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어떤 부부 나목 임현숙 멀리서 보아도 키 크고 멋진 남자 아담한 키에 미소가 예쁜 여자 두 사람은 부부이다 푸드코트 한 모퉁이 식당에서 날마다 삶과 투쟁을 한다 식자재 구매는 남자의 몫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게 자연스럽다 호박이 넘쳐나는데도 가격이 좋아 또 사오면 으레 지청구가 쏟아지고 말 포탄이 뿅 뿅 오고 가다가 늘 승리는 여자 편 남자의 포탄이 바닥난 후에도 여자는 한동안 포구를 거두지 않지만 남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우직한 손바닥에 비타민 한 알과 물을 건넨다 상처 없는 싸움이 이 부부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함께 있기에 옥신각신할 수 있는 법 건강한 부부의 모습을 지켜보는 외기러기 가슴엔 불발탄이 늘어만 간다. 2015.06.04 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