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습 없는 삶 예습 없는 삶 임현숙 짙은 안개 강을 헤치고 햇살이 고개 든 아침 어쩌다 눈에 띈 머리카락을 이 잡듯이 뒤진다 청소기를 돌려도 카펫에 뿌리내렸는지 지나친 자리를 돌아보면 또 자라나 잔디밭에 풀처럼 쑥쑥 뽑으며 내 생활을 뒤돌아본다 안 들려 못 듣고 지나친 소리는 없는지 안 보여..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3.07.12
만남 만남 임현숙전부터 만나자 노래하던수필가인 그녀와 자리를 함께했다내 깊이를 알고 싶다며뚜벅뚜벅 다가오던 그녀에게접시 물처럼 얕은 내 속을 들킬까 봐차일피일 미루었는지도 모를 일겉보기와 달리마음을 열면 푼수가 되는 난화장기 없는 마음을 내보이며소탈하고 암팡져 보이는 그녀와정담을 나누었다의미 없는 인연은 없는 법또 한 사람의 인연의 고리를 걸며튼튼한 연결 고리가 되기를 바라본다.2013.05 30 림 A:link { text-decoration: none; } A:visited { text-decoration: none; } A:active { text-decoration: none; } A:hover { text-decoration: none; }@font-face {font-fa..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3.05.30
옛친구 옛친구 임현숙 만날 때마다 세월을 확인하면서도 아직도 소녀처럼 수다를 떠는 여고 동창생들, 한 명은 벌써 사위를 얻었고 둘은 곧 장모가 되니 손주를 안고 나올 날도 멀잖았다 '딸 이 둘이면 싱크대 앞에서 죽는다.' 씁쓸하지만 끄덕여지는 말이라며 노후엔 친구끼리 모여 살잔다 내 ..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3.02.22
어쩌면... 어쩌면... 임현숙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이브는 단 하나의 사랑이었네 그러나 에덴을 잃어버린 후 아담에겐 부양이란 멍에를 지우시고 여러 갈래 사랑을 허락하셨지 이브는 오매불망 한 사랑에 목매게 하셨으니 세상이 변해도 이브인 나는 맘 속에 단 한 사랑을 꿈꾸네 오늘도 심연에서 ..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3.02.14
새로운 둥지 Fisher Court의 아침 새로운 둥지 Fisher Court의 아침 이른 아침 집 앞에서 바라본 하늘은 어제의 하늘이 아니다 조금 더 북으로 난 내 눈에 담을 수 있는 하늘 한 조각 저 구름 아래로 비가 내리고 구름에 가려진 광명을 본다 오늘은 거센 바람이 불어 구름을 몰아내면 좋겠다 산마루에 드러누운 야속한 구름아 ..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3.02.09
우리 우리 설날 우리 우리 설날 임현숙 까마득한 고향 하늘엔 방패연, 가오리연 빙빙 돌고 알뜰한 울 언니는 장을 보며 한숨짓겠지 이맘때면 더 치솟는 물가에 근근이 사는 사람은 명절이 무섭다했어 내 어릴 적 설날엔 기름 냄새만 맡아도 행복했지 동그랑땡, 동태 전, 녹두전 입이 많은 집에선 고구마 ..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3.02.06
Coquitlam Center 기차역에서 2013년 1월 24일 목요일 Coquitlam Center 기차역에서... 다운타운까지 가는 익스프레스 기차역 아침 풍경이다 나목 뒤로 붉게 여명이 트고 있다 졸린 눈 비벼가며 일터로 가는 사람들을 보며 삶이 얼마나 치열한 경쟁인지를 실감한다 에덴 동산에서 이브가 뱀의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않았다면, ..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3.01.25
한 해 동안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한 해 동안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나목의 꿈'을 찾아주신 문우 여러분 한 해 동안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한껏 희망을 품고 솟아올랐던 2012년의 태양이 어느덧 저물어 갑니다. 돌아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여러분과 함께한 지난 시간은 두고두고 생각나는 고운 추억이 될 것..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2.12.30
슬픈 홍시(紅柹) 슬픈 홍시(紅柹) 안개비 임현숙 서리가 내리기 전 떫은 감을 따서 항아리에 재우면 조청처럼 달곰한 홍시가 시어머니 입맛을 다시게 했다. 긴 겨울밤, 오물오물 홍시를 드시며 옛날 얘기하듯 들려주시던 이야기는 슬픈 모정의 역사이다 한국동란 발발 무렵, 시아버지가 마을 청년당원..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2.12.29
함박눈을 바라보며 함박눈을 바라보며 안개비 임현숙 함박눈 송이송이 나목 위에 살포시 내려앉으면 아리아리 설렘이 눈을 뜨고요 겨울이 맘 속에 똬리 틀어요 포근한 이 눈발은 누가 보내왔을까 장독 위에 소복한 하얀 눈을 떠먹고 털 달린 고무신에 실로 뜬 벙어리장갑 털 스웨터가 흠뻑 젖어도 추운 줄 ..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2.12.19
내게 가장 행복한 시간 내게 가장 행복한 시간 안개비 임현숙 이름 석 자 앞에 시인이라는 호칭이 무색한 날들이다. 한 줄의 시구도 떠오르지 않아 백지에 낙서만 하고 있다.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사춘기 시절이었던 것 같다. 대부분의 여학생이 그러하듯 내 플라토닉한 첫사랑은 선생님이었다. ..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2.11.30
이런 누군가가 곁에 있다면 이런 누군가가 곁에 있다면 임현숙 힘이 들 때 격려의 말 한마디는 희망입니다 슬플 때 손잡아 주는 마음은 기쁨입니다 하는 일에 함께하는 마음은 사랑입니다 작은 것을 나눌 줄 아는 마음은 보람입니다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희생입니다 이런 누군가가 곁에 있다면 행복한 사람입니..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2.11.16
말의 가시 말의 가시 임현숙 고슴도치 가슴에 가시가 없는 건 새끼를 품에 안을 때 아플까 봐 그런 거래 살갗에 박힌 가시야 뽑아내면 아물지만 얘야 울컥 쏘아댄 말의 가시는 쏟아진 물과 같단다 두고두고 생각날 거야 너도 아프고 나도 아프구나. 2012.11.11 림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2.11.13
11월 애상 11월 애상 임현숙 11월의 싸늘한 바람이 두툼한 옷깃을 여미게 하는 아침 무거운 어깨에 내려앉는 햇볕이 당신의 사랑처럼 따끈합니다 삶이 대관령 고개를 넘는 것 같습니다 한 구비 돌아가면 평탄한 길일 것 같은데 아직도 구불구불 고갯길을 오릅니다 해를 따려는 것도 세상을 가지려는..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2.11.10
비와 안개와 그리움으로... 비와 안개와 그리움으로... 황홀한 풍경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게 하던 시월이 아쉬움을 남기고 기억 저편으로 멀어져 갑니다 시월이 머물다 간 자리엔 쓸쓸한 그림자가 너울지겠지요 가을비 부슬거리는 아침 빈 마음 소쿠리에 감사와 희망을 담아봅니다 따끈한 차 한 잔의 향기가 이슬 ..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2.10.28
주차장 유감 주차장 유감 안개비 임현숙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장을 보러 나섰다. 평소에는 가까운 서양 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사골국을 끓일까 싶어 한국마켓으로 향했다. 주차장도 넓고 쇼핑하기가 편한 이유로 'H1'보다는 'H2'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러나 오늘은 'H1'으로 갔다. 때때로 'H1'이 싸고 ..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2.10.24
예습 없는 삶/묵은 글 예습 없는 삶 안개비 임현숙 짙은 안개강을 헤치고 아침 햇살이 고개 들었다 이렇게 투명한 날엔 그늘에 핀 꽃은 초라한 모습을 숨기려 한다. 어쩌다 머리카락이 눈에 띄길래 앉아서 이 잡듯이 뒤지고 있다. 카펫이 깔려 청소기를 돌려도 머리카락이 곳곳에 숨어 있다. 다 주웠다고 지나..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2.09.28
깨진 사발은 되지 말자 깨진 사발은 되지 말자 안개비 임현숙 내 도량이 얼마나 넓은지 자문해 보고 싶은 아침이다. 살아가면서 마음 다치는 일이 왜 없겠느냐만, 시퍼렇게 멍이 들기도 하고 붉은 피가 솟구치기도 한다. 숨어 우는 날도 있었지만 '남의 탓이 아니요 내 탓이다.'라고 나 자신을 주저 않혀본다. 마..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2.08.08
괜찮다 괜찮다 안개비 임현숙 영양크림 바닥을 긁다가 궁상을 털고 구입하러 나섰다 그 새 가격이 올라 좀 싼 걸 살까 망설이다 더 물러날 수 없어 지갑을 열고 말았다 생각해본다 아까 장 본 것 얼마, 화장품 값 얼마, 합이... 헤프던 날을 떠올리며 대견스러운 마음을 쓰다듬는다 괜찮다. 아직 ..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2.08.05
모양나게 살고싶다고요? 모양나게 살고 싶다고요? 안개비 임현숙 호화로운 집에 살며 비싼 차를 타고 명품을 들어야 모양 나는 세상이라서 멋지게 살고 싶어 아등바등하는 사람들, 그 대열에서 이탈자가 되어 바라보니 세상이 헛된 바람 가득 든 풍선 같다 뜨거운 바람 가득 차서 이제 터질 때를 기다린다 몇백만..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2.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