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날의 일기 임현숙 어제는등 뒤로 저문 것들이 더부룩해되새김질하곤 했기에오늘 만나는 새날 앞에맑은국 한 사발 정화수처럼 내어놓습니다 제야의 종소리 한울림마다 빌고 빌었지만이루어질 수 없는 숱한 바람들은그 문장조차 희미해지고빈손엔 미련만이 돌아앉아 있습니다 생의 여름은 저물어이별에 익숙해져야 할가을 빈 벌판에서허옇게 서리 내린 머리 조아리며작은 바람 뭉치 하나 가만히 내려놓습니다 새날에는뒤돌아보지 않게 하소서마음의 텃밭에 미운 가라지가 싹 트지 않게 하소서사랑의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게 하소서제야의 종소리를 한 번 더 들을 수 있다면그것으로 족하다 미소 짓게 하소서 낡은 나무 계단처럼 삐그덕거리는 사연을제야의 종소리에 둥 두웅 실어 보내며첫사랑 같은 새날을맨발로 마중합니다. -림(2024 새해를 맞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