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가 되고 싶단다 민들레가 되고 싶단다 안개비 임현숙 하늘하늘 여린 풀잎은 민들레가 되고 싶단다. 밟아도 고개 드는 질경이처럼 뽑아도 어느새 쑥쑥 위풍당당한 천덕꾸러기. 꽃샘바람에 얼얼해도 억수로 내리는 비를 맞아도 함초롬히 노랗게 웃는. 혹한의 겨울을 홀씨로 지내고 봄바람에 살랑..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2.08
가시나무새 가시나무새 안개비 임현숙 단 한 번 노래한다는 전설의 가시나무새. 다가가면 재가되는 사랑 불꽃으로 날아드는 불나비처럼 가시에 찔려 아파하며 앉은 가지마다 핀 붉은 꽃. 수 없이 박힌 가시 홀로 빼내던 밤 목울대 삼키며 참아내던 울음 마침내 토해낸 천상의 노래. 구름도 비..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2.07
봄이 오는 길목 봄이 오는 길목 안개비 임현숙 하늘 파란 미소 따라 햇살은 반짝반짝 바람은 살랑 길 따라 마냥 걷고 싶은 날 공사장 망치 소리도 흥겨운 노래 두꺼운 옷을 벗어들고 걷는 사람 영역 표시하기 바쁜 견(犬)공들 틈새로 아물아물 피어나는 아지랑이 꽃 산마루에 쌓인 눈 후 불어 날리고 진달..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2.05
아름다운 동행 아름다운 동행 카페지기/안개비 작은 필통 속 몽당연필들 알록달록 옷을 입고 솜씨 자랑에 웃음꽃 피웠다 문패 달린 방 문턱이 닳아지도록 슬픈 노래 부르는 몽당연필의 등을 토닥거리고 즐거운 노랫소리에 화음 넣어 고운 마음의 합창을 한다 가지런한 신발이 향기로운 현관 예..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2.03
그대가 나무라면 그대가 나무라면 안개비 임현숙 사랑하는 사람아 처음 뿌리 내린 곳에 발을 묻고 늘 그 자리에 서 있는 나무였으면 초록 눈 빛으로 봄을 열고 하얀 꽃잎 향기를 날리는 아카시아 꽃 달콤한 마음의 향기를 닮았으면 한여름 햇볕을 피할 수 있는 넉넉한 그늘을 지닌 느티나무 가슴이..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2.01
그냥 눈물이 나 그냥 눈물이 나 안개비 임현숙 자리번호 249, 250 우리 집 주차 공간 물끄러미 벽을 보는 순간 젖어드는 속눈썹. 날마다 신고 다니던 검정 신발 기름진 밥을 많이 먹어 벗어야만 했던 구두 이젠 누군가가 신고 있을. 빈자리 날 잊어가는 것 내가 놓아버린 것 아직 다하지 못한 정 부스..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2.01
사랑道 그리우面 얼음里 사랑道 그리우面 얼음里 안개비 임현숙 사랑道 오늘 날씨는 흐림 냉소 깃든 잿빛 하늘이 진눈깨비를 퍼부어도 슬프지 않아 내 안에 가득한 그리움의 잔영 고운 향기 그리우面 눈물이 날까 봐 추억마저 지웠어 해와 달의 거리만큼 멀리 있어도 마음에 길이 있어 오가던 인연들 이..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1.29
女心 女心 안개비 임현숙 개나리꽃 향기에 하늘이 노랗게 현기증 나면 진달래 뒤따라 올까 눈을 주워 먹고 달빛에 꽃물 올린 분홍 진달래 꽃길 따라 내 임도 버들피리 불며 날 보러 오실까 창가에 꽃 등 밝혀 봄님 오는 날 기다릴래 하늘이 노래지면 고운 임 오실까 봐. Jan.27,2012 煙雨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1.28
봄인 줄 알았어 봄인 줄 알았어 안개비 임현숙 햇살이 고와서 산책을 나섰네 창에서 내다본 풍경은 봄이었어 귀를 에는 찬 바람에 머릿속이 얼얼해도 볼을 쓰다듬는 명주바람이었지 높은 가지에 까마귀 깍깍 친구를 부르고 청둥오리떼 볕 바라기 호수에 바람이 일고 있었어 버선 콧날 사뿐사뿐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1.27
밤비 내리는 강 밤비 내리는 강 안개비 임현숙 어둠 속에서 사정없이 내리는 비를 순순히 포옹하고 있는 강은 달빛 미끄러지던 은반 보드라운 비단 강이 빗줄기의 최면에 걸려 수 도 없는 동그라미를 그리며 개구리울음을 운다 아침 햇살에 물안개 하얀 춤을 추던 잔잔한 강물이 슬픈 연가를 부..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1.26
등불 등불 안개비 임현숙 하얀 눈(雪)빛이 추워서 별을 머리맡에 두었지 썰렁한 방안이 네 온기로 포근해 책갈피마다 숨어들고 움직이는 손가락 따라 너울대는. 잠 못 이루는 밤 삿갓 깊숙이 눌러쓰고 말똥말똥 내 곁을 지키는 나만의 별. Jan.25,2012 煙雨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1.26
고드름 고드름 안개비 임현숙 그대 없는 어둠에서 마디마디 자란 그리움이 가시가 되었나 봐요 행여 녹을세라 조심조심 그대를 기다려요 어서 날 꼭 껴안아 줘요 그대 품에서 녹고 싶어요 가시에 찔리지 않게 살포시. Jan.23,2012 煙雨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1.25
나이를 먹는다는 건 사진: 떠나는길 나이를 먹는다는 건 안개비 임현숙 새로운 해, 세월이 나이를 한 살 더 먹고 태양도 검버섯 하나 늘고 나목도 나이테 하나 더 둘렀을 뿐 어제와 똑같은 날. 나이를 먹는다는 건 백지에 점을 찍고 선을 그어 산을 그리고 무채색 나무가 색깔 옷을 입듯 화폭이 물들어 가는 것..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1.24
행복 딜레마 행복 딜레마 안개비 임현숙 비가 그친 이른 아침 쌩 지나치는 자동차의 불빛에 나목이 물빛 구슬을 꿴다 비를 맞아야 아름다운 별이 열리는 나목 눈물 강이 흘러야 詩를 담는 가슴 행복한 딜레마 삶의 비상구, 출애굽 강의를 들으러 가는 발길이 투덜거린다. Jan.22,2012 煙雨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1.23
눈물 눈물 /안개비 임현숙 설레는 노래를 부르지 마요 내 이름을 부르지도 마요 겨울비에 씻긴 하얀 눈은 속이 다 드러난 채로 울고 있어요 눈雪 물인지 눈眼 물인지 투명한 얼음장 밑으로 맑은 물이 흐르네요 슬픈 노래는 안 부를래요 쌓인 눈 다 녹으면 다시 피어날 장미 위해 꽃 노래..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1.21
눈길 눈길 안개비 임현숙 간밤에 눈이 내려 하얀 세상 소복이 쌓인 눈은 바람도 멈춘 순수. 차마 망설이다 발을 디뎌봅니다 뽀드득 소리에 잠 깬 바람이 그제서야 나뭇가지를 흔들고 눈덩이 차가운 입맞춤에 흠칫 놀란 발자국들의 반란 마구 짓밟힌 눈길은 상처 자국마다 눈물입니다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1.21
추락하는 꽃 추락하는 꽃 /안개비 임현숙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깊고 소용돌이 이는 우물 같아 두려워 뒤로 물러섰었지 마치 최면에 걸려 몸을 날릴 것 같았거든. 먼저 간 친구 그리워 허상과 대화하던 백합 한 송이 그 우물에 떨어지고 말았어. 고통의 굴레를 빠져나오지 못하고 영..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1.18
마음이 텁텁한 날 마음이 텁텁한 날 /안개비 임현숙 뿜어나오는 가는 물줄기가 사정없이 쏟아내는 건 방금 혀가 만족하고 남은 찌꺼기 오물통을 보는 듯해 외면하고 물 칫솔질을 하니 개운하다 마음이 텁텁한 날 검고 악취 나는 불순물 걸러지게 마음의 물 칫솔질을 해볼까나. Jan.16,2012 煙雨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1.17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안개비 임현숙 골목길이 미어지라 몰려다니며 가위바위보로 술래 정하고 전봇대에 술래 세워 하던 놀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술래 몰래 다가가는 법 어정쩡해 잘 들켰지 어른이 된 지금도 꾀가 없어 세상에 다 들어내 놓고 산다 술래인 너는 내 동작..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1.16
벗이여, 내게 온다면 벗이여, 내게 온다면 /안개비 임현숙 벗이여, 내게 온다면 구름으로 올래 무더운 날엔 비를 머금고 추운 날 포근히 함박눈을 내리는. 달빛으로 올래 태양은 나를 태우고 별은 무수히 많으니 조용히 발잔등을 비추는. 따스한 바람으로 올래 내 숨통에 신선한 웃음을 불어넣어 찌푸..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