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유월 햇살 나목 임현숙 유월 아침 선잠에서 기어 나오면 앳된 햇살이 얼싸안는다 거저 누리는 이 행복 물은 쓰는 만큼 대가를 내라 하지만 햇살은 여태 고지서 한 장 보내지 않는다 여름이면 금빛 햇살 사치스럽게 걸치고 겨울이면 해쓱한 햇살 졸졸 따라다녀도 사나운 표정 지은 적 없이 나긋하기만 하다 햇살 따라 일터 가는 길 마디마디 불끈 달아오른다 호, 뜨거워서 좋아라 집으로 오는 길 뉘엿뉘엿 땅거미 사이로 잘 익은 햇살 한 줌 어깨에 내려앉으면 녹신녹신 꽃잠 들 생각에 쓸쓸한 밤이 사랑스럽다. 2015.06.22 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