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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엄마는 말썽꾸러기

라포엠(bluenamok) 2011. 12. 22. 14:36

 

 

 

 

 

 

엄마는 말썽꾸러기

                  /안개비 임현숙

 

 

실수에 관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하루입니다

아이들이 소지품을 잃어버리거나 물건을 깨뜨려 못 쓰게 되는

사소한 실수에도 잔소리꾼 엄마였지요

그런데 오늘은 제가 잔소리를 들었습니다

평소에 웬만해선 실수를 하지 않는데요

엄마는 말썽꾸러기가 되었답니다

차를 지하에 주차하고 엘리베이터를 탔어요

우리 집은 19층인데 5층에서 한 사람이 내리길래

입구에 서있다가 조금 비켜서려다

그만 손에 들고 있던 자동차 키를 놓쳤어요

손에서 힘없이 미끄러져 엘리베이터 문 틈으로 빠져버렸지요

철퍼덕 지하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자

아이의 눈이 휘둥그레졌지요

순간 아득했습니다

이 모습을 본 외국남자가 친절하게 관리인 전화번호며

어찌 대처하라고 설명을 해주는데

동양인 부인이 그런 남편의 행동이 거슬렸는지

사람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태도를 조심하라."라고 쏘아붙이더군요

아마 부부싸움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집에 들어와서 큰딸에게 잔소리를 들어야 했지요

여기서 끝나지 않았어요

제 컴퓨터가 고장이 나서 넷북을 샀어요

아이들은 제각각 노트북이 있어

주로 글 쓰는 작업을 하는 제게는 넷북도 쓸만하지요

막내아들이 열심히 설정했는데

제가 또 말썽을 부렸답니다

캡처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다 잘못되었는지

인터넷 창이 뜨는 게 오래 걸리고 느려졌어요

복구하느라 끙끙거리던 아들에게

또 한마디 들었지요 

졸지에 엄마는 말썽꾸러기가 되었답니다

 

조금은 기죽었던 하루였습니다

이제 시작인지 모릅니다

점차 순발력도 떨어지고 기억력도 저하되고...

나이듬을 확인하는 순간은 서글픕니다

비탈에 서있는 나무에 큰 바위가 굴러 오고 있습니다.

 

 

               Dec.21,2011 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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