, 시집 『문정희 시집』,『새떼』,『혼자 무너지는 종소리』 『찔레』,『하늘보다 먼곳에 매인 그네』,『별이 뜨면 슬픔도 향기롭다』, 『남자를 위하여』,『오라, 거짓 사랑아』,『양귀비꽃 머리에 꽂고』, 『나는 문이다』등이 있다. 미국 뉴욕에서 영역 시집『Wind flower』, 『Woman on the terrace』가 출판되었고 그 외에도 독일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알바니아어 등으로 번역 소개 되었다. 현대문학상, 소월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동국대 석좌교수, 고려대 문창과 교수를 역임했다. 출생국적직업학력경력활동기간장르수상 1947년 5월 25일(76세) 대한민국 전라남도 보성..

문숙의 시모음

문 숙 - 1961년 경상남도 하동 출생. -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 - 2000년 《자유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 시집으로 『단추』(2006), 『기울어짐에 대하여』(2012), 『불이론』(2021) 등이 있음. - 현대불교문학상(2022) 수상. 항아리 된장을 담아두던 항아리에 모래를 깔고 물을 부어 스킨딥시스를 심었다 제 몸에 꽃을 담고도 여전히 된장 냄새를 피운다 자주 물을 갈아도 노랗게 꽃잎이 타들어간다 단지를 들어내자 항아리 밑이 된장물로 흥건하다 짜디짠 눈물이 고였다. 숨구멍으로 제 몸에 담았던 한 흔적을 조금씩 몸 밖으로 버리고 있었던 항아리 한 사람의 기억을 버리려 숨 죽여 울던 저 여자 어머니 부엌 천정에 매달린 형광등 스위치를 당겨도 쉽게 스파크가 일지 않는다 빛이 다 빠져나..

강영환 시인

강영환 시인 1951년 경남 산청 출생. 197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공중의 꽃」으로 등단. 1979년 《현대문학》 시 추천완료(필명:강산청), 198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남해」 당선. 저서는 시집으로 『붉은 색들』, 『술과 함께』 『칼잠』, 『불순한 일기 속에서 개나리가 피었다』, 『쓸쓸한 책상』, 『이웃 속으로』, 『황인종의 시내버스』, 『눈물』, 『뒷강물』, 『푸른 짝사랑에 들다』, 『집을 버리다』, 『산복도로』, 『울 밖 낮은 기침소리』 등과 『현대시』, 씨디롬 『블랙커피』, 지리산 연작시집 『불무장등』, 『벽소령』, 『그리운 치밭목』이 있다. 시조집으로 『북창을 열고』, 『남해』, 『모자아래』 등과 산문집 『술을 만나고 싶다』가 있다. 이주홍 문학상, 부산작가상. 하동문학작품상, 부산..

굽은 나무의 가치

굽은 나무의 가치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 장자의 소요유(逍遙遊) 편에 나오는 한 일화입니다. 혜자가 장자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내게 줄기는 울퉁불퉁하고 가지는 비비 꼬인 구부러진 나무가 있소. 자를 댈 수가 없으니 길에 서 있지만 목수가 거들떠보지도 않소. 그런데 선생의 말은 이 나무와 같아서 크기만 했지 쓸모가 없어 모두 외면해 버립니다." 그러자 장자가 대답했습니다. "거꾸로 생각해 보게. 나무가 울퉁불퉁하기 때문에 목수들에 의해 잘리지도 않고 그토록 오래 살아 큰 나무가 된 것이 아닌가?" 그런데도 혜자가 굽은 나무는 쓸모가 없다고 반박하자 장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과연 그럴까? 햇빛이 쨍쨍한 날 그 나무의 그늘에서 많은 사람들이 쉼을 얻고 있다는 걸 자네는 모르고 있었나 보네." # 오늘..

소나기/곽재구

소나기 / 곽 재 구 저물 무렵 소나기를 만난 사람들은 알지 누군가를 고즈넉이 그리워하며 미루나무 아래 앉아 다리쉼을 하다가 그때 쏟아지는 소나기를 바라본 사람들은 알지 자신을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격정이라는 것을 사랑하는 이를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분노라는 것을 그 소나기에 가슴을 적신 사람이라면 알지 자신을 속이고 사랑하는 이를 속이는 것이 또한 얼마나 쓸쓸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 고정희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 고정희 무덤에 잠드신 어머니는 선산 뒤에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 말씀보다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 석양 무렵 동산에 올라가 적송밭 그 여백 아래 앉아 있으면 서울에서 묻혀온 온갖 잔소리들이 방생의 시냇물 따라 들 가운데로 흘러흘러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