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 흥부 부인 신新 흥부 부인 나목 임현숙 "면접 보러 왔는데요." 삼십 후반이나 되었을까 판잣집 대문처럼 생긴 여자가 허연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사장님을 찾는다 아이들이 여섯, 막내가 두 살배기란다 한 아이도 많다는 세대에 박수받아야 마땅할 텐데 고물고물한 아이를 두고 일자리를 찾는 걸 보..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5.08.17
뒷모습에 박인 그리움 뒷모습에 박인 그리움 나목 임현숙 뒷모습이 쓸쓸한 사람은 수평선 너머에 그리움을 두고 온 사람이다 푸른 정맥에 흐르는 말간 피가 끈적해지는 동안 이 땅에 살아있도록 온기를 준 모든 것들을 잊지 못해 날마다 되새김질하는 사람이다 뒷모습이 젖어있는 사람은 다시 부둥켜안을 수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5.08.12
아직은 아직은 나목 임현숙 거리 온도 34도 C 집안 온도 35도 C 불볕 아래 짜증이 끓고 있네 내 몸 온도 98.6도 F 아이, 아직 뜨거운 사람이구나. 2015.08.01 림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5.08.08
동행 동행 나목 임현숙 돈 없으면 죽는 세상 돈으로 간, 쓸개 심장도 살 수 있다지만 사람의 환심도 살 수 있겠지만 천금을 준다 해도 마음 없는 돈으론 참마음을 얻을 수 없다 몇 푼의 호의보다 더 절실한 것은 마음 길을 동행하는 것이다. 2015.07.19 림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5.07.18
그 시간마저도 그립습니다 그 시간마저도 그립습니다 나목 임현숙 멀리 고향을 떠나와 나처럼 외로운 건지 길섶에 옹기종기 살을 비비고 있는 조약돌들 비 내리는 날이면 빗물 따라가려 졸졸졸 거리지만 제자리에서 어깨만 들썩일 뿐 동해의 푸른 숨결 서해의 붉은 낙조 울안에 덩굴지던 능소화 마음 자락 별빛 헤..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5.07.12
흔하디흔한 것 흔하디흔한 것 나목 임현숙 종로통을 걷다 불러보면은, 사장님~ 한 열 명쯤 돌아볼 거야 선생님~~ 또 열 명쯤 돌아보겠지 시인님~ 다시 열 명쯤 돌아볼걸 사랑해~~~라고 외친다면 귀 있는 사람 모두 돌아보겠지? 하 싸구려처럼 널린 게 사랑인 게야. 2015.07.10 림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5.07.11
가로등 가로등 나목 임현숙 모두가 퇴근하는 시각 집을 나선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늘 같은 자리에 서서 침침한 눈으로 주위를 밝히며 습관처럼 발자국 소리를 매만진다 아직도 취직 못 한 일류대 졸업생의 처진 어깨 긴 그림자로 끌어안고 곤드레만드레 아저씨 발목 걱정스레 쏘아보며 고물 줍..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5.07.08
칠월 간이역에서 칠월 간이역에서 나목 임현숙 초록별 사람 모두 한 해라는 완행열차에 올랐다 밥풀처럼 그저 그런 그녀도 새 태양이 떠오르는 날을 향해 가시 돋은 삶과 동반 여행 중이다 그녀는 선인장 삶을 어르고 달래며 여섯 간이역을 지나왔다 지나온 간이역엔 사연도 많아 때론 뒤숭숭한 역에 머..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5.07.02
유월 햇살 유월 햇살 나목 임현숙 유월 아침 선잠에서 기어 나오면 앳된 햇살이 얼싸안는다 거저 누리는 이 행복 물은 쓰는 만큼 대가를 내라 하지만 햇살은 여태 고지서 한 장 보내지 않는다 여름이면 금빛 햇살 사치스럽게 걸치고 겨울이면 해쓱한 햇살 졸졸 따라다녀도 사나운 표정 지은 적 없이..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5.06.24
뚝배기 사랑 뚝배기 사랑 나목 임현숙 뚝배기처럼 사랑할래요 금세 화끈해졌다가 후딱 식어버리는 양은 냄비는 아니 아니랍니다 묵직한 모양새만큼 오래 뜨겁게 안을 수 있는 뚝배기 사랑 좋아 좋아요 우리 사랑 보글보글 뚝배기 사랑 노을이 질 때까지 후후 불며 사랑할래요. 2015.06.08 림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5.06.09
어떤 부부 어떤 부부 나목 임현숙 멀리서 보아도 키 크고 멋진 남자 아담한 키에 미소가 예쁜 여자 두 사람은 부부이다 푸드코트 한 모퉁이 식당에서 날마다 삶과 투쟁을 한다 식자재 구매는 남자의 몫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게 자연스럽다 호박이 넘쳐나는데도 가격이 좋아 또 사오면 으레 지청..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5.06.04
하얀 그리움 하얀 그리움 나목 임현숙 아까시나무 하얀 꽃송이 송이 팡팡 터지던 미소 가위, 바위, 보 이파리 따내기 놀이로 은근슬쩍 내비치던 풋사랑 그 애 늙은 마음 반드르르 윤을 내는 풋풋한 그리움. 2011.05.11 림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5.05.16
착각 착각 나목 임현숙 왕벌 한 마리 유리창을 왱왱 두드린다 창가에 핀 보랏빛 조화에 이끌린 걸까 설마 시들어가는 호박꽃도 꽃이라고... 나? 호호 2015.05.14. 림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5.05.15
잠 못 드는 밤 잠 못 드는 밤 나목 임현숙 오후에 마신 커피 덕에 잠 못 들어 *e-book을 방황하는 밤 플라스틱 책갈피를 톡톡 넘기며 시인의 마음을 엿보는데 촉수를 자극하는 사각사각한 종잇장 맛 그리워라 엉킨 실타래 풀 듯 숨은 뜻 헤아리는 맛없이 긴-밤 별빛 파도 소리만 메아리치네. -림 *e-book: 전..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5.05.13
믿어준다는 것 믿어준다는 것 나목 임현숙 또 한 번의 봄이 오월 숲에 푸른 물을 들이건만 기다리는 봄소식은 아직도 오지 않았다 조금만 기다리라는 그의 철석같은 말은 바람결에 가벼이 울리는 풍경소리가 되어가지만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말해도 끄덕여 주는 게 힘이 되기에 입술 앙다물며 끄덕인..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5.05.02
그 푸르던 오월 그 푸르던 오월 나목 임현숙 오월, 그 푸른 숲을 기억하시나요 당신을 만난다는 설렘에 예쁘게 보이려고 새 하이힐을 신고 나갔지요 몇 걸음 걷지 않아서 뒤꿈치에 물집이 잡혔어요 아프지 않은 척했지만, 뒤뚱거리는 걸음걸이에 당신은 빙그레 웃으며 등을 내밀었어요 부끄러워 신발을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5.05.02
더 깊은 슬픔 더 깊은 슬픔 나목 임현숙 관이 무덤구덩이에 내려지고 할머니뻘 육촌 동서들은 아이고 아이고 곡을 하는데 눈물 콧물 쏟으며 흐느끼기만 하는 외며느리 곡을 하지 않는다고 쑤군대자 이 사람 많이 울었다며 역성드는 남편 십여 년을 쌓아온 미운 정 고운 정 정든 탑 무너지는 소리 흑 흑..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5.04.25
단추를 달며 단추를 달며 나목 임현숙 사위의 양복 단추를 달며 돋보기를 꺼내 쓰니 바늘귀에 실을 꿰어달라면 짜증 내던 며느리 늑골 사이가 짜르르하다 가신 지 오래 숨결 묻어나는 것 전혀 없어도 불쑥불쑥 빙의하는 어머니 불혹에 홀로 백일 된 아들 고이며 부엉부엉 지새우는 밤 한숨 타래로 바..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5.04.21
TV 속엔 멋진 남자가 산다 TV 속엔 멋진 남자가 산다 나목 임현숙 TV 속엔 멋진 남자가 산다 엉뚱한 매력남 주상욱 귀여운 뮤지컬 배우 손준호 야성미 물씬한 소지섭 잘 생긴 왕자 현빈 한 번쯤은 꿈꾸었을 내 청춘의 연인 상 눈먼 순정에 불을 밝힌 소켓은 드라마 속 주인공과 너무 멀지만 그 누구보다 살뜰한 당신 T..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5.04.19
위로 위로 나목 임현숙 찔끔찔끔 울다 뚝 그친 하늘 구름도 얼씬 못하는 쪽빛 아침 어느 바닷물 색이 저렇듯 고울까 하늘빛에 물들어 촉촉이 젖는 눈빛 맑아라 고와라 마음 이랑에 흐르는 파릇한 미소. 2015.04.16. 림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5.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