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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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풍경이라면

너의 풍경이라면 임현숙 이른 아침창은잠에서 덜 깬 하늘을 품고 있네 붉은빛 푸른빛서로의 어깨를 밀치며동녘의 문을 열고 짹짹, 새들이 이웃의 잠을 깨우면자동차 시동 소리도모닝 벨처럼 창을 울리지 나는 창가에 서서붙잡고 싶은 세월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이 창 너머에 사는너를 생각하네 너의 아침은 어떤 표정일까 내가너의 풍경이라면 좋겠다 네 마음에작은 방 하나 내어줄래? 햇살 커튼 사이로푸릇한 바람이 드나들고나를 바라보는작고 맑은 창 하나 그 창 너머로서로의아침이 되었으면 해. -림(20260812) https://brunch.co.kr/@bluenamok 나목의 브런치한국문협회원 시인 | 들숨 같은 일상을 시로 날숨하는 글을 써야 사는 여자, 나목 임현숙 시인, 수필가brunch.co.kr

소통의 비무장지대를 찾아서

소통의 비무장지대를 찾아서 임현숙 별 뜻 없이 던진 말이 새끼줄을 꼬아엇나간 혀가 화살을 쏘아대고 있다 그건 이런 뜻이지아니,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물음표 하나 던졌을 뿐인데화살촉이 의미를 분석하고 해석은 긴 꼬리를 흔드네 날아오는 화살을 받아내며 공포탄을 쏘아 대항한다 수류탄이 터지고 나서야 이긴 자 없는 전쟁이 끝나고먹먹한 침묵이 상처를 더듬는다 궁색한 변명이 혀끝에서 맴도는이 피할 수 없는 일상의 소통 언어에도 38도선이 있을까 소통에 실패한 아픔이 비무장지대를 찾고있다. -림(20260612) https://brunch.co.kr/@bluenamok 나목의 브런치한국문협회원 시인 | 들숨 같은 일상을 시로 날숨하는 글을 써야 사는 여자, 나목 임현숙 시인, 수필가brunch.co.kr

오리의 비행

오리의 비행 임현숙 전선 위로화살촉 하나 날아간다 늦은 아침을 건너는오리 몇 마리 맨 앞의 한 마리가바람에 칼집을 내면뒤따르는 날개들이틈을 당기며 들어간다 앞선 꼬리 끝에서보이지 않는 실 한 가닥뒤따르는 부리 끝까지팽팽하게 이어져 있다 제 자리를 지키며하나의 길이 되어 간다는 것 저들도 아는 걸까 하나의 날개는 바람에사잇길 하나 낼 뿐이라는 걸 오리 떼가 지나간 자리 한동안하늘 한쪽이기울어져 있다. -림(20260809) https://brunch.co.kr/@bluenamok 나목의 브런치한국문협회원 시인 | 들숨 같은 일상을 시로 날숨하는 글을 써야 사는 여자, 나목 임현숙 시인, 수필가brunch.co.kr

휴가

휴가 임현숙 식구들이 여름휴가를 떠났다 자리다툼을 하던 신발들도주인에게 끌려현관 밖으로 사라졌다 나는 여행 가방에밥 냄새와 빨래와몇 가지 의무를슬쩍 밀어 넣었다 이제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는다 식탁 위의 고요는먼지를 핥으며 자라고 한낮의 햇살이소파 위에서게으른 고양이처럼 몸을 늘인다 내 안에 방 하나 비워진 오후문득한 채의 빈집이 되고 싶다 햇살이 푸르게 자라고 바람의 메아리가머물다 가는 집. -림(20260712) https://brunch.co.kr/@bluenamok 나목의 브런치한국문협회원 시인 | 들숨 같은 일상을 시로 날숨하는 글을 써야 사는 여자, 나목 임현숙 시인, 수필가brunch.co.kr

한여름, 에덴을 꿈꾸다

한여름, 에덴을 꿈꾸다 임현숙 내 어린 날의 팔월은 맨살로 왔다 시냇물에서 우리는아랫도리만 감춘 알몸을 식혔고엄마 목소리가젖은 귓가를 울릴 때까지송사리 꼬리를 쫓아짧은 오후를 헤엄쳤다 그러던 어느 날나뭇잎 한 장 가슴에 내려앉고여름보다 먼저옷 단추를 채워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몸은꽃이 되고 나비가 되어물풀 뒤로 숨어들었다 세월은 팔월을 몇 번이나 건너갔을까 거리는 핏빛 숨을 토하며차마 훌렁 벗지 못한 몸들이불가마에서 헉헉거린다 나는 검은 체면의 옷을 껴입고에덴 시냇가를 생각한다 부끄러움 모르고 물장구를 치던그 팔월 오늘도 내 안에서첫 아담과 이브가 첨벙거린다. -림(20260805) https://brunch.co.kr/@bluenamok 나목의 브런치한국문협회원 시인 | 들숨 같은 일상을 시로..

엄마의 바다

엄마의 바다 임현숙 장대비 쏟아지는 오후회색 도로 위은빛 물결이 일렁인다 문득 스치는은비늘 텀벙거리던 엄마의 바다 어렸을 적 밥상에는은비늘 갈치가 자주 올랐다무를 넣은 맑은 국나는 국물을 헤집어살점만 건져 먹으며 퉁퉁거렸다 자작하게 조리면 안 돼? 다음 밥상에도갈치는 여전히 맑은 물속에 몸을 풀고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엄마의 부엌에서는가난이 먼저 끓고 있었고국물은 허기를 덮는 성긴 이불이었다는 것을 저녁 밥상에내 바다가 붉게 끓고 있다 엄마의 바다에는벗어나고 싶은 바람이먼저 말갛게 우러났을 텐데. -림(20260308)

비처럼 내게 오기를

비처럼 내게 오기를 임현숙 비 내린다 김광석의 노래가첼로의 선을 타고 흐른다 유리창을 흠뻑 적시는 비처럼 너도 내게 온다면 그 순간첼로의 둥글넙적한 음에깔려 죽어도 좋아 비에 잠기고 선율에 푸욱 젖어도안길 줄 모르는 시를 위해 첼로의 긴 팔에대리석 가슴팍을 내어주었다. -림(20260726) https://brunch.co.kr/@bluenamok 나목의 브런치한국문협회원 시인 | 들숨 같은 일상을 시로 날숨하는 글을 써야 사는 여자, 나목 임현숙 시인, 수필가brunch.co.kr

장마

장마 임현숙 폭우가 내린다 달리던 차를 뒤집고집을 삼키며해마다 찾아오는 불청객에가난한 삶이 무너진다 내 안에도저렇게폭우가 쏟아졌었다 오래도록하늘은 캄캄했고빗물 속에 잠겨허우적거리던 날들이 있었다 그러나하늘이 개인 뒤 낮은 한숨은 낭랑한 노래가 되었고생각의 둘레가 조금 넓어졌다 언제나 그랬듯 장마가 지나간 자리 위에다시 길이 열리고사람이 웃겠지 어쩌면내 안의 장마는더 나은 나를 향해 흘러가는 강이었을지도. -림(20260709) https://brunch.co.kr/@bluenamok 나목의 브런치한국문협회원 시인 | 들숨 같은 일상을 시로 날숨하는 글을 써야 사는 여자, 나목 임현숙 시인, 수필가brunch.co.kr

계간지 「시산맥」 시인들 밴쿠버 방문

2026년 7월 22일(수) 식사 모임에서계간지 「시산맥」 시인들이 미주 방문을 마치고 밴쿠버를 방문했다.2026년 봄호에 (사) 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특집이 실렸다.문협 소개 글과 시 10편(10명)이 게재되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협회 시인들과의 인사 자리를 마련했다. 시산맥 시인들/문정영, 김이듬, 김영찬, 이문식, 김송포, 김혜주, 박민서, 변예랑, 안이숲 그리고 김수수/10명우리 협회/ 김석봉, 임현숙, 김경래, 김계옥, 김회자, 윤미숙, 로터스 정, 민정희 수필가, 심현숙 수필가/ 9명 가장 멋진 선물/ 7인의 시집

그런 사람

그런 사람 임현숙 만나면시간이 멈추는 사람너무 가까워서로를 닳게 하지 않고 너무 멀어기억 밖으로 사라지지 않는 사람 헤어지면나뭇가지에 걸린 달빛처럼마음이 향하는 사람 한 생의 깊은 우물 속에은은히 비친 한 줄기 빛으로 남고 싶다 차를 마시는 오후 찻잔 가장자리에서살며시 피어오르는 그런 그리움으로. -림(20260614) https://brunch.co.kr/@bluenamok 나목의 브런치한국문협회원 시인 | 들숨 같은 일상을 시로 날숨하는 글을 써야 사는 여자, 나목 임현숙 시인, 수필가brunch.co.kr

안개

안개 임현숙 안개는소리 없이 번져먼데 풍경을 얼버무린다 모든 경계가 허물어지는 안개 속에서나의 윤곽도 흐려진다 차마 닫지 못한 마음의 틈으로바람은 제 온도를 흘리고 간다 흐릿해진다는 것은보이지 않는 것을 헤아리며생각의 너비를 키우는 일 젖은 골목 끝에서희미한 불빛 하나를 오래 바라보는 일 안개는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알 듯 말 듯한누군가의 마음에도안개 자욱한지. -림(20200321) https://brunch.co.kr/@bluenamok 나목의 브런치한국문협회원 시인 | 들숨 같은 일상을 시로 날숨하는 글을 써야 사는 여자, 나목 임현숙 시인, 수필가brunch.co.kr

붉은 장미

붉은 장미 임현숙 휴화산이 터졌다 이글거리는 불꽃잠겨있는기억의 자물쇠를 녹인다 깊숙이 잠들은 청춘의 일 막이내려지길 기다리자던한 줄의 편지 막이 내렸을 땐 불씨는 이미노을 속 재가 되어 있었다 그 오랜 세월 시간의 터널에 갇힌열여덟의 잔열 올해도마그마처럼 폭발하고 있다. -림(20180705) https://brunch.co.kr/@bluenamok 나목의 브런치한국문협회원 시인 | 들숨 같은 일상을 시로 날숨하는 글을 써야 사는 여자, 나목 임현숙 시인, 수필가brunch.co.kr

밤비에 접혀 오는

밤비에 접혀 오는 임현숙 어둠이 먼저강물을 에워싸는 밤 쏟아지는 빗줄기신음하는 수면을 쓰다듬으며 괜찮아 그 한마디에포트만 다리 아래로멍든 하루가 몸을 던진다 뜨거운 숨을 토하던심장이 식어간다 비는 그칠 줄 모르고상처 입은 심장을 핥고 개구리울음은 멀리서강물 위를 건너오는데 젖은 눈길이서편 하늘로 달려간다 저기 어디쯤푸른 소식 하나접혀 오고 있을까. -림(20150920)

5월 15일자 교육신문 게재/입술에 돌아온 이름

https://canadaexpress.com/news/?p=96302 입술에 돌아온 이름 / 임현숙 | 캐나다 익스프레스-밴쿠버 로컬 뉴스입술에 돌아온 이름 / 임현숙 누군가의 이름으로 불리며 나는 오래 걸어왔네 기대와 순종을 둘러메고 딸의 길을 지나 한 송이 꽃으로 낯선 성씨 아래 뿌리를 묻고 소화제를 벗 삼아 며느리의 시canadaex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