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수제비 뜨다 임현숙 멸치 한 움큼을 우려 호박과 감자를 쑹덩쑹덩 썰어 넣고 얄팍얄팍 수제비를 뜬다 봉지 쌀을 사 먹던 시절 궁색한 밥상에 오르던 수제비가 침 넘어가는 별식이 되었다 모래알처럼 따로 놀던 밀가루가 물을 만나 뭉쳐지고 치댈수록 쫀득해져 수제비라는 이름으로 변신을 한다 詩를 만나기 전 그저 밀가루에 불과했던 가슴의 빛과 그림자 쫄깃한 수제비로 태어나고 싶어 푸욱 우려진 시상 속에 첨벙 들어가 본다. 2013.05.17 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