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꽃송이
안개비 임현숙
梨花,
꽃송이 같은 내 친구들,
노천극장 돌계단에 올망졸망 앉아
구름 성을 지으며 나누던 꿈 이야기를 기억하니?
귀퉁이 마모되고 금 간 돌계단만큼
이젠 세월의 흔적이 총총 박혀
해맑던 얼굴에 눈가 잔주름이 웃고 있구나
하늘에 걸어놓은 그 시절 그 이야기
어제 일처럼 생생한데
자녀 혼사 이야기로 시간이 흐르는구나
비워지는 찻잔에 웃음을 채우며
사진 찍자는 말에 손사래를 치면서도
예쁜 척 보이려는 얼굴엔 소녀 같은 미소가 어린다
머지않아 손주 자랑할 소녀들.
얘들아
이른 봄이면 하얗게 피는 배꽃처럼
세월이 흘러도
우린 허리 굽지 말고 반듯한 걸음걸이로
소녀처럼 활짝 웃으며 마주하자꾸나
그땐 신랑 흉보기로 시간 보내기다.
Feb.29,2012 L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