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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겨울 산에 눈이 내리면

라포엠(bluenamok) 2011. 12. 8. 01:58

    겨울 산에 눈이 내리면 /안개비 임현숙 겨울 산에 눈이 내리면 벌거숭이 나무도 바람을 배웅하던 억새도 하얀 솜이불을 덮고 평온한 겨울잠에 빠져듭니다 바람이 머물다 간 가지엔 눈꽃이 피고 나무의 숨소리가 골짜기를 메워 산은 고즈넉한 침묵 속에 가라앉습니다 산 너머에 겨울 산처럼 말없이 우뚝 선 빙벽이 있습니다 침묵의 서원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릅니다 햇살 반짝이는 날 겨울 산은 하얗게 웃고 있는데 차가운 빙벽은 빙산이 되어갑니다 침묵의 벽을 울리는 바람의 노래는 억새들의 이별가인지 눈꽃송이의 사랑가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빙벽 앞 한 그루 나목은 동면에 들지 못하고 칼바람 추위에 신음하며 지난여름 햇볕을 그리워합니다 겨울 산에 눈이 내리면 새근새근 숨소리 평화롭게 들리고 아직 잠들지 못한 빙벽 앞 나목 한 그루 바닥난 눈물샘에 빈 두레박질 하고 있습니다. Dec.07,2011 Lim

 

 

 

 

겨울 산에 눈이 내리면
                       /안개비 임현숙


 

 

겨울 산에 눈이 내리면
벌거숭이 나무도 바람을 배웅하던 억새도
하얀 솜이불을 덮고 평온한 겨울잠에 빠져듭니다
바람이 머물다 간 가지엔 눈꽃이 피고
나무의 숨소리가 골짜기를 메워
산은 고즈넉한 침묵 속에 가라앉습니다
산 너머에 겨울 산처럼 말없이 우뚝 선 빙벽이 있습니다
침묵의 서원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릅니다
햇살 반짝이는 날 겨울 산은 하얗게 웃고 있는데
차가운 빙벽은 빙산이 되어갑니다
침묵의 벽을 울리는 바람의 노래는
억새들의 이별가인지 눈꽃송이의 사랑가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빙벽 앞 한 그루 나목은 동면에 들지 못하고
칼바람 추위에 신음하며
지난여름 햇볕을 그리워합니다

 

겨울 산에 눈이 내리면
새근새근 숨소리 평화롭게 들리고
아직 잠들지 못한 빙벽 앞 나목 한 그루
바닥난 눈물샘에 빈 두레박질 하고 있습니다.

 

                         

 

                          Dec.07,2011 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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