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우산 초록 우산 안개비 임현숙 풀 향기 머금은 바람 불어오더니 소나기가 내린다 소낙비 내리던 교문 앞에서 아픈 엄마를 야속해하며 비를 맞고 달리던 어린 시절에도 몸보다 더 젖었던 건 마음이었다 그날처럼 비가 내리고 우산 쓰고 걸어도 가슴은 비에 젖어 나뭇잎 우산 밑에 유유자적 망..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7.10
당신으로 행복합니다 당신으로 행복합니다 안개비 임현숙 당신은 푸른 하늘입니다 마냥 응석 부려도 살갑게 안아주는 너른 가슴이 포근한 설렘으로 다가옵니다 당신은 햇살입니다 짓궂은 비에 풀 죽은 들꽃을 활짝 웃게 하는 마법의 힘이 시공간을 넘어서 감싸옵니다 당신은 상쾌한 바람입니다 산모퉁이 에..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7.07
눈물의 맛 눈물의 맛 안개비 임현숙 이별 후 주체할 수 없이 입으로 고여 드는 눈물은 익모초 즙이요 왈칵 치미는 그리움에 동공을 적시는 눈물은 아삭아삭 씹히는 상큼한 키위, 사랑의 희열에 솟아난 눈물은 사르르 달콤한 아이스크림이다 오늘, 비 내리는 창 밖을 바라보며 홀로 마시는 커피잔엔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7.05
나뭇잎처럼 살라 합니다 나뭇잎처럼 살라 합니다 안개비 임현숙 나뭇잎처럼 살라 합니다 한겨울 눈 서리에 절여져 자양분 되어 푸른 싹을 키우고 숲 속에 신선한 이온 바람을 에돌게 하는 나뭇잎처럼 땡볕에 더위 먹어 새들새들하다가도 해거름에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비가 내리면 빗방울에 출렁이며 순종하..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6.30
그리움 담아 그리움 담아 안개비 임현숙 새벽이슬 턴 아침 긴 기다림에 지쳐 연두 입술 파르르 새침하다가도 햇살의 뜨거운 구애에 못 이긴 척 화사하게 웃으며 그리움으로 달뜬 마음의 노래 고운 임 귓가에 울리도록 주홍빛 나팔 불어요. 2012.06.29 림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6.30
해바라기 연가 해바라기 연가 안개비 임현숙 새벽하늘을 가르고 튀어 오른 붉은 해 그 찬연한 눈빛에 활짝 웃어요 구름에 가리고 비가 내리면 시무룩해 고개 떨구고 열렬히 바라보다 심장이 까맣게 타들어가도 오롯이 당신만을 바라보아요 일편단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도 눈부신 사랑 너른 세상에..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6.29
교환, 환급 불가랍니다 교환, 환급 불가랍니다 안개비 임현숙 새 블라우스의 단추가 망가졌어요 다시 가져갔더니 웃으면서 교환해 주네요 환급도 가능하다는데요 자식도 그럴 수 있다면 좋겠어요 품 안에 자식이라고 밉살스러울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땐 다시 뱃속에 넣고 싶지요 하지만 자식은 교환이 안 된데..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6.24
허물 허물 안개비 임현숙 의자 위에 침대 위에 널부러진 탈피의 흔적들 탓하기 입 아파서 문 닫아 외면하는 내 분신인 카멜레온의 허물. 2012.06.21 림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6.22
망치 소리 아침을 깨우고 망치 소리 아침을 깨우고 안개비 임현숙 탕... 아침을 깨우는 첫 망치 소리에 하루가 경주마처럼 달리기 시작한다 뚝닥뚝닥 창조의 노랫가락 따라 날마다 빌딩이 자라고 비가 내리면 더 큰 울림에 마음 벽이 와르르 무너져 열린 가슴에서 생각들이 춤을 춘다 출발의 신호 울리지 않는 날..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6.22
그대랑 둘이서 그대랑 둘이서 안개비 임현숙 그대와 오솔길을 걷고 싶어요 아무 말 없이 걷더라도 마주 보고 미소 지으면 두 마음 하나인걸 길섶에 꽃들이 부러워 고개 돌리고 새들도 시샘해 노래 그쳐도 우리 둘이 사랑가 부르면 되는걸 해가 지고 어둠이 깃들고 승냥이 울음 들려도 그대 있어 두렵지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6.22
詩 짓기는 가마솥에 밥 짓기 詩 짓기는 가마솥에 밥 짓기 안개비 임현숙 전기밥솥에 밥을 짓는 것처럼 시를 짓는다면 하루 세 번 맛있는 시를 지어낼 텐데 아궁이에 장작을 지펴 가마솥에 밥을 짓다 보니 설익거나 질척한 밥이 되는구나 시상이 안 떠오르는 날엔 이 집 저 집 기웃거려 보고도 싶지만 혹여 도용할까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6.21
환상의 보라 별 환상의 보라 별 안개비 임현숙 언젠가 네가 그랬지 멀리 있어도 가장 빛나는 별이 바로 나라고 못난이 별이어도 네가 좋다고 한 내 말 기억하니? 서로의 이름표 달고 너의 하늘엔 내 별이 나의 하늘엔 네 별이 오늘 밤에도 반짝일 거야 보랏빛 환상 속에서... 2012.06.19 림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6.20
풀꽃 반지의 추억에 풀꽃 반지의 추억에 안개비 임현숙 폭포처럼 쏟아지는 햇살이 눈 부셔 그늘진 풀밭을 거닌다 상앗빛 토끼풀 꽃이 진주 알 같아 조심스레 왕사탕만 한 진주를 캐어 손가락에 대어보니 솜털 보송보송하던 시절이 엊 그제같이 눈에 선한데 어느새 손등엔 세월의 흔적이 두드러졌다 문득 흐..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6.20
그대 눈빛이 그립다 그대 눈빛이 그립다 안개비 임현숙 노을 길에 접어들면 넉넉한 그늘을 드리우는 아름드리 고목이고자 마음을 담금질해 보아도 비우고 내려놓는 일이 용서하는 것보다 더 어려워 시계를 거꾸로 돌려본다 예전과 달라진 건 초라한 외모뿐 아직도 노을빛 사랑을 꿈꾸며 한 송이 장미가 되..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6.17
언제나 소녀처럼 언제나 소녀처럼 안개비 임현숙 아득한 소녀 시절엔 비단결 긴 머리를 찰랑대는 소박한 꿈을 꾸었지요 발랄하고 싶은 날엔 동여매어 달랑거리고 때로는 틀어올려 귀부인 마냥 우아하게 이리저리 머리를 꾸미며 거울 보기 즐기던 날은 먼 옛이야기가 되었네요 거울은 나이를 말하며 실소..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6.15
그리워서요 그리워서요 안개비 임현숙 온종일 동동거리다 기우는 달을 안고 잠자리에 듭니다 별별 상념들이 살갑게 다가와, 행여 당신인가 손 내밀어 보지만 이내 구름에 잠기고 헛손질만 뜨거운 눈물되어 흐릅니다 그리워서요... 2012.06.11 림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6.12
커피 반 잔의 행복 커피 반 잔의 행복 안개비 임현숙 커피 한 모금에 가슴이 뛰어 늘 입술만 축이던 그녀가 커피를 내리며 싱글벙글 반 잔을 마셔도 끄떡없는 맞춤형 커피를 찾았단다. 커피 더하기 우유, 달콤한 라떼 맛에 함빡 웃는 초승달 눈 속에 비친 소박함이 좋다. 행복은 그렇게 가까이 있는 것.. 2012.0..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6.09
유월에 내리는 눈 유월에 내리는 눈 안개비 임현숙 어미 숲의 품을 떠나 바람 따라나선 홀씨들 더러는 풀잎 사이에 더러는 창문 틈에 똬리 틀고 봄을 기다리지만 바람이 지난 후엔 길에 나뒹굴다 먼지가 될 숲의 미아들이 함박눈처럼 날리면 내 마음도 홀씨 되어 훨훨 저 태평양을 건너간다. 2012.06.06 림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6.07
조금만을 기다리며 조금만을 기다리며 안개비 임현숙 봄을 보내고 조각난 꿈을 씹으며 초하의 문턱을 디딥니다 먼저 들어선 마음들이 유월 하늘에 구름처럼 둥둥 떠갑니다 지난겨울 얼어붙은 태평양을 걸어서라도 우리 서울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은 물거품이 되어갑니다 매번 속으면서도 던져주는 모이에..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6.07
엄마의 손길 엄마의 손길 안개비 임현숙 울 엄마 산에 묻히던 날 눈 감고 기도하며 흐느낄 적에 내 볼을 어루만지고 눈물을 닦아주며 그만 울라고 속삭이던 보드랍고 따스한 바람은 울 엄마의 손길 강산이 수십 번 변했어도 엄마가 그리운 날엔 눈 감고 바람을 만져 본다. July 22,2011 Lim * 2012.06.05 퇴고..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2.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