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뜨락 겨울 뜨락 /안개비 임현숙 붉은 미소 짓던 장미 그늘에 숨어 핀 제비꽃 그리움에 목 늘인 코스모스도 대지에 잠든지 오래입니다 날마다 노래 부르던 파랑새 둥지에서 겨울잠에 들고 꽃잎 진 장미 나무 가지에 동그마니 자리한 씨방이 외로운 겨울 뜨락은 여름이 그립다 말하지 않습니다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1.14
겨울 해 앞에서 겨울 해 앞에서 /안개비 임현숙 방안 깊숙이 햇살을 드리우는 창가에 훌훌 벗고 나신으로 서고 싶다 따뜻한 볕을 알몸으로 안고 은빛 가루를 바르고 싶지만 차마 그러지 못하는 건 쌀 한 톨만도 못한 위신과 물 한 모금만도 못한 체면의 옷을 나만의 공간에서도 벗지 못해 민얼굴..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1.13
불청객과의 열애 불청객과의 열애 /안개비 임현숙 아침부터 네가 올 듯하더니 눈물이 넘쳐나고 코가 열려 물이 샌다 어제는 수도꼭지가 망가져 부엌이 물바다가 되더니 오늘은 불청객 네가 와서 콧물 강이 흐른다 뜨거운 숨이 헉헉대고 등에 소름이 지나가 춥다 너쯤이야 앓는 소리 몇 번이면 멀..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1.11
동시-비 <동시> 비 /안개비 회색 구름이 물동이를 이고 가다 넘어졌나 봐 주르륵 쏟아지는 물 속눈썹에 앉은 동글동글 물방울 엄마가 보시면 눈물인 줄 아시겠네. Jan.10,2012 Lim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1.10
언젠가 겨울밤에는 언젠가 겨울밤에는 /안개비 임현숙 아름드리 소나무가 울창한 산골 오두막에 겨울밤이 깊어갑니다 함박눈이 내려 마당에 하얀 담이 생기고 솔가지엔 흰 목련이 피었습니다 군불 지핀 아랫목에 자리를 깔고 백발의 노부부는 지난 세월을 회상하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1.07
어릿광대 어릿광대 /안개비 임현숙 시계추처럼 반복되는 고달픈 하루 무표정한 얼굴로 무대에 선 어릿광대 어리바리할 수록 박수 소리 귀를 에우고 어정쩡한 몸짓에 세상이 크게 웃으니 바보이면 어떠냐 칙칙한 세상에 밝은 웃음꽃이 만발한다면 어릿광대로 살아도 괜찮다 괜찮아. Jan.06,20..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1.06
고독의 강 사진:떠나는길 고독의 강 /안개비 임현숙 서릿바람 창틀을 흔드는 소리에도 내 심장은 방망이질했다 부러진 날개에 새살 돋아 그리운 곳으로 날아갈 소망의 기다림이 애달파 늘 시린 옆구리에 엷은 통증이 먼 그리움을 노래하고 눈을 감으면 그리운 임을 만날까 잠을 청해 보아도..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1.05
행복의 나라로 행복의 나라로 /안개비 임현숙 사랑을 배운 한 해가 저물고 성숙한 사랑을 다져갈 새 아침 어제와 같은 선상에 놓인 오늘이 새로워야 하는 것은 앞만 보고 달려가야 하는 이유 삶의 뒤웅박이 힘겨워 버둥거리던 고뇌 그리움에 뒤척이던 어둠의 눈물도 새날의 여명 속 심연에 묻고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1.02
어서 오십시오 어서 오십시오 /안개비 임현숙 어서 오십시오 나목 사이로 솟아오르는 새날이여 텅 빈 곳간을 금빛 햇살로 채우시고 미약한 맥박을 힘차게 뛰게 하십시오 저 북방의 얼음 바람으로 나이테 하나 더 늘어도 버리지 못하는 마음의 티끌을 키질해 주십시오 소망이 열리는 박씨를 마음 밭에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1.12.31
세월을 자를 수 있다면 세월을 자를 수 있다면 /안개비 임현숙 세월의 수레바퀴가 돌고 도는 동안 백치로 살아온 날들 지름길도 바른길 아니면 헉헉거리며 멀리 돌아왔건만 도리를 지키느라 묵묵히 물러선 그 시간 세월이 나무라면 툭툭 세월의 가지 하나 잘라냈으면. 다 잊었다 했는데 덧나는 상처 섣..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1.12.31
겨울비 겨울비 /안개비 겨울비가 내려 글썽글썽 눈물짓는 나목을 바라보다 가슴에 내리는 빗소리를 들었습니다 지난가을 타오르던 단풍이 그리워 흔적을 찾아 두리번거려도 주룩주룩 내리는 빗줄기만이 출렁이는 길 황홀경은 사위어지고 쓸쓸하여도 나뭇가지 속에 살아있는 불씨는 다..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1.12.30
아카시아 섬 아카시아 섬 /안개비 임현숙 어느 바람 불던 날 아카시아 향 그윽한 섬으로 노 저어 찾아온 그대 별을 노래하는 섬에 한 송이 장미꽃을 드렸네 외로운 섬은 아카시아 꽃다발을 안겨 주며 친구라 했지 오랜 시간 붉은 장미를 노래 부르다 가시가 되어 섬을 떠난 그대, 또 하나의 섬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1.12.28
잔잔한 강물이 되어 잔잔한 강물이 되어 /안개비 임현숙 어제 보았던 강물은 저만치 바다로 달려가고 시간도 강물처럼 흐르는데 샘솟지 않아 마른 내 가슴엔 이끼와 켜켜이 쌓이는 곰팡내 마른 우물이 되기 전 강물이 되어 굽이굽이 흘러 꽃을 피우고 나그네의 갈증을 채우는 생수 오아시스를 찾는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1.12.27
밤안개 밤안개 /안개비 임현숙 밤안개가 촉수를 뻗어 분주한 거리의 소음을 먹고 너절한 쓰레기도 삼켜버리고 노숙자의 헙수룩한 일상도 어느 등이 굽은 노인의 구시렁구시렁도 상냥한 점원의 미소도 꿀꺽 해버렸다 밤인지 아침인지 모호한 시간 칼날 같은 그리움으로 파닥거리는 심장..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1.12.22
보라, 꽃불을 보라, 꽃불을 /임현숙 보라, 강 건너 마을에 이글이글 솟아오르는 꽃불을. 야금야금 어둠을 삼키며 붉은 아침이 찾아들어 지난밤 별들의 시름이 하얗게 서리꽃으로 앉은 자리에 영롱한 빛이 발하는 것을. 사랑도 아침 햇살처럼 그늘진 마음에 꽃불을 놓았다. 아픔을 어루만진 사랑..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1.12.14
그대와 둘이 걷는 길 그대와 둘이 걷는 길 /안개비 임현숙 그대와 오솔길을 걷고 싶어요 아무 말 없이 걷더라도 마주 보고 미소 지으면 두 마음 하나인걸 길섶에 꽃들이 부러워 고개 돌리고 새들도 시샘해 노래 그쳐도 우리 둘이 사랑가 부르면 되는걸 해가 지고 어둠이 깃들고 승냥이 울음 들려도 그..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1.12.13
잃어버린 모습 잃어버린 모습 /안개비 임현숙 유리창에 성에가 낀 아침 마당 세숫대야를 만지면 손이 쩍 붙어 버리고 툇마루 밑 아궁이에 끓고 있는 물을 바가지로 퍼낸 만큼 채워야 했던 그해 겨울 학교 가는 길에 코밑엔 고드름이 달리고 발을 동동 구르다 올라탄 만원 버스는 사선으로 몸이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1.12.13
열애熱愛 열애熱愛 /임현숙 빈 위장에 아침부터 카페인을 쏟아 부으면 모락모락 뇌관을 흥분시키는 원두의 향기 목젖을 애무하고 모세혈관이 꿈틀거리는 커피와의 열애 사랑하는 커피와 하나가 되는 이 짜릿함 이 순간 난 '러브스토리'의 '알리 맥그로우' 아라비아산, 브라질산, 아니 맥심..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1.12.11
그런 집이 있었습니다 그런 집이 있었습니다 임 현 숙 길모퉁이 돌아 담쟁이 엉클어진 축대 높은 집 돌계단 올라서면 능소화 수북하던 담장 옆에 대추나무 유령처럼 서 있고 통나무 벤치 놓인 마당에 여름밤이면 오빠네랑 언니네랑 별빛 헤아리며 삼겹살에 술잔 기울이던 곳 겨울이면 남쪽으로 열린 창에 쏟아..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1.12.08
겨울 산에 눈이 내리면 겨울 산에 눈이 내리면 /안개비 임현숙 겨울 산에 눈이 내리면 벌거숭이 나무도 바람을 배웅하던 억새도 하얀 솜이불을 덮고 평온한 겨울잠에 빠져듭니다 바람이 머물다 간 가지엔 눈꽃이 피고 나무의 숨소리가 골짜기를 메워 산은 고즈넉한 침묵 속에 가라앉습니다 산 너머에 겨울 산처..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1.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