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노래 11월의 노래 /안개비 임현숙 아침 햇살이 안개를 삼키는 가을 강가에서 음표 없는 노래를 부르노라. 기우는 해를 따라 세월 속에 잠드는 가을아 네가 물들여 놓은 나무처럼 나의 노래도 빨간 능금으로 익었다. 달콤한 사과즙처럼 흐르던 시어에 휘파람 소리 들리고 폭죽이 터지는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1.11.07
11월의 나무 11월의 나무 /안개비 임현숙 잎이 푸르던 날엔 새들이 날아와 둥지를 틀고 꿈에 부풀어 신록을 노래했지 붉게 물들어 이글거리는 열정을 품었던 날이 기우는 갈 햇살에 시들해 져가는데 채 붉기도 전에 서리 맞은 마지막 이파리가 안쓰럽다. 차라리 해를 삼켜 재가 되어버릴 것을.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1.11.06
가을, 더 깊은 울림 가을, 더 깊은 울림 /안개비 임현숙 간밤에 비가 내려 촉촉이 젖은 호숫가엔 나무들이 옷을 벗고 있다. 쪽배를 탄 강태공의 낚싯줄에 물고기가 파르르 비늘을 떨어내듯 나무들도 낙엽을 털어내며 그렇게 가을이 깊어가나 보다. 내 몸에서도 비늘이 떨어지고 있다. 떨어지는 것은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1.10.31
만추(晩秋) 만추(晩秋) /안개비 임현숙 까치발 해 손끝 닿아도 떫은 사랑의 외줄 타기에 속살을 할퀴는 날들 가슴에 흐르는 붉은 강에 밤마다 그리움을 헹구어 내 새벽이면 수정 방울 뚝뚝 차마 떠나 보내지 못해 가지 끝에서 울고 있는 아, 가을... Oct.28,2011 Lim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1.10.28
그리움 그리움 /임현숙 불타는 단풍잎에 마음이 데였다 물집 하나하나 터뜨리며 호호 불고 있는 새벽 별빛은 어찌 초롱초롱한지 아리다. Oct.26,2011Lim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1.10.26
가득한 사랑 가득한 사랑 /안개비 임현숙 푸르던 날엔 다섯 손가락 살랑거리며 마음 녹이고 농익은 가을날엔 가지마다 넘쳐 흐르는 붉은 포도주의 유혹 가을 햇살이 단풍잎을 곱게 채색하고 내 정수리에 은빛 물을 들이고 그대 잔엔 넘치는 한 잔의 술... Oct.24,2011 Lim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1.10.25
가을을 울려라 가을을 울려라 /안개비 임현숙 바람이 어디로 갔는지 단풍잎이 고개 흔들기를 멈추고 공원에 홀로 선 은사시나무잎만 내 발등에 쌓이네 흰 구름이 투영된 호수 바람잔 자리에 누운 낙엽 배 고요 속에 돌을 던져 모두 깨우고 싶다 바람아 잠에서 깨어 가을을 울려주렴 가슴 속에 젖..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1.10.20
하루를 달리다 하루를 달리다 /안개비 임현숙 앞서 달리는 하루를 쫓아가다 숨이 차 멈추어 선다 해가 중천에 있는데 서편 하늘에 잠들어 있는 하얀 낮달 가을볕에 바람이 오수에 들고 노란 은행잎 부챗살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힌 오후 달리던 버스도 빨간 신호에 갇혔다 내가 멈추니 시간이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1.10.20
기다리는 마음 기다리는 마음 /안개비 임현숙 기적을 울리며 다가오는 마지막 기차에 당신이 타고 있었습니다 간이역 긴 의자에 앉은 여인을 지나치는 당신의 눈빛은 미지의 여행길에 오른 나그네의 설렘이 담겨 있었어요 장대 끝에 나부끼는 깃발처럼 팔을 뻗어 손을 흔들었지만 당신은 끝내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1.10.16
낙엽은 져도 낙엽은 져도 /안개비 임현숙 마른 잎이 서둘러 이별을 고하는데 바람은 신이 나 춤을 추며 소금 사막 같은 마음에 둥지를 틀고 상념을 부추깁니다. 갈증의 고비마다 보여주는 신기루에 한 때 사랑했던 사람이 떠오르고 그보다 나를 더 좋아하던 그 사람의 안부가 더 궁금해 해후를 꿈꾸기도 합니다 머..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1.10.15
어쩌면 좋아 어쩌면 좋아 /안개비 임현숙 재잘거리는 햇살이 단잠에 취해 구름 속에서 헤매는 날 간지럽혀 마지못해 일어나려는데 아! 어쩌면 좋아 따스한 가을볕이 폭신한 솜이불을 덮어 주네. Oct.13,2011 Lim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1.10.14
내 가을의 주인 내 가을의 주인 /안개비 임현숙 마른 잎의 춤사위가 빈 마음을 흔들어대는 가을입니다 거미줄에 걸린 나비처럼 버둥거릴수록 그대에게 빠져드는 나. 그대와 단풍 길을 걸으며 두 얼굴이 붉어지고 서로의 목소리가 타들어가는 데도 나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도란도란 이야기했던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1.10.12
친구(親舊) 친구 /안개비 임현숙 몇 년을 신어 굽이 닳아빠진 하얀 가죽신 손금처럼 갈라져 궁상이 묻어나도 발가락들이 고른 숨을 쉬고 사뿐히 내 디딜 때마다 즐거운 비명이 들리는 이 편안함... 친구랑 나들이 간다. Oct.07,2011 Lim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1.10.07
사과 사과 /안개비 임현숙 빨간 사과 우두둑 깨물어 보니 아삭거리는 맛이 연애 같다 헤어져 돌아서면 애틋한 맛 눈 마주치며 속삭이는 맛 보고 또 봐도 보고 싶은 맛 이 빠진 할머니가 오물오물 씹던 맛은 불혹을 넘어가던 맛이었을까 아마도 손자 재롱을 보는 달콤함이었을 거야. Oct.0..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1.10.06
그리움의 등을 켜니 그리움의 등을 켜니 /안개비 임현숙 지난 여름비의 상처는 그저 희미한 시간의 흔적일 뿐 계절이 바뀌면서 잊혀 가듯 초록빛 꿈을 그리던 젊은 날의 기억도 옛날 옛적 이야기이다 책을 열면 길이 보일 것 같아 밤을 지새우며 헤르만 헷세를 탐독하고 빨간 줄을 그어가며 외우곤 했..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1.10.06
불씨는 꺼트리지 말아요 불씨는 꺼트리지 말아요 /안개비 임현숙 아스팔트 위를 달리던 뜨거운 여름 해 서산으로 기운지 이미 오래인데 아직도 남아 있는 열기가 아쉬워 자꾸 손을 대봅니다 입술에 닿기도 전에 식어버린 커피를 마시며 불쏘시개에 불과헀을지 모를 식어가는 그대의 부뚜막에 오늘도 장작을 지핍니다 그대여,..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1.10.06
빈자리에 너를 채운다 빈자리에 너를 채운다 /안개비 임현숙 비 내리는 아침 수줍게 물들던 단풍나무가 슬피 울고 있는 빗속을 거닐며 보랏빛 향기를 날리던 여름이 그리워 흔적을 뒤져보지만 꽃배추만 푸른 이파리를 흔들고 있다 가을은 어김없이 비를 데려와 나를 대숲에 서 있게 한다 댓잎의 뒤트는 몸짓에 동공이 흐려..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1.10.04
애오라지 네 글자뿐... 애오라지 네 글자뿐... /안개비 임현숙 가을은 시나브로 쓸쓸한 숲으로 데려가는데 물빛 하늘이 유혹하는 날은 그대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 날 하늘만큼 할 말이 많지만 아무리 써내려가도 보고 싶다 애오라지 네 글자뿐. Oct.02,2011 Lim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1.10.03
어디로 가려 하나... 어디로 가려 하나 /안개비 임현숙 코스모스를 어루만지던 바람 여린 꽃잎에 눈물방울 맺혀놓고 억새를 품에 안더니 구슬픈 휘파람만 남겨두고 국화꽃을 피우러 달아난다 내 마음에 이는 갈바람은 어디로 가려 하나... Oct.01,2011 Lim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1.10.02
희망 희망 /안개비 임현숙 보일 듯 말 듯 안갯속에 숨어 애간장 태우고 올 듯 말 듯 늘 그 자리에서 맴돌며 잡힐 듯 말 듯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얄미운 너 희망이, 누군가 널 잡으려 덫을 놓았다. Oct.01,2011 Lim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1.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