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마음
/안개비 임현숙
기적을 울리며 다가오는
마지막 기차에 당신이 타고 있었습니다
간이역 긴 의자에 앉은 여인을 지나치는
당신의 눈빛은
미지의 여행길에 오른
나그네의 설렘이 담겨 있었어요
장대 끝에 나부끼는 깃발처럼
팔을 뻗어 손을 흔들었지만
당신은 끝내 나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기적 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달려가다
망연자실 나란히 뻗어 있는 철길을 바라봅니다.
눈을 뜨니 덩그런 방안에
가을 긴 그림자가 너울지고 있어요
사는 날까지 그대 곁에 머물며
소박한 들국화 향기를 드리고 싶어요
산마루에서 내려오는 가을이
산자락을 물들인 후 홀연히 떠난 자리엔
침묵의 하얀 겨울이 찾아들겠지요
달빛마저 잠들은 쓸쓸한 밤
부엉이 소리 구슬프거든
창문 빗장을 열어 두세요
들국화 향기로 그대에게 날아가겠습니다.
Oct.15,2011 L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