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우산 임현숙 어머니는싱크대에 한 팔을 기대고구부정히 쌀을 씻었지요 어느 날, 풀썩 몸이 주저앉은 뒤로 대문 밖으로 나가는 길을하나씩 접으셨어요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엔늦둥이 하교 시간이 먼저 젖었을 텐데 현관 앞에서빗줄기를 헤치며 멀리 돌아가라 애원해도 빗방울은힘없는 다리처럼자꾸 바닥으로 무너졌겠지요 비에 절은 우산 하나 돌아오면벽에 기대어우산의 물기를 오래 닦으셨어요 긴 치맛자락이바르르 떨리던 것을 내가몰랐을까요 된장 뚝배기 한 술에젖은 마음을 말리며말없이 마주 앉았던 저녁 어머니는하늘을 가리는 우산 하나 이불처럼내게펼쳐주고 계셨지요. -림(20260915) https://brunch.co.kr/@bluenamok 나목의 브런치한국문협회원 시인 | 들숨 같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