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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그리운 날의 편지(3)

라포엠(bluenamok) 2012. 2. 9. 05:23

 

 

                                                                                                                        사진:simon

 

 

 

그리운 날의 편지(3)

 

-사랑하는 아들에게

                 안개비 임현숙

 

 

 

보고 싶은 준아,

오늘은 비가 내린다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고 체감 온도가 영하 30도라는 오타와에서

자전거 통학을 하는 널 생각하면 이 겨울이 어서 지나갔으면 싶다 

어려운 공부 하느라 날 밤을 새우는 모습이 안타깝구나

 

내 품을 떠나 홀로서기를 연습하는 네가

처음엔 미덥지 않아 노심초사했지만 

너를 안아주기보다 너에게 안겨야 할 만큼

훌쩍 커버린 모습이 믿음직스럽고 조금은 서운한 마음도 든단다

 

준아,

네가 이 세상에 첫 울음을 터트리던 날은 온 동네가 잔칫집 같았어

똘똘하고 탐스러운 아기로 나에게 온 하늘의 선물이었단다 

삼대독자라며 덩실덩실 춤을 그리신 할머니,

대문 앞에 옹기종기 모여 병원에서 오는 연락을 기다리던 동네 친구들,

아들이라는 소식에 환호성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

 

사흘 동안이나 출산의 기미만 보이고 고통스러운데

자연분만 할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기다리다 결국은 몸에 칼을 댈 수밖에 없었어

마취에서 깨라고 뺨을 때리며

"아줌마, 아들이야 아들.." 이라고 외치던 목소리,

지금도 너를 생각하면 귓가에 맴돈단다.

그렇게 네가 내 품에 안긴 날은 고통과 맞바꾼 기쁨이었어.

 

잼잼 도리도리, 아장아장 걸음마, 앙증맞은 말의 구사,

노래는 어찌 그리 잘 부르는지

유치원에 가고 학교에 다니며 나에게 안겨준 기쁨과 자랑스러움은

내 삶의 모든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너로 인해 우리 집은 웃음꽃이 화사하게 피었고

아빠에겐 인생의 새로운 목표가 생기고

나에겐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되었지.

앞으로도 네 행복이 내 기쁨이 될 거야

 

잔뜩 찌푸린 동쪽 하늘을 바라보며

그곳 날씨는 어떤지, 춥지는 않은지, 밥은 잘 챙겨 먹는지...

노파심에 가슴이 젖는다

아직도 널 보려면 몇 달 기다려야 하는데

네 마른 모습이 자꾸 어른거려 하루가 길기만 하구나.

 

내 마음의 한 버팀목, 사랑하는 아들아

이담에 우리 만나는 날 엄마 한 번 안아줄래?

 

 

                       Feb.08,2012 Lim  

 

 

건축설계를 전공하는 아들의 첫 번째 작품.

 

 

 

Architecture를 전공하고 있는 아들의첫 번쨰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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