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가을, 더 깊은 울림

라포엠(bluenamok) 2011. 10. 31. 04:36



        가을, 더 깊은 울림 /안개비 임현숙 간밤에 비가 내려 촉촉이 젖은 호숫가엔 나무들이 옷을 벗고 있다. 쪽배를 탄 강태공의 낚싯줄에 물고기가 파르르 비늘을 떨어내듯 나무들도 낙엽을 털어내며 그렇게 가을이 깊어가나 보다. 내 몸에서도 비늘이 떨어지고 있다. 떨어지는 것은 슬프나 내가 죽어 너를 일으키는 일이다. 거름이 되어 다시 살아나는 일이다. 슬픔과 기쁨은 등을 맞대고 있으니 얼굴만 돌리면 되는 일인데 손이 시려 따뜻한 호주머니가 그립고 서늘해서 그의 코트 깃을 열고 와락 안기고 싶다. 오늘따라 이 길은 왜 이리 긴 지 울리지 않는 전화기를 몇 번이고 꺼내 보며 기억하는 숫자를 누르려 하지만 손가락이 말을 안 듣는다. 잘 지내시냐고 잘 있다고 긴 침묵을 깨고 말을 걸고 싶다. 산과 들에 포만한 환희와 끝 모를 외로움을 남긴 시월을 뒤로하고 더 깊은 가을 속에 발을 디딘다. 가을은 들어갈수록 어둡고 시린 깊은 동굴이어서 그대도 나도 촛불을 밝혔다. 촛불에 그대 그림자가 어른거리듯 아주 가끔은 흔들려도 좋겠다. 꺼지지 않는 흔들림... 오늘이 지나면 더 깊은 울림으로 들어가리라. 그 동굴에도 바람은 인다.
            Oct.31,2011 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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