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994

또 한 번의 생일에

또 한 번의 생일에 임현숙 가을 문 앞에서 어머니는 낙엽을 낳으셨지 바스러질까 고이시며 젖이 없어 홍시를 먹이던 어미의 맘 반백이 넘어서야 알았네 소금 반찬에 성근 보리밥 밀 풀 죽도 먹어보았지 또 한 번의 생일에 맛보는 이밥에 기름진 반찬도 엄마 생각에 쌉싸름하네 이제 생일의 의미는 소풍 길의 종착역이 가까워지는 것 영혼의 포장지는 낡아가는데 아직도 마음은 신록의 숲이어서 가을빛 사랑을 꿈꾸기도 하지 내 생에 가장 빛나던 순간 함께하던 모든 것들이 어른거리네 유리창을 쪼갤 듯 쏟아지는 햇살이 환희로 숨 가쁘게 하는 구월 둘째 날 어딘가의 추억 속에 유월의 장미로 살아있다면 가파른 소풍 길이 쓸쓸하진 않겠네.

그 무엇이라도 좋으리

그 무엇이라도 좋으리 - 임현숙가을엔무엇이 되어도 좋으리들녘을 나는 한 줄기 바람논두렁 밭두렁 가 널브러진 들꽃풀잎에 맺힌 이슬 한 방울그 무엇이라도 감사하리노랗게빠알갛게익어 가는 풍경 속에저무는 노을이어도 행복하리호흡 있음이 경이롭고꽃이라 부르는 그대 있으니가을엔그 무엇이라도 좋으리.2012.09.04 림 A:link { text-decoration: none; } A:visited { text-decoration: none; } A:active { text-decoration: none; } A:hover { text-decoration: none; }@font-face {font-family:갈잎;src:url('https://t1.daumcdn.net/planet/fs8/15_15_27_27_7E..

냄비를 닦으며

냄비를 닦으며 임 현 숙 냄비의 찌꺼기를 닦는다 손등이 도드라지도록 문지르니 반들반들 은빛 화색이 돈다 내 생각의 부스러기도 냄비처럼 닦고 싶다 책을 펴들어 賢人의 지혜로 쓸어내고 복음으로 베어 보지만 칼칼한 게 개운하지가 않다 가을이 무르익은 시집을 연다 묵은 벽지가 바람처럼 들판을 간다는 시구가 까칠한 화장기를 벗겨낸다 향이 깊은 詩는 마음을 닦는 비누이다 나도 누군가, 누군가의 마음을 향기롭게 하는 詩가 되고 싶다. -림 2014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