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갈수록 잔인해지고 그리움은 갈수록 잔인해지고 임 현 숙 기다림으로 수척해진 마음을 그리움이 잔인하게 살을 바릅니다 기찻길이 보이는 곳에 아버지와 나란히 누워 막내딸을 기다릴 엄마가 옆구리 살을 엡니다 장손자가 어련히 돌보고 있으련만 지붕에 자라났던 아카시아가 다시 그늘을 드리운 건 아닌..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3.05.27
새벽비1 새벽비1 임 현 숙 새벽비는 이루지 못한 사랑처럼 서글피 내려와 그리움을 깨웁니다 찬비 맞은 풀잎이 서로 부둥켜 안고 온기를 나누듯 그리운 사람과 해후하라고 하늘길 말갛게 씻어 그리움이 고개 든 저 너머로 무지개 다리 놓는 새벽비는 휘몰이장단으로 다가오는 그대입니다. -림(2013..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3.05.18
베개 베개 임 현 숙 어둠이 내리고 물 젖은 솜이 되어 불을 끄면 푸근히 안아주는 베개 달콤한 속삭임 서러운 눈물 무거운 생각마저 쓰윽 스며들어 툭툭 털면 은밀한 이야기 먼지처럼 쏟아져 내리는 진솔한 삶의 이력서 때때로 겉옷만 갈아 입히면 다시 젊어지는 침실의 애인. -림(20130516)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3.05.16
편지 편지 임 현 숙 창문을 넘어온 햇살이 간지러운 아침 빗살 무늬 사이로 파란 하늘 강이 흐르고 어느새 바람 우체부가 다녀갔는지 문 앞에 수북이 쌓인 꽃잎 편지들 그립다 보고 싶다 사랑한다 마음이 알아보는 사연의 빛깔 오늘 밤엔 별님 편에 살짝 소식 전해야겠다. -림(20130510)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3.05.10
행복이란 행복이란 임 현 숙 밥상에 자리가 하나 둘 비어갔다 처음에 여섯이더니 팔순 어머니 떠나시고 늘 바쁜 남편과 금지옥엽 두 딸과 삼대독자 금동이 그리고 미련한 나 아이들이 자라면서 온 식구가 한 상에 둘러앉는 건 흐린 밤 별 보기보다 어려워져 혼자 먹는 날이 늘어갔지만 몇 시간이면..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3.05.01
기다리고 또 기다릴 뿐입니다 기다리고 또 기다릴 뿐입니다 임 현 숙 노랗게 송홧가루 날리며 수려한 사월이 진다고 슬퍼하지 않겠습니다 분홍 꽃눈 나리는 나무 아래서 내 안에 있는 이름 나직이 불러보며 보고 싶다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슬비가 눈처럼 내려 살 떨리도록 추워도 외롭다고 눈물 흘리지 않겠습니다 바..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3.04.29
처음처럼 처음처럼 임 현 숙 사랑이라서 예쁜 꽃 곁눈질이 맘 상하고 서운해요 어디 사랑이 늘 부드럽고 달콤하기만 하던가요 어쩌다 가시처럼 당신이 목에 걸린 날이면 눈가에 이슬 맺힐 때까지 꾸역꾸역 맨밥을 삼키곤 했지요 나는요 뉘엿뉘엿 해넘이길 가면서도 사랑에 눈 흘기고 토라지는 여..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3.04.19
추억 하나 추억 하나 임 현 숙 남편은 얼근하게 취하면 통닭 한 마리를 안고 와 잠자던 아이들을 깨우곤 했다 큰 아이는 맏이라고 막내는 막내라는 특권으로 닭 다리 하나씩 움켜잡으면 착한 둘째는 퍽퍽한 살을 집어들며 침을 삼키곤 했지 "엄마, 닭 다리는 왜 두 개인 거야." "그러게, 나도 닭 다리..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3.04.18
봄을 만지다 봄을 만지다 임 현 숙 훈훈한 봄바람 나풀대는 거리로 꽃들이 나들이 나왔어요 왕관 쓴 튤립 콧대 높은 수선화 아웅다웅 으스대는 봄꽃들 곁에 나도 꽃인 양 피였어요 두 볼이 화끈화끈 달아오른 봄에 데였나 봐요. -림(20130329)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3.03.29
봄이어요 봄이어요 임 현 숙 오늘은 숲을 끼고 뚜벅뚜벅 걸었어요 물소리가 웅성거리는 다리 아래엔 봄이 묵은 때를 밀고 있었어요 찌들은 시름이 졸졸 흘러가고 눌어붙은 게으름이 퉁퉁 불어 떠가네요 산뜻한 개여울이 숲을 안고 신바람이 납니다 싱그런 추임새에 그만 길 가던 이유를 까먹었어..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3.03.23
우리 사랑 전설이 되기를 (remix) 우리 사랑 전설이 되기를 (곡: 김경래, 사: 임현숙) by ryan Kyungrae Kim http://soundcloud.com/kreosori/legend 우리 사랑 전설이 되기를 (곡: 김경래, 시: 임현숙, 노래: 김경래) by ryan Kyungrae Kim 딸의 예쁜 사랑을 옆에서 지켜보는 시인 임현숙 님의 시에 곡을 붙였습니다. 우리 사랑 전설이 되기를 ..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3.03.20
시간 죽이기 시간 죽이기 임 현 숙 푸새와 나무가 며칠 들이킨 빗물을 게워내듯 산책도 못하게 퍼붓는 비에 진저리가 날 즈음 번민의 싹이 넝쿨 지었다 냉철의 가위로 순을 자르고 잘라도 음지 식물이어서 숲을 이루고 긍정은 '조금만'을 기다리느라 초조하기만 하다 엉뚱한 지혜가 '조금만'을 앞당기..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3.03.15
이 아침에 이 아침에 임 현 숙 말하지 않아도 내 모든 걸 아시는 임이여 이 아침 향기로운 커피가 목에 걸리는 이유 이미 아실 테지요 견뎌낼 만큼만 시련을 주십시오 나는 사기그릇처럼 유약합니다 벌써 이 빠지고 금이 가 담긴 은혜 줄줄 새어나가고 불평의 거미가 날 먹으려 그물을 놓았나이다 ..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3.03.14
바다로 가는 그리움 바다로 가는 그리움 임 현 숙 봄이 찰랑대는 바닷가에서 노을 잠드는 하늘 향해 보고 싶다고 드높이 외치고 싶었어요 철벅거리는 파도가 토해놓은 거품처럼 꾸역꾸역 목울대를 넘어오는 그리움 바닷길이 열리는 꿈을 꾸기도 자유로이 나는 갈매기가 되기도 종이배를 띄우기도 했었지만 ..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3.03.13
봄비 봄비 임 현 숙 하늘에는 회색 비 뜨락에는 초록 비 내 가슴엔 분홍 비 알록알록 물들이는 봄비의 마술 작은 창에 내걸린 싱그러운 수채화 -림(20130313)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3.03.13
이렇게 푸르른 날엔 이렇게 푸르른 날엔 임 현 숙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엔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 이렇게 푸르른 날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사람이라면 가시 방석 같은 일상이 꽃길처럼 향기로우리 하늘빛 따라 마음은 물들어도 변하지 않는 그리움은 그림자라네 문득 날이 좋으니 함께 걷자는 연락이..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3.03.04
삶의 봄날을 기다리며 삶의 봄날을 기다리며 임 현 숙 진정한 봄날이 오면 가고 싶은 곳 이역만리 내 고향 살붙이가 있고 고락을 나누던 동무가 있고 그리운 사람이 숨 쉬는 곳 새봄이 와도 날개 잃은 기러기는 도래지로 가지 못하네 어쩌다 멀리 떠나 눈물짓고 있는지 잃어버린 날개옷 찾게 되는 날 훨훨 날아..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3.02.16
글을 써야 사는 여자 글을 써야 사는 여자 임 현 숙 세상 물정 모르고 종달새처럼 살던 나날이 꿈이었다면 삐딱한 삶의 길에서 바로 서기 위한 몸부림이 마음의 노래가 되었습니다 대못이 쾅쾅 박여 숨이 멎을 것 같은 나날을 글 한 줄로 호흡을 가다듬으며 애써 웃음 지어 봅니다 낮은음자리 마음의 노래가 ..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3.02.16
茶처럼 노래처럼 茶처럼 노래처럼 임현숙 겨울비인지 봄비인지 가늠 못할 보슬비가 추적추적 젖어드는 아침 빈 잔을 채워 줄 친구가 보고 싶습니다 한 가지 소원을 말하라 하시면 따스한 노래처럼 흐르는 그런 친구를 원하렵니다 다시 생각해 보라 하시면 비 내리는 정류장에 우산 들고 기다리는 그런 친..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3.02.12
이사 가던 날 이사 가던 날 임 현 숙 이삿짐 트럭이 도착하고 주섬주섬 보따리들을 내어놓으니 어떻게 저 짐들을 안고 살았나 싶게 수북해요 몇 해 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것, 앞으로도 어쩌면 찾지 않을 것들도 다시 껴안고 가요 내 기름때와 체취가 묻어나는 미련에 가져갈 수 있다면 날숨도 담..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3.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