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잃어버린 모습

라포엠(bluenamok) 2011. 12. 13.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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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잃어버린 모습
                      /안개비 임현숙
        유리창에 성에가 낀 아침
        마당 세숫대야를 만지면 
        손이 쩍 붙어 버리고
        툇마루 밑 아궁이에 끓고 있는 물을 
        바가지로 퍼낸 만큼 채워야 했던
        그해 겨울
        학교 가는 길에
        코밑엔 고드름이 달리고
        발을 동동 구르다 올라탄 만원 버스는
        사선으로 몸이 기울어져도 
        따뜻해서 좋았다
        얼었던 양볼이 발갛게 물들어
        옆에 선 남학생 보기가 민망해
        손이라도 닿을까 봐 맘 졸이던
        순수한 시절의 내 모습
        다시 겨울이 와도
        되돌아갈 수 없는 순수
        잃어버린 날의 발간 양볼을
        목욕실 뿌연 거울 속에서 
        매일 만난다.
        
                   
         Dec.12,2011 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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