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집을 나가는 봄 마음이 집을 나가는 봄 안개비 임현숙 봄이 와 마음이 자꾸 집을 나가네 어느 시집 갈피에서 그리움을 줍더니 눈만 뜨면 헝클어진 머리로 집을 나서네 신발도 한쪽엔 끈 풀린 운동화 한쪽엔 구멍 난 구두를 신고 바람을 쫓아 설렁 이다 자정이 되어서야 집을 찾아오네 건너편 창문에 불이..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3.21
노루귀 노루귀 안개비 임현숙 봄이 왔다고 바람이 깨웠어요 부스스 눈을 뜨니 이슬이 눈곱을 씻어 주네요 부끄러워 숨고 싶은데 햇살이 짱짱해서 갈색 귀 아래 움츠렸어요 귓가에 물소리 들려와요 개골창이 수다스럽네요 봄은 눈만 뜨는 게 아니라 귀도 열리나 봐요. Mar.17,2012 Lim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3.18
감기약 감기약 안개비 임현숙 초대하지 않아도 걸핏하면 찾아와 눈물 콧물 흘리게 하더니 오늘은 아예 똬리를 틀고 앉았네 저항하려 먹은 알약 티브이 소리 멀어져 가고 풍선 바람 빠지듯 주저앉는 몸 잠들기 이른 시각 이 악물어 버텨보지만 쿵 어디서 정신 놓는 소리 어렴풋하다. Mar.17,2012 Lim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3.18
언제나 사랑해 (패랭이꽃 연가) 언제나 사랑해 (패랭이꽃 연가) 안개비 임현숙 그리움이 길을 내어 더듬던 길목에 화사하게 피어난 패랭이꽃 그대 돌보지 않아도 오롯한 그리움 뿌리내려 자리한 초롱초롱한 별빛 찾아 꽃잎 한 장 꽃술 하나까지 그리움 송송 박아 그대 정원에 피어나겠습니다. Mar.17,2012 Lim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3.17
그리움에 꽃물 오르고 그리움에 꽃물 오르고 안개비 임현숙 달빛으로 오신 당신은 수취인 없는 기침 소리로 내 마음을 깨우곤 합니다 담북장 같은 그대. 한소끔 맛을 보면 발그레 꽃물이 피어날 것 같은데 말을 아끼는 당신의 졸졸 흐르는 물소리만 내 심장을 흔들며 지나갑니다 혹여, 마음 한 자락 내 그리움..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3.17
구름이 되어 구름이 되어 안개비 임현숙 어제 물을 너무 마셨나 봐 하늘만큼 불어난 내 몸을 좀 봐 회칠한 천장 같잖아 파란 얼굴 다 가렸다고 하늘이 울고 있어 이리저리 끌고 다니던 바람도 내 발아래서 빙빙 도네 저것 좀 봐 봄꽃이 오돌오돌 떨고 있어 그믐달 눈초리로 내 몸을 찔러 볼래 풍선 로..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3.15
이렇게 살 수 있다면 이렇게 살 수 있다면 안개비 임현숙 발 없는 노래 한 곡도 바른길을 찾아 소리를 내야 해요 두 발로 걷는 인생길도 정도를 걸어야지요 신의로 다져진 신발을 신고 무뎌진 마음결을 다듬어야해요 내 삶의 주인공은 나이지만 때로 다른 사람의 인생 무대에 조연이 되어 주연을 빛내주는 사..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3.14
구실 구실 안개비 임현숙 나목과 동침하던 겨울이 자취를 감추며 하는 말 봄에 자리를 양보한다 그러더라 이제 실속 없는 나목을 떠나는 그럴듯한 구실을 찾은 게지 눈비 맞으며 쌓은 정 다 거짓이었니? 뒷모습 보인 겨울 자리에 고운 꽃 피는 날 내일모레란다. Mar.12,2012 Lim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3.13
꽃샘바람 포효해도 꽃샘바람 포효해도 안개비 임현숙 환풍기 날개가 홰를 친다 사방을 둘러봐도 열린 틈은 없는데 전등이 흔들리고 등줄기 오싹한 휘파람 빌딩 골을 돌아드는 바람의 포효 몸부림치는 나무 팔을 자르고 이제 막 눈 뜨는 꽃 파랗게 질린 입술 후들거리는 대공 그러나 흔들림 없는 호수 분수..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3.13
병아리 모이 줍다 병아리 모이 줍다 안개비 임현숙 톡 톡 부리로 벽을 깨고 처음 본 세상에 나온 순간 눈 부신 햇살에 행복했어 어미 닭을 쫓아다니며 주워 먹는 모이의 맛 상큼한 푸새 맛이 속이 편해 느물느물한 고기를 먹으면 가슴이 뛰더라 거친 모래알은 야성이 느껴져 힘이 솟기도 해 시간이 흘러 모..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3.11
가슴에 묻는다는 건 가슴에 묻는다는 건 안개비 임현숙 가슴에 묻는다는 건 잊는다는 얘기인 줄 알았다 군복 벗은 지 한 달 저승사자가 친구들을 앞세워 찾아와 태종대 바위에 세웠다 밤바다에 일렁이던 파도 여드름 자국 진 청춘을 수장시켜 잠수부가 이틀을 뒤져 건져 올린 시신 흔들리는 배 안에서 늙은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3.11
봄비 내리면 문득 봄비 내리면 문득 안개비 임현숙 봄비 내리는 날 문득 바다가 보고 싶었어요 하늘도 바다도 그대 그리운 나도 울고 갈매기도 끼룩끼룩 슬피 우는데 등대는 말없이 바라만 보네요 그리운 것은 수평선 너머에 있어 손을 뻗으면 닿을 듯 한데 파도가 발목을 잡아 흐느끼는 마음이 휘청거려..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3.10
그대 들리는가 그대 들리는가 안개비 임현숙 봄이 깨어났다. 겨울비에 지친 사철나무 아침 햇살에 옹알이하면 해바라기 하던 텃새들 덩더꿍 꽃이 핀다고 맞장구치는 소리 나목 가지 뿌드득 움트는 소리 막 깨어난 땅의 살갗 터지는 소리 물빛 하늘에 봄비 흐르는 소리 귀를 닫아도 들리는 봄의 메아리..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3.09
식어가는 찻잔 식어가는 찻잔 안개비 임현숙 금방이라도 달려올 것 같아 국화차 두 잔 나란히 우려놓고 밤마다 빌고 비는 그대의 안녕 봄 햇살에 반짝이는 건 그리운 만큼 보고 싶어 흐르는 내 눈물이라고 빈 의자 바라보며 독백하는 이 밤 싸늘히 식어가는 찻잔 가득 고인 그리움 언제쯤 우리 눈과 눈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3.07
맹 순이의 철학 맹 순이의 철학 안개비 임현숙 빙산의 일각 사람들은 열에 하나만 드러내놓지 그림에도 글에도 대화 중에도 맹 순이는 바닷속에 잠긴 빙산의 구각 하나만 남기고 다 뒤집어 보이고 살아 마지막 감춘 건 하나 어쩌면 살살 꼬드기는 바람에 그 하나마저 다 보여줄지 몰라 바람 부는 날이면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3.07
봄, 햇살 그리고 바람 봄, 햇살 그리고 바람 안개비 임현숙 벌써 두 차례 카페인을 흡입하고도 베개를 끌어안는 눈꺼풀 나른함이 좀 더 눕자 하네 며칠 봄 앓이 하던 하늘에 파랑 깃발이 펄럭이고 팽팽한 햇살 따라 집 나섰다가 봄바람 매운 손맛 톡톡히 보았네 얼얼한 민낯 얄미운 햇살 언제나처럼 속으면서도..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3.06
고구마와 커피의 만남 2012.03.03(토) 오늘 아침 식사는 동서양의 만남 ㅎㅎ 신여성 커피와 만난 선머슴 고구마 방금 열탕에서 나와 뜨거운 몸 커피 향에 더 붉어졌네 토실토실한 속살 반쯤 들어내 놓고 감질나게 하는 고구마 만만찮은 커피 아가씨 내숭 떨지만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정 바..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3.04
안개비처럼 안개비처럼 안개비 임현숙 안개비가 내리는 아침은 먼데 풍경이 알 듯 말 듯한 그대 마음처럼 비밀스럽다 어느 날엔 투명한 유리창으로 다가와 들여다 보려 하면 슬쩍 커튼을 내리는 그대 안개비는 풍경을 지우고 그대는 하얀 슬픔의 연막을 드리운다. Mar.02,2012 Lim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3.03
봄에 붙이는 마음 봄에 붙이는 마음 안개비 임현숙 이웃집 아줌마 얼굴에 열꽃 피었다네 하얀 식탁을 새로 산 날 두 살배기 아들이 볼펜으로 세계지도를 그렸다지. 새로운 3월의 하얀 도화지에 나는 무슨 그림을 그릴까 진달래 피는 날 벚꽃 피는 날 꽃 시각 표를 그려볼까? 가장 그리고 싶은 건 비행기 표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3.02
아름다운 꽃송이 아름다운 꽃송이 안개비 임현숙 梨花, 꽃송이 같은 내 친구들, 노천극장 돌계단에 올망졸망 앉아 구름 성을 지으며 나누던 꿈 이야기를 기억하니? 귀퉁이 마모되고 금 간 돌계단만큼 이젠 세월의 흔적이 총총 박혀 해맑던 얼굴에 눈가 잔주름이 웃고 있구나 하늘에 걸어놓은 그 시절 그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