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밤안개

라포엠(bluenamok) 2011. 12. 22. 03:31

 

 

 

 

 

밤안개

         /안개비 임현숙

 

 

 

밤안개가 촉수를 뻗어
분주한 거리의 소음을 먹고
너절한 쓰레기도 삼켜버리고
노숙자의 헙수룩한 일상도
어느 등이 굽은 노인의 구시렁구시렁도
상냥한 점원의 미소도 꿀꺽 해버렸다

밤인지 아침인지 모호한 시간
칼날 같은 그리움으로 파닥거리는 심장에
파도처럼 밀려와 삼킨 것들을 쏟아낸다

주눅이 든 일상,
나른한 대화. 물거품 같은 이야기들.
아침이면 지워질 것들.
포식한 허무를 야금야금 배설하고선
내 그리움마저 탐을 낸다

그래,

서글픈 이야길랑 다 가져가라지
아침 햇살에 촉수가 타 버리면
남은 건 못다 이룬 그리움과 희망뿐.

너는 내 잠마저 앗아가고 말았다.

 

 

 

          Dec.21,2011 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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