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포로 가을의 포로 임 현 숙 가을은 늑대의 야성을 풀어놓고 여우의 관능에 꼬리를 달았다 은하수에 넘치는 별빛의 그윽한 눈빛도 아침 마당에 은은히 내리던 햇살도 이미 가을의 포로이다 그립다 외롭다 떠나고 싶다 방황하는 영혼의 넋두리가 붉게 물든 이파리마다 총총하다 가을은 침묵하..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4.10.03
세월 강 세월 강 임 현 숙 나뭇잎이 우수수 지며 세월 강물이 빠르게 흘러간다 벌거숭이 시절이 저만치 흘러가고 연분홍빛 꿈이 먼바다로 갔다 꽃이 피고 지고 새가 울고 낙엽 날리고 눈이 내리는 세월 강 굽이굽이 내가 흘러간다 어머니가 흘러간 그 물줄기 따라 판박이 딸도 허우적거리며 흘러..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4.09.27
가을비는 내리고 가을비는 내리고 임 현 숙 가을비가 세상을 흠뻑 적시며 사정없이 벽지처럼 바른 화장을 지우고 부끄러움을 가린 옷을 벗긴다 오, 드러나는 그리움이여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구나 빗줄기에 가을은 무르익어갈 텐데 너는 별보다 먼 데 있어 안테나가 고장이라도 나면 이 그리움 어찌할까..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4.09.24
기다림의 바닷가에서 기다림의 바닷가에서 임 현 숙 어제 바다 건너에서 당신이 애타게 피웠을 저녁노을을 오늘 붉어진 눈으로 바라봅니다 파도는 채찍질하며 더 벗어놓으라 하는데 이제는 목숨밖에 내릴 게 없는 빈(貧) 자아(自我)가 자맥질합니다 밀려오는 너울을 끌어당기고 당기면 저 붉은 노을을 입을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4.09.22
가을 서정(抒情) 가을 서정(抒情) 임 현 숙 가을을 만나면 누구는 외롭고 누구는 어디론가 떠나고 싶고 누구는 서글프다 하는데 흔들리고 싶은 나는 바람의 집 길목 코스모스가 되고 싶어라. -림 20140920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4.09.21
아시나요 아시나요 임 현 숙 황금 이삭을 지키는 허수아비처럼 은혜로운 가을볕에 홀로 익어갑니다 바람이 부를 때면 단풍 숲으로 달려가고 싶지만 꽃 구름 머무는 하늘 바라보며 외로움 꾹꾹 찍어 편지를 쓰곤 합니다 바람 소리, 낙엽 지는 소리 밤이면 슬피 우는 귀뚜리 소리 처량하게 귀 기울이..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4.09.14
그대 그대 임 현 숙 드높고 푸른 가을 하늘은 고요하기만 하다 고요를 찢어 '그대'라고 쓰면 호수는 하늘을 나긋이 끌어안고 바람이 물결을 흔들고 지나면 부서지는 이름 석 자, '그리움' -림 20140911/Como Lake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4.09.13
보름달 보름달 임 현 숙 고요하던 밤하늘이 수런수런 거리더니 보름달 빛 자락마다 소원이 매달렸다 하 많은 사연 언제 다 들어줄까 내 소원만 남겨두고 달빛 자락 싹둑싹둑 가지치기해볼까나 내 안에 독초처럼 자라나는 놀부 심보.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4.09.07
가을의 이름 가을의 이름 임 현 숙 허공을 맴돌며 낙하하는 갈잎을 보면 눈가에 이슬 맺히는 노을 길에 가을비는 임의 소박한 노래처럼 후드득거리는데 방울방울 그리움이 독처럼 번져 목이 잠기고 내 마음은 갈잎을 닮아 빨갛게 그리움으로 노랗게 외로움으로 물들어 간다 바스락 소리에 돌아보면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4.09.04
또 한 번의 생일에 또 한 번의 생일에 임현숙 가을 문 앞에서 어머니는 낙엽을 낳으셨지 바스러질까 고이시며 젖이 없어 홍시를 먹이던 어미의 맘 반백이 넘어서야 알았네 소금 반찬에 성근 보리밥 밀 풀 죽도 먹어보았지 또 한 번의 생일에 맛보는 이밥에 기름진 반찬도 엄마 생각에 쌉싸름하네 이제 생일의 의미는 소풍 길의 종착역이 가까워지는 것 영혼의 포장지는 낡아가는데 아직도 마음은 신록의 숲이어서 가을빛 사랑을 꿈꾸기도 하지 내 생에 가장 빛나던 순간 함께하던 모든 것들이 어른거리네 유리창을 쪼갤 듯 쏟아지는 햇살이 환희로 숨 가쁘게 하는 구월 둘째 날 어딘가의 추억 속에 유월의 장미로 살아있다면 가파른 소풍 길이 쓸쓸하진 않겠네.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4.09.02
나는 노래하려네 나는 노래하려네 임 현 숙 중년의 가을은 정오를 넘은 시각 해 지는 곳으로 해 지는 곳으로 그림자 밟으며 걸으라 하네 푸르게 싹 터 자라던 꿈과 그리도 이글거리던 사랑 아직도 잎맥에 꿈틀거리는데 훨훨 지는 잎 되라 하네 하지만 침묵이 깃들 때까지 나는 노래하려네 이루다 만 꿈과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4.08.31
그 무엇이라도 좋으리 그 무엇이라도 좋으리 - 임현숙가을엔무엇이 되어도 좋으리들녘을 나는 한 줄기 바람논두렁 밭두렁 가 널브러진 들꽃풀잎에 맺힌 이슬 한 방울그 무엇이라도 감사하리노랗게빠알갛게익어 가는 풍경 속에저무는 노을이어도 행복하리호흡 있음이 경이롭고꽃이라 부르는 그대 있으니가을엔그 무엇이라도 좋으리.2012.09.04 림 A:link { text-decoration: none; } A:visited { text-decoration: none; } A:active { text-decoration: none; } A:hover { text-decoration: none; }@font-face {font-family:갈잎;src:url('https://t1.daumcdn.net/planet/fs8/15_15_27_27_7E..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4.08.29
가을은 옛이야기 같아라 가을은 옛이야기 같아라 임 현 숙 가을인가 봐 그토록 뜨겁던 바람이 그믐달의 싸늘한 눈매를 닮았어 가로수 잎이 뱅그르르 바람개비 되었네 가을이 오면 여름이 떠나가듯이 꿈의 내일이 오면 시련의 오늘이 지나간다지 황금 가을이 내게 올 때 제비처럼 박씨 하나 물고 온다면… 금 나..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4.08.25
냄비를 닦으며 냄비를 닦으며 임 현 숙 냄비의 찌꺼기를 닦는다 손등이 도드라지도록 문지르니 반들반들 은빛 화색이 돈다 내 생각의 부스러기도 냄비처럼 닦고 싶다 책을 펴들어 賢人의 지혜로 쓸어내고 복음으로 베어 보지만 칼칼한 게 개운하지가 않다 가을이 무르익은 시집을 연다 묵은 벽지가 바람처럼 들판을 간다는 시구가 까칠한 화장기를 벗겨낸다 향이 깊은 詩는 마음을 닦는 비누이다 나도 누군가, 누군가의 마음을 향기롭게 하는 詩가 되고 싶다. -림 20140821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4.08.23
조금만… 조금만… 임 현 숙 고등어조림이 끓고 있다 그가 다 되었냐고 묻는다 조금만 기다려요 조금만은 고무줄이다 고등어 비린내가 무에 젖어드는 시간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 따끈한 커피가 냉정해지는 시간 여름이 낙엽에 가을이라 전해주는 시간… 다중 성격이지만, 분명한 마침표가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4.08.22
냄새 냄새 임 현 숙 돼지 등뼈를 우려낸 국물로 감자탕을 끓인다 시래기 대신 푸른 나물을 넣어 나만의 비법으로 양념해 들깻가루와 들깻잎을 수북이 덮어 한소끔 더 끓이니 고향 집 냄새가 폴폴 입맛 다시게 한다 때마침 날이 흐리고 내 손맛에 길든 아이들은 커다란 전골냄비 바닥을 긁으며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4.08.16
가을 그리고… 가을 그리고… 임 현 숙 호박잎을 딴다는 게 가을 집 문고리를 당겼나 봐 손끝에 감기는 바람이 그리움을 지피네 코스모스 함박웃음에 고추잠자리 해롱대고 기지개 켜는 국화 향기가 향수를 끓게 하던 그날, 그리움이 허청에 들어앉았다. -림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4.08.14
말 없는 벗 말 없는 벗 임 현 숙 진저리나게 씁쓸하던 포도주가 부드럽고 달콤하게 애무하는 밤 허전해서 울적해서 아니 그냥… 말 없는 포도주를 벗하니 딱 한잔이 날 송두리째 가졌다. -림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4.08.10
한여름 밤 한여름 밤 임 현 숙 무더워 뒤척이는 밤 한동안 멀리했던 그녀를 만나고 싶다 입만 열면 등줄기 오싹하도록 독설을 퍼부어 한여름 최고 인기 스타이다 비싼 밥을 많이 먹어 영수증을 받아들면 바들바들 떨리지만 쌀쌀맞아 끌리는 그녀, 에어컨. -림 2014.08.06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4.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