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지는 것은 낙엽이 지는 것은 임 현 숙 무한한 시간에 잠깐 다녀가는 인생 욕심도 미련도 가지지 말아야지 서 있던 자리에서 밀려나는 느낌은 장대비 속에 홀로 선 것 같지만 세월이 흐르면 여름이 가을에 자리를 내어주듯 자연스레 물러남이 현명한 거야 푸르던 시절 돌아보니 아득한 옛일이요 곳..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2.09.16
가을은 작은 흔들림이다 가을은 작은 흔들림이다 임 현 숙 새벽 안개 헤치며 달려오는 가을바람 꼿꼿하던 미루나무도 휘청이고 뭉게구름도 쩍쩍 금이 가 하늘하늘 바라보는 눈동자도 비틀댄다 여름내 그토록 갈망할 땐 꼭꼭 숨어 애태우더니 방방곡곡에 단풍 불 놓아 마음 들뜨게 하려는구나 가을바람에 흔들리..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2.09.13
가을엔, 가을엔 가을엔, 가을엔 임 현 숙 파란 하늘 모자 쓰고 황금 햇살 미끄럼 타며 구월 문지방을 넘는 가을님 바람 날개 너울너울 여름의 땀을 훔쳐내면 참새는 허수아비 앞에서 배부르고 빠알간 사과 속에서 애벌레도 달콤한 꿈을 꾸겠지 구월이 오면 하늘을 우러르던 가난한 마음도 차려진 풍경 앞에서 허리띠를 풀거야. -림(20120904)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2.09.04
그곳에 가면 그곳에 가면 임 현 숙 느른하고 헐렁한 오늘 갓 잡은 고등어처럼 펄펄 뛰는 남대문 시장에 가고 싶다 골라 골라 손뼉을 치며 온종일 골라보라는 사람 오만 잡동사니를 단돈 몇 푼에 한 보따리 준다는 사람 천 원 한 장으로 허기를 지울 수 있던 빈대떡집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며 커피..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2.05.15
창의 크기만 한 세상 창의 크기만 한 세상 임 현 숙 매일 내다보는 창밖 풍경은 네모난 틀 안에 갇혀있어 좁은 공간 안에 높낮이가 있고 드넓은 하늘도 창틀만 하다 구름을 몰고 가던 바람 벽 속으로 꼬리를 감추고 달려오던 차들도 벽이 꿀꺽했다 지나쳐간 풍경을 뒤쫓아 눈을 돌려 보지만 그림 한 점만이 동..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2.05.02
소리 없이 내리는 비는 소리 없이 내리는 비는 임 현 숙 소리 없이 내리는 비는 귀를 쫑긋 가까이 다가가도 말발굽처럼 뛰는 심장 소리 들리지 않습니다 아주 가끔은 당신 숨소리처럼 천둥 번개를 데려오는 거친 빗소리가 듣고 싶습니다. -림(20120425)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2.04.25
울고 싶은 날엔 울고 싶은 날엔 임 현 숙 오늘은 행복이라는 가면을 벗자 애써 참아온 울음 꺼이꺼이 울어라 대 숲에 풀어놓고 싶은 말 못할 사연일랑 꾹꾹 삼키며 목놓아 울어라 천둥 치듯 울어라 하늘 흔들리게. -림(20120410)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2.04.10
노래할 이유 있네 노래할 이유 있네 임 현 숙 봄이 더디다고 하늘 바라보며 눈물 찔끔 찍어낼 일 아니야 보도블록 틈새로 머리 내민 푸새 한 포기 봄빛 보려고 무진장 애 썼다는 것 알잖아 이끼 걸친 고목에 삐죽이 입술 내민 어린 순 단단한 껍질 헤집느라 얼마나 박치기했으면 푸른 멍이 들었겠어 어두운 ..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2.04.04
봄비에 젖으면 봄비에 젖으면 임 현 숙 자박자박 봄비 내리는 길 지난겨울 그림자 해맑게 지우는 빗방울 소리 흥겨워 발걸음도 춤을 추네 반 토막 난 지렁이 재생의 욕망이 몸부림치고 시냇가 버드나무 올올이 연둣빛 리본 달고 나 살아났노라 환호성 하네 늙수그레하던 세상 생명수에 젖어 젖어 기지..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2.03.28
이렇게 살 수 있다면 이렇게 살 수 있다면 임 현 숙 발 없는 노래 한 곡도 바른길을 찾아 소리를 내야 해요 두 발로 걷는 인생길도 정도를 걸어야지요 신의로 다져진 신발을 신고 무뎌진 마음결을 다듬어야해요 내 삶의 주인공은 나이지만 때로 다른 사람의 인생 무대에 조연이 되어 주연을 빛내주는 사람 되..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2.03.13
가슴에 묻는다는 건 가슴에 묻는다는 건 임 현 숙 가슴에 묻는다는 건 잊는다는 얘기인 줄 알았다 군복 벗은 지 한 달 저승사자가 친구들을 앞세워 찾아와 태종대 바위에 세웠다 밤바다에 일렁이던 파도 여드름 자국 진 청춘을 수장시켜 잠수부가 이틀을 뒤져 건져 올린 시신 흔들리는 배 안에서 늙은 어미 ..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2.03.10
열애 열애 임 현 숙 몽롱한 아침 빈속에 카페인을 쏟아 부으면 모락모락 뇌관을 깨우는 갈색 향기 목젖을 애무하고 모세혈관이 꿈틀거리는 이 짜릿함 커피와 하나가 되는 이 순간 난 '러브스토리'의 '알리 맥그로' 아라비아산, 브라질산, 아니 맥심이라도 커피, 너는 '라이언 오닐' 사랑한다는 ..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1.12.10
그대 그리운 만큼 그대 그리운 만큼 임 현 숙 잊어버리자고 칼바람 부는 겨울밤 거리를 걷고 또 걸었습니다 살얼음 덮힌 길에 보도블록을 별 헤듯 세다 홀로 뒹구는 낙엽을 밟아 아사삭 내 마음도 부서졌습니다 잊어버리자고 가로등 외로이 서 있는 길을 어금니 물고 걸었지만 속삭이는 바람 소리에 그대..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1.12.03
그리운 날의 편지(2)-엄마 생각 그리운 날의 편지(2)-엄마 생각- 임 현 숙 첫눈이 내리고 처마에 고드름 열리는 겨울을 또 맞이합니다 당신이 내 곁을 훌쩍 떠나가듯 고운 낙엽이 세월 속으로 져버리고 고즈넉한 겨울이 빈자리에 똬리를 틀었습니다 당신이 계신 곳에는 낙엽이 날리지도 눈이 내리지도 않겠지요 붉은 노..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1.11.24
가슴으로 울었다 가슴으로 울었다 임 현 숙 부앙 울리는 저음의 색소폰 소리 칠순의 오빠가 불어대는 곡조에 황혼이 깃들고 회한이 어려 눈시울이 젖어들었다 힘겨운 날숨은 여생의 보람이요 꺼지지 않은 불꽃의 존재감인 것을 아우들이 알아주길 바랐을까 삐걱대는 음에 키득거리던 못난 아우들을 멋쩍..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1.11.18
깃털 같은 가벼움 깃털 같은 가벼움 임 현 숙 가을 나무가 바람이 탐하고 지나간 욕망의 옷을 벗는다 듬성듬성 빈자리로 파란 하늘이 상큼하고 커피점 창가에 연인의 모습도 사랑스럽다 비움의 미학이다 아름다운 정점에서 버릴 줄도 아는 나무처럼 화려한 연회 복을 벗고 산다는 것은 욕심을 내려놓는 일..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1.11.08
가을, 더 깊은 울림으로 가을, 더 깊은 울림으로 임 현 숙 간밤에 비가 내린 호숫가엔 나무들이 옷을 벗고 있다 강태공의 낚싯줄에 걸린 물고기가 파르르 비늘을 떨어내듯 나무들도 낙엽을 털어내며 그렇게 가을이 깊어간다 내 몸에서도 비늘이 떨어지고 있다 떫은 미련, 부질없는 욕망…. 떨어지는 것은 슬프나 ..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1.10.31
그리움 그리움 /임현숙 불타는 단풍잎에 마음이 데였다 물집 하나하나 터뜨리며 호호 불고 있는 새벽 별빛은 어찌 초롱초롱한지 아리다. Oct.26,2011Lim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1.10.26
눈을 뜨니 새벽이었네 눈을 뜨니 새벽이었네 임 현 숙 나 홀로 일어나 앉은 시각 길은 아직 눈 뜨지 않았고 하늘도 꿈속을 헤매고 있네 차가운 마룻바닥 낡은 방석에 무릎 꿇어 쥐나던 날들의 소망 세월이 흘러 의자에 앉아 두 손 모으며 흘리던 참회의 눈물 이제는 누워버린 새벽기도에 예배당 종소리도 울리..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1.10.18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임 현 숙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아침 안개 걷힌 후 해가 빛나듯 눅눅한 마음밭이 보송보송해지는 것 우울한 일상에 풀 죽어 있다가도 생각나면 반짝반짝 생기가 도는 것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끝없는 관심과 배려로 다가가는 것 보고 싶어 그 창가를 기웃거리고 그리워 먼 하늘 바라보다 구름이 되는 것 행여 소식 올까 편지함을 열어보고 반가운 이름에 즐거운 종달새가 되는 것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비 오는 날 한 우산 속에 있고 싶은 것 두 마음이 한마음 되기를 바라는 것. -림(20110917)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임 현 숙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아침 안개 걷힌 후 해가 빛나듯 눅눅한 마음밭이 보송보송해지는 것 우울한 일상에 풀 죽어 있다가도 생각나면 반짝반짝 생기가 도..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1.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