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산山 다가오는 산山 임 현 숙 옆집에 노부부가 살았다 아침마다 부인은 화단에 물을 주고 이따금 세차도 했다 남편은 부인과 외출할 때 잠깐 보일 뿐 조용한 사람 같았다 어느 새벽, 삐오삐오~ 구급차가 오고 누군가 실려 나갔다가 아침결에 돌아온 후 밤이 되어 다시 911이 오고 부인의 울음이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9.05.18
그리운 어머니 그리운 어머니 임 현 숙 다정한 오월이 오면 어머니 그리워 카네이션보다 진한 눈빛으로 허공 저 너머 둘러봅니다 늘 허약하셨던 어머니 풋풋한 시절 비 내리던 날 교문 앞 친구 어머니 보며 철철 젖어 달려갈 때 아주 작은 부러움이 사춘기에 그늘이었지만 친정 나들이 때마다 고이 접은..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9.05.02
시간이 흐르면 시간이 흐르면 임 현 숙 닦아도 닦아도 멈추지 않던 콧물 풀어도 풀어도 줄줄이 풀리는 휴지 그러나 주어진 한계 있듯이 시간이 흐르면 아픔도 잊히겠지. -림(20120515)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9.03.03
소리 없이 내리는 비는 소리 없이 내리는 비는 임 현 숙 소리 없이 내리는 비는 귀를 쫑긋 가까이 다가가도 말발굽처럼 뛰는 심장 소리 들리지 않습니다 아주 가끔은 당신 숨소리처럼 천둥 번개를 데려오는 거친 빗소리가 듣고 싶습니다. -림(20120425)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9.02.27
봄인 줄 알았어 봄인 줄 알았어 임 현 숙 햇살이 고와 산책을 나섰네 창에서 내다본 풍경은 봄이었어 찬 바람에 머릿속이 얼얼해도 볼을 쓰다듬는 건 명주바람이었지 청둥오리떼 볕 바라기 하는 호수에 바람이 날고 있었어 사뿐사뿐 다가오는 버선 콧날 같은 은물결은 아, 그리움이었네 붉은 단풍 뚝뚝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9.02.19
겨울비 겨울비 임 현 숙 겨울비 내려 글썽글썽 눈물짓는 나목을 바라보다 가슴에 내리는 빗소리를 들었습니다 지난가을 타오르던 단풍이 그리워 흔적을 찾아 두리번거려도 주룩주룩 빗줄기만이 출렁이는 길 황홀경은 사위어지고 쓸쓸하여도 나뭇가지 속에 살아있는 불씨는 다시 타오를 날을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9.02.15
그 시간마저도 그립습니다 그 시간마저도 그립습니다 임 현 숙 멀리 고향을 떠나와 나처럼 외로운 건지 길섶에 옹기종기 살을 비비고 있는 조약돌들 비 내리는 날이면 빗물 따라가려 졸졸졸 거리지만 제자리에서 어깨만 들썩일 뿐 동해의 푸른 숨결 서해의 붉은 낙조 울안에 덩굴지던 능소화 마음 자락 별빛 헤며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9.02.06
봄을 그리며 봄을 그리며 임 현 숙 봄맞이하던 오솔길에 낙엽 쌓이고 쓸쓸한 겨울이 노닐고 있네 계절은 제 자리로 돌아오건만 내 삶은 언제나 겨울 울타리 안 연두 봄 찾아와 문 열어주기를 조금만이라는 바람의 끈 부여잡고 기다리고 또 기다릴밖에. -림(20171202)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9.01.17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임 현 숙 참 빛으로 오신 당신을 경배합니다 저마다 노래하는 메리 크리스마스, 성탄의 은총이 부요의 옷을 걸친 자리에나 거리를 유리하는 자들에게나 흥건히 넘쳐납니다 빨강 초록의 현란한 불빛 사이에 나도 하양 촛불로 나란히 반짝이고 싶습니다 저만치 외진 곳에..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8.12.25
그리움만 쌓입니다 그리움만 쌓입니다 임 현 숙 눈이 내립니다 한 장의 풍경 엽서 위에 삐뚤빼뚤 지나온 발자국 하얗게 지우며 닳아빠진 발바닥 잘 디디라 고개 숙이게 합니다 하얀 편지가 날립니다 온 세상 지극히 사연으로 덮여도 내게 온 편지 한 장 찾다가 찾다가 밤이 오면 싸락싸락 그리움만 가슴에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8.12.18
야누스 십이월 야누스 십이월 임 현 숙 십이월, 기쁜 성탄이 울려 퍼지고 빨강 초록 물결이 눈부신 저마다 흥겨운 자리 궁핍한 시선 하나 자선냄비에 던져지는 동전처럼 구르는구나 삶의 등짐이 버거워 영혼마저 팔 듯한 가여운 사람, 사람아 부디 힘내시라 고난과 생명의 십자가처럼 두 얼굴의 연말이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8.12.16
손녀를 위한 자장가 손녀를 위한 자장가 임 현 숙 이른 아침 일어나 엄마를 깨우고 할머니랑 장난감이랑 신나게 놀다가 꿈동산 친구들이 어서 오라 부르면 할머니 자장가 타고 꿈나라 놀러 가요. -림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8.11.19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은 임 현 숙 늦가을 비가 사락사락 눈처럼 내리면 살갗 안에 도사리고 있는 설렘이 부스럼처럼 돋아난다 어둠이 아침을 불러오는지 아침이 저녁을 데려오는지 어느 것이 먼저인지 아리송한 것처럼 시구에 홀리지 않았다면 그리움을 몰랐을까나 절절한 그리움이 시혼을 깨웠을..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8.11.11
11월의 우리 11월의 우리 임 현 숙 비어가는 11월 햇살이 짧은 그림자를 거두면 한 뼘 멀어진 나무와 나무 사이 바람이 밀고 당긴다 멀어진 만큼 따스함이 그리운 계절 바람 든 무속처럼 한여름 정오의 사랑이 지고 있으므로 슬퍼하지는 말자 꽃이 져야 씨앗이 영글 듯 우리 사랑도 가슴 깊은 곳에 단단..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8.11.07
낯설지 않은 낯설지 않은 임 현 숙 두드륵 두드륵 낙숫물 소리에 불면의 밤을 포옹해야 하는 가을밤 한여름 햇살이 뜨겁게 뒹굴다 간 자리 주룩 비가 강아지처럼 핥고 있다 단풍은 뚝뚝 지고 빗방울처럼 다정하던 우리 이야기 불티처럼 스러져가며 먼 데 사람은 더 멀어지고 밤은 가까이 더 길어지고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8.11.03
낙엽의 노래 낙엽의 노래 임 현 숙 한껏 햇살을 품에 안았어 푸른 산을 노을빛으로 물들이고 자작나무 숲에 노란 나비 나풀거렸지 새벽녘 안개에 촉촉이 젖어들면 단풍 숲은 무릉도원이었어 아직 뒷산엔 꽃불이 일렁이고 강나루 길엔 막 불꽃이 피는데 부르지도 않은 가랑비가 자박자박 오더니 자꾸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8.10.29
시월 하늘에 단풍 들다 시월 하늘에 단풍 들다 임 현 숙 초저녁, 놀 빛에 물든 보름달이 뒤따라 온다 내 눈에 담을 수 있는 하늘 한 조각엔 언제나 눈동자 하나 낮에는 눈부셔 바라볼 수 없는 눈빛으로 밤이면 눈물 나게 애처로운 눈빛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동행하는 하늘이 오늘 저녁엔 예사롭지 않게 눈빛이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8.10.19
눈치 눈치 임 현 숙 이제 첫돌 지난 손녀 '안돼'라는 말에 눈 마주치며 고개 끄덕이면서도 자꾸 손을 댄다 그 해맑은 눈동자에 눈치가 여물다 거듭 안 된다며 손을 아프게 때리면 눈웃음치다가 어림없는 일침에 그만 울음보가 터지고 어이구 내 강아지 똥도 이쁜 할미 맘에 부둥켜안고 토닥인..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8.10.18
어미의 마음 어미의 마음 임 현 숙 가을 나무에 아직 푸른 잎 붉게, 샛노랗게 물들고 있는 잎 벌써 바싹 마른 잎 한 뿌리에서 자라났어도 손가락처럼 다르다 바람이 불면 고운 이파리들 살랑살랑 왈츠를 추지만 벌벌 떠는 마른 이파리가 안쓰러워 가을 나무는 윙윙 운다 길고 짧은 내 분신들 자라다 만..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8.10.13
가을의 편지 가을의 편지 임 현 숙 가을이 편지를 보내옵니다 낙엽 갈피에 갈바람으로 꾹꾹 눌러쓴 자국마다 어느 가을날의 추억이 도드라집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찢으며 돌아서던 날 단풍은 서럽게 붉었고 연민이 발뒤꿈치를 부여잡았습니다 사랑은 지독한 열병이라는 걸 가르쳐준 사람이지만 도..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8.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