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칠월 간이역에서 나목 임현숙 초록별 사람 모두 한 해라는 완행열차에 올랐다 밥풀처럼 그저 그런 그녀도 새 태양이 떠오르는 날을 향해 가시 돋은 삶과 동반 여행 중이다 그녀는 선인장 삶을 어르고 달래며 여섯 간이역을 지나왔다 지나온 간이역엔 사연도 많아 때론 뒤숭숭한 역에 머물며 삶과 티격태격하다 가시에 찔리기도 했지만 푸른 이파리 헹가래 치는 즐거운 날도 많았다 저만큼 떨어진 객차에서 곡소리 애끊던 날도 있었고 밤하늘엔 새 별이 나오기도 별똥별이 흐르기도 했다 어느덧 열차는 '청포도 알알이 익어가는' 마을에 들어서고 살짝 말랑해진 가시 사이로 붉은 꽃망울이 보일락 말락 얄밉다. -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