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시 짓는 김 오르고

나목의 글밭/산문·그리운 날에게 136

잊을 수 없는 기억

잊을 수 없는 기억                                                                                                                                                                임현숙  출근하는 막내의 도시락을 준비한다. 밥은 반 공기 정도 담고 반찬을 많이 담는다. 막내는 해 주는 대로 잘 먹는 편이지만 고기반찬을 좋아한다. 밥을 풀 때마다 십여 년 전의 일이 떠오른다. 뼛속에 각인되어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오타와에서 기다리던 소포가 도착했다. 드디어 막내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돌아온다. 군대 간 아들의 입고 간 옷과 신발이 든 소포를 받고 대성통곡했다는 엄마의 심정을 알..

그레이로 가는 중입니다

그레이로 가는 중입니다 임현숙 "엄마~ 염색 좀 해. 완전 할머니야!" 나 할머니 맞는데! 여섯 살백이 손녀 있잖아? "염색하시면 훨씬 젊어 보이실 텐데요." 지인의 말, 지당한 말입니다. 친정어머니를 닮아서인지 흰머리가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어요. 한 달에 한 번 뿌리 염색하다가 이젠 이십 일이면 색칠해야 합니다. 눈 감았다 뜨면 한 달이 훅 지나가 버리는데 번거롭기도 하고 눈도 더 안 좋아지는 것 같아서 물들이기를 놓아버렸습니다. 어제는 손녀딸을 데리러 갔다가 선생님을 마주쳤어요. 서양 선생님이 저를 보더니 'Your hair is a nice color~'라고 하더군요. 오˙˙˙ 그 말의 진의가 무엇이든지 간에 용기를 얻었어요. 할머니면 어때요. 나이와 다정히 좀 더 멋있어질 그레이로 가는 중입니다...

바로 지금

바로 지금 임현숙 이따금 카카오톡 목록을 보면 안부를 물어도 대답 없는 사람들 그러려니 하고 지나치다가 후에 듣게 되는 소식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 만나자는 연락에 머뭇거리던 게으름이 가시로 박힌다 꽃이 시들고 가랑잎 지고 냉장고도 선풍기도 하물며 사람도 태어나는 모든 건 마지막도 있다 그 끝점은 누가 알 수 있을까! -우리 언제 얼굴 볼까요- 미루지 말고 바로 지금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림(2023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