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쯤 오고 있을까 어디쯤 오고 있을까 임현숙 헐벗은 미루나무에 연둣빛 봄이 무르익어 구름까지 오르려 높새바람을 기다리는데 내 봄은 어디쯤 오고 있길래 아직도 발이 시린 건지 벚꽃처럼 화사한 날 기다리는 것 아니요 영산홍처럼 붉은 사랑 애타는 것 아니요 끼니 못 때워 구걸하는 것 아니요 구정물..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5.02
기다리고 또 기다릴 뿐입니다 기다리고 또 기다릴 뿐입니다 임현숙 노랗게 송홧가루 날리며 수려한 사월이 진다고 슬퍼하지 않겠습니다 분홍 꽃눈 나리는 나무 아래서 내 안에 있는 이름 나직이 불러보며 보고 싶다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슬비가 눈처럼 내려 살 떨리도록 추워도 외롭다고 눈물 흘리지 않겠습니다 바..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4.30
봄, 너 때문에 봄, 너 때문에 임현숙 내 젖은 마음이 봄에 접속 되던 날 이성은 타버렸고 남은 욕망만이 300 볼트 사랑에 부글거려 지옥문 앞에 있으니 봄이여 어찌할거나. 2013.04.26 림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4.28
빨래 널기 좋은 날 빨래 널기 좋은 날 임현숙 봄 햇살이 찰랑한 강물도 마셔버릴 듯한 날 마당에 빨래를 넌다 뼛속까지 박히는 햇살 침도 지옥 불의 혀보다 간지럽고 살을 헤집는 바람도 뒤엉켜 도는 아궁이보다 상냥하다고 건조기 속에서 몸을 말리던 빨래들이 천국 만세라고 춤춘다 스멀스멀 사타구니를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4.27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임현숙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아침 안개가 걷힌 후 해가 빛나듯 눅눅한 마음밭이 보송보송해지는 것 우울한 일상에 풀죽어 있다가도 생각나면 반짝반짝 생기가 도는 것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끝없는 관심과 배려로 다가가는 것 보고 싶어 그 사람의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4.27
딸기/묵은 글 향기 딸기 임현숙 어쩌다 꿈결처럼 다녀가는 그대. 내 얼굴 보고 돌아서지 마세요 올록볼록 뾰루지에 빨간 사랑 듬뿍 담겨있어요 새콤함 뒤에 달콤한 맛 그게 바로 제 마음이라니까요 빠알간 소녀 같은... May 15,2012 Lim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4.25
나는 종이배/묵은 글 향기 나는 종이배 임현숙 나는 종이배 인생이란 너른 바다에 떠 가는 나뭇잎 같은. 엄습해 오는 파도에 자맥질해도 물결에 반짝이는 햇살 있어 발버둥치지 않으리 언젠간 포구에 다다라 지나 온 폭풍의 바다를 감사함으로 바라보리 때로 살갑던 바람과 젖은 몸 말려주던 햇볕과 어둠을 밝히던..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4.21
처음처럼 처음처럼 임현숙 사랑이라서 예쁜 꽃 곁눈질이 맘 상하고 서운해요 어디 사랑이 늘 부드럽고 달콤하기만 하던가요 어쩌다 가시처럼 당신이 목에 걸린 날이면 눈가에 이슬 맺힐 때까지 꾸역꾸역 맨밥을 삼키곤 했지요 나는요 뉘엿뉘엿 해넘이길 가면서도 사랑에 눈 흘기고 토라지는 여자..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4.20
꽃 나비 꽃 나비 임현숙 꽃 나비는 달콤한 꽃물 메마른 꽃은 안녕이라 하네 샤넬 향 찾아 더듬이 길게 늘이고 지나친 꽃을 바라보는 당신은 꽃 나비였는가 사랑아, 차라리 머물지 않는 바람이어라. 2013.04.19 림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4.20
추억 하나 추억 하나 임현숙 남편은 얼근하게 취하면 통닭 한 마리를 안고 와 잠자던 아이들을 깨우곤 했다 큰 아이는 맏이라고 막내는 막내라는 특권으로 닭 다리 하나씩 움켜잡으면 착한 둘째는 퍽퍽한 살을 집어들며 침을 삼키곤 했지 "엄마, 닭 다리는 왜 두 개인 거야." "그러게, 나도 닭 다리만..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4.19
당신을 사랑하기에 당신을 사랑하기에 임현숙 당신의 날개가 되고 싶어요 더 넓고 높은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봉으로 데려가겠어요 세상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휘황찬란한 옥좌에 앉히고 싶어요 오묘한 이 세상에서 하나인 우리 당신이 그 자리에 서면 난 더불어 황비가 될 테니까요. 2013.04.17 림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4.18
풋풋한 사월 풋풋한 사월 임현숙 연하고 부드러운 초록이 출렁이는 사월은 첫사랑에 설레는 소녀 같다 봄을 그린다면 화사한 꽃보다 푸른 풀과 나무를 그리고 싶다 보드라운 바람 여린 풀밭을 어슬렁거리고 나뭇잎마다 배부르게 내리는 햇빛 실개천엔 송사리떼 뻐금거리는 사월 이맘때 그 풍경 속에..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4.16
산이 일어선다/묵은 글 향기 산이 일어선다 임현숙 산이 일어선다 검푸른 수의를 걸치고 온갖 시름과 궁상에 겨워 죽은 듯 누워있던 겨울산이 숨구멍에 박히는 투명한 햇살에 묵은 먼지 툭툭 털며 일어서고 있다 바람이 지날 때마다 풀잎피리 소리 청아하고 골짜기 에돌며 굽이지는 물 온몸에 수혈하여 하루가 다르..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4.15
내 마음 빈터 내 마음 빈터 임현숙 혼자 밥을 먹고 드라마 보고 읽다 만 책을 뒤적거려도 공허한 마음 가눌 수 없어 뜰에 나와 서성이는데 해는 동동 떠있어 돌아보면 뒤로 숨고 다시 돌면 누워있는 긴 그림자, 너도 속이 숯이 되었구나 세월이 멈춘 듯 구름이 머무는 하늘이 고향 바다 같다 그만 새파..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4.12
봄을 만지다/묵은 글 향기 봄을 만지다 임현숙 훈훈한 봄바람 나풀대는 거리로 꽃들이 쏟아져 나왔어요 왕관 쓴 튤립 콧대 높은 수선화 올망졸망 도토리 키 재기 하는 봄꽃들 곁에 나도 꽃인 양 피었어요 두 볼이 화끈하네요 달아오른 봄에 데였나 봐요 Apr.09,2012 Lim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4.12
온돌 같은 시를 기다리며 온돌 같은 시를 기다리며 임현숙 비, 그 차가움이 온몸을 헤집는 아침 온돌 같은 시를 기다리며 커피 한 잔 들고 앉아 품어보는 명품 시 이성적인 시구가 진저리나게 춥다 찻잔을 데운 커피처럼 펄펄 끓게 해 줄 한 편의 시가 그립다. 2013.04.10 림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4.11
사월은 마음의 고요를 빌고 싶네 사월은 마음의 고요를 빌고 싶네 임현숙 꽃불 지피는 사월 희희낙락 수다스런 꽃들 울 안 개나리 담을 넘고 마음이 쫑긋 고목에도 파릇한 귀 돋았네 꽃불 구경 나서며 민낯이 부끄러워 모자 눌러쓰고 사랑스러운 꽃나무랑 사진도 찍어 보네 화사한 꽃 앞에서 들꽃처럼 웃지만 옥에 티란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4.09
마음이 집을 나가는 봄 마음이 집을 나가는 봄 임현숙 봄이 와 마음이 자꾸 집을 나가네 어느 시집 갈피에서 그리움을 줍더니 눈만 뜨면 헝클어진 머리로 집을 나서네 한쪽엔 끈 풀린 운동화 한쪽엔 구멍 난 구두를 신고 바람을 쫓아 설렁이다 자정이 되어서야 집을 찾아오네 건너편 창문에 불이 켜진 걸 보니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4.09
꽃 바람결에/묵은 글 향기 꽃 바람결에 임현숙 꽃 바람 향기로운 길을 걸으면 벚꽃들의 수런거림 마음 행간에 날아 앉는다 화사한 꽃 나비 떼 춤추는 사월 하늘은 온통 그리움이다 아찔한 현기증 일도록 눈부시게 날아와 소복소복 쌓이는 꽃잎 무덤 잔잔한 마음 터 불씨 한 톨 꽃 바람 풀무질에 와락 와락 피어나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4.05
오늘도 지워질 편지를 보낸다 오늘도 지워질 편지를 보낸다 임현숙 오늘 아침에도 그들의 마음을 지웠다 날마다 먼 거리를 날아와 읽어주길 기다리지만 눈길조차 받지 못하고 휴지통에 버려지는 편지들 열어보면 분홍빛 사연이 내 것인 양 맥박수 빨라지고 푸른 고향 내음 코를 벌렁거릴지 모르는데 아마도 반가운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3.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