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고이고 살라 하지만 하늘을 고이고 살라 하지만 임현숙 맑은 바람결에 흐르는 구름이 되는 아침 어제보다 그늘을 더 드리우는 나무 한 그루와 눈을 맞추면 내 말에 옳다 끄덕이기도 아니라고 살래살래 도리질하며 철부지 나를 가르칩니다 나뭇잎처럼 가벼이 흔들리지 말고 뿌리처럼 지긋하게 땅을 밀고 하..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5.26
창의 크기만 한 세상 창의 크기만 한 세상 임현숙 매일 내다보는 창 밖 풍경은 네모난 틀 안에 갇혀있어 좁은 공간 안에 높낮이가 있고 드넓은 하늘도 창틀만 하다. 구름을 몰고 가던 바람 벽 속으로 꼬리를 감추고 달려오던 차들도 벽이 꿀꺽했다. 지나쳐간 풍경을 뒤쫓아 눈을 돌려 보지만 그림 한 점만이 동..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5.23
봄이 기우는 창가 봄이 기우는 창가 임현숙 푸르게 다가와 젖은 가슴 하늘에 띄워 놓고 야속이 돌아서는 봄을 불러세우고 싶습니다 겨울잠 자던 산하를 깨우고 게으른 발길을 재촉하더니 내 조그만 창문에 갇혀 연두 바람 머무는 풍경화가 되었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빌던 소원도 봄꽃 따라 져버렸지..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5.19
심술 심술 임현숙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낙숫물 소리 소란이 퍼붓는다 푸른 그늘 드리우던 나무 굵은 눈물방울 흘리고 계단참에 부서지는 빗방울이 아프다 바람아 불어 저만치 파란 하늘이 보이는 동네로 이 빗줄기를 데려가렴 비에 흠뻑 젖어 떨고 있는 영산홍이 안쓰러워 심술이 난다. 2013.0..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5.19
내 안의 너에게 내 안의 너에게 임현숙 있잖아, 난 너에게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게 귀여운 사람이 되고 싶어 장미, 코스모스 아무리 고와도 네 눈에는 나만 보이고 미운 살 붙어 뒤뚱거려도 닭살 돋게 웃어주기를 기쁠 때나 우울할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었으면 멋진 풍경을 보면 함께 있고 싶..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5.19
순수 순수 임현숙 명품이 되려 고뇌할수록 아무것도 쓸 수 없다는 걸 뜨거운 물줄기 하염없이 맞으며 생각했네 사랑이 우연히 찾아오듯 시혼(詩魂)도 스치는 바람처럼 불현듯 내게 온다는 걸 이제야 알았네 그리움, 사랑 그 외로움의 단어들을 고상한 말로 포장하지 말아야 하리 가슴속 뜨거..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5.19
새벽 비 새벽 비 임현숙 새벽 비는 이루지 못한 사랑처럼 서글피 내려와 그리움을 깨웁니다 찬비 맞은 풀잎이 서로 부둥켜 안고 온기를 나누듯 그리운 사람과 해후하라고 하늘길 말갛게 씻어 그리움이 고개 든 저 너머로 무지개 다리 놓는 새벽 비는 휘몰이장단으로 다가오는 그대입니다. 2013.05.1..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5.18
수제비 뜨다 수제비 뜨다 임현숙 멸치 한 움큼을 우려 호박과 감자를 쑹덩쑹덩 썰어 넣고 얄팍얄팍 수제비를 뜬다 봉지 쌀을 사 먹던 시절 궁색한 밥상에 오르던 수제비가 침 넘어가는 별식이 되었다 모래알처럼 따로 놀던 밀가루가 물을 만나 뭉쳐지고 치댈수록 쫀득해져 수제비라는 이름으로 변신..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5.17
베개 베개 임현숙 어둠이 내리고 물 젖은 솜이 되어 불을 끄면 푸근히 안아주는 베개 달콤한 속삭임 서러운 눈물 무거운 생각마저 쓰윽 스며들어 툭툭 털면 은밀한 이야기 먼지처럼 쏟아져 내리는 진솔한 삶의 이력서 때때로 겉옷만 갈아 입히면 다시 젊어지는 침실의 애인. 2013.05.16 림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5.17
꼬들꼬들해지기 꼬들꼬들해지기 임현숙 상처가 너무 아플 땐 어두운 골방에 숨어들어 피고름 흐를 때까지 눈물만 흘렸어 세상과 나 사이에 벽 하나 더 만들고 딱지가 앉아서야 골방을 나섰었네 벽 안에 갇혀 옴짝달싹 못해서야 숨어 울수록 세상과 멀어진다는 걸 깨달았어 그날부터 상처가 날 때마다 막..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5.15
初心 初心 임현숙 영창(影窓)에 달빛 드리운 밤 옆자리가 허전해 눈물 고이면 달빛 날실 별빛 씨실 삼아 그리움으로 물들인 편지 은하 강에 띄우 곤 했지 때로는 투정을 어느 날엔 그리움을 노래하며 마냥 행복했다 詩는 내 마음의 속살 덕지덕지 묵은 때를 벗겨 내고 알토란 진주빛을 골라 나..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5.15
아름다운 동행 하자고. 아름다운 동행 하자고. -몽당연필s- 임현숙 노을에 만난 사이버 우정 맑고 크게 자라라고 마음으로 아주 작은 별을 사서 화분에 고이 기르던 꽃 옮겨 심고 목마를까 애지중지 들여다보았지 바람에 날려온 꽃씨가 파릇하게 움터 새록새록 꿈 영글어 가네 꽃 필 무렵 애벌레 꽃잎을 갉아 시..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5.14
벨, 너의 정원은 벨, 너의 정원은 임현숙 벨, 너의 정원은 라일락 향기가 담을 넘고 길 잃은 별이 쉬어가는 곳 새벽이슬 알알이 꿈이 영그는 요정의 나라 라벤더 향기에 거친 바람도 숨을 고르는 곳 나무 담장 사이로 미끄러지는 오월 햇살이 사과꽃에 하얗게 부서지다 들꽃을 환히 웃게 하는 곳 값없이 행..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5.13
하얀 그리움/묵은 글 향기 하얀 그리움 안개비 임현숙 아까시나무에 펑펑 튀긴 옥수수 알 하얀 꿀 송이마다 달콤한 풋사랑의 기억 한 가지 꺽어들고 가위, 바위, 보 이파리 따내기 놀이로 은근히 맘 내보이던 지금은 가물가물한 얼굴 푸석푸석한 마음을 반들반들 윤을 내는 건 살며시 찾아드는 하얀 그리움. May 10,20..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5.11
벼랑 끝에서 벼랑 끝에서 임현숙 언제나 즐거운 노래 부르고 싶었습니다 곡조 없는 나의 노래가 외로운 영혼의 빛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춥고 긴 동굴을 빠져나가며 어둠의 시련을 기꺼이 즐기려 애썼지만 아무리 다가가도 좁혀지지 않는 희망 무지개는 신기루였을까요 반 백 년 사는 동안 벼랑 앞에..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5.09
꽃잎 편지 꽃잎 편지 임현숙 창문을 넘어온 햇살이 간지러운 아침 빗살 무늬 사이로 파란 하늘 강이 흐르고 칙칙하고 가슴 아픈 얘길랑 물처럼 흘려버리라며 작은 새 한 마리 포르르 날아간다 어느새 바람 우체부가 다녀갔는지 문 앞에 수북이 쌓인 꽃잎 편지들 누가 보낸 것일까 하양 꽃잎엔 그립..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5.06
후회 후회 임현숙 삶의 그림자에 쫓겨 모래바람 삼킬 듯 불어오는 사막을 헤맬지라도 후회는 남기지 말아야 하리 입술이 흙빛이 되고 혀는 오그라져 가시나무가 된다 해도 문득 보이는 오아시스에 넙죽 달려가진 말아야 하리 아름드리 느티나무라해도 세상을 다 품을 수 없는데 신기루에 제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5.05
인정의 꽃 인정의 꽃 임현숙 가냘픈 모가지로 하늘을 고이고 낮은 곳에서 탱글탱글 미소 짓는 민들레를 만났습니다 고개 떨군 자에게 용기를 주고 쌉쌀한 향기로 입맛을 돋우는 착한 민들레와 반나절을 마주앉아 나눔이 무엇인지 배웠습니다 사랑은 필요를 채워주는 것이란 듯 가난한 주머니에 인..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5.03
빗겨 바라보는 오월 풍경 빗겨 바라보는 오월 풍경 임현숙 늘 산책하던 길을 조금 벗어나 지경을 넓혀보니 길 끝에 숨겨진 보물을 찾은 듯, 가끔은 정도에서 벗어나 볼 일이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하는 양귀비꽃과 미리 피어 시들어가는 튜울립이 이제야 왔느냐고 핀잔하는 날 하늘은 왜 이리 서럽도록 푸른지 '아름..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5.02
행복이란 행복이란 임현숙 밥상에 자리가 하나 둘 비어갔다 처음에 여섯이더니 팔순 어머니 떠나시고 늘 바쁜 남편과 금지옥엽 두 딸과 삼대독자 금동이 그리고 미련한 나, 아이들이 자라면서 온 식구가 한 상에 둘러앉는 건 흐린 밤 별 보기보다 어려워져 혼자 먹는 날이 늘어갔지만 몇 시간이면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