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이 오면 / 안도현 구월이 오면 / 안도현 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 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 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7.08.23
우화의 강 /마종기 우화의 강 ...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7.08.18
가재미1, 2, 3/문태준 가재미 문태준(文泰俊, 1970 ~, 경북 김천 )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 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7.08.18
가짜 버스 정류장 / 마경덕 가짜 버스 정류장 / 마경덕 독일 치매 요양원 앞 가짜 버스 정류장 몸에 밴 그리움이 무작정 노인을 끌고 오면 벤치는 가출한 노인을 말없이 하염없이 무릎에 받아 앉힌다 돌아갈 곳도 왜 이곳에 앉아있는지도 잊어버릴 때쯤 누군가 다가와 커피 한 잔 하실까요? 친절한 한마디가 눈물을 ..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7.08.09
여름에는 저녁을 /오규원 여름에는 저녁을 /오규원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초저녁에도 환한 달빛 마당 위에는 멍석 멍석 위에는 환한 달빛 달빛을 깔고 저녁을 먹는다 숲 속에서는 바람이 잠들고 마을에서는 지붕이 잠들고 들에는 잔잔한 달빛 들에는 봄의 발자국처럼 잔잔한 풀잎들 마을도 달빛에 잠..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7.08.05
시간에 기대어/팬텀싱어-손태진, 박상돈 시간에 기대어 저 언덕너어 어딘가에 그대가 살고있을가 계절이수놓은시간이란덤위에 너와난 나약한사람 바람이닫는 여긴어딘가 우리는 남아있을까 연습이없는 세월에 무게많큼 너와난 외로운사람 설음이닫는 여긴어딘가 우리는 살아있을까 후회 투성이 살아온 세월만큼 너와난 외로.. 소리샘/성악곡 2017.07.29
2017.7.22 밴조선 기고/봇짐장수 https://issuu.com/vanchosun.com/docs/170722/16 봇짐장수 임 현 숙 티브이에서 삶이 천형인 듯한 사람을 보며 나는 울었다 기역으로 꺾인 허리, 변형된 발로 하루 열 시간 걸어 생선을 판다 뒤로 넘어져 허리뼈가 부러졌는데 돈 없어 치료를 못 해 활처럼 휜 등 가난이 아픔보다 더 무서워 발품을 판다.. 나목의 글밭/지면·너른 세상으로 2017.07.25
나이 / 문정희 나이 / 문정희 몇 굽이 암벽을 오르니 드디어 설원 나무 한 그루 온몸 비틀며 앙상한 생명을 증거하고 있다 하늘과 대결하고 있지만 입술로 사랑할 일도 많지 않으니 회오리도 햇살도 부드럽기만 하다 이제 나에게 나이란 없다 없기로 했다 오직 홀로의 등정이 있을 뿐 스승도 더 이상 필..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7.07.20
되돌아보는 저녁 - 공광규 되돌아보는 저녁 - 공광규 자동차에서 내려 걷는 저녁 시골길 그동안 너무 빨리 오느라 극락을 지나쳤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디서 읽었던가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가 영혼이 뒤따라오지 못할까봐 잠시 쉰다는 이야기를 발들을 스치는 메뚜기와 개구리들 흔들리는 풀잎과 ..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7.07.18
달빛 바느질 / 권대웅 달빛 바느질 / 권대웅 수백년 수천년 전에도 저 달을 바라보던 눈들을 생각하면 밤이 하나의 긴 통로로 이어져 있는 것 같다. 그 일직선에 깃들여 살며 이생도 저생도 달 아래 모두 한 공간 한 동네 어떤 마음자리였을까 굽이굽이 사무친 말과 옹이진 사연 풀잎 같은 눈들이 저기 저리 모..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7.07.11
2017.7.8/밴조선 기고/하늘을 고이고 살라 하지만 https://issuu.com/vanchosun.com/docs/170708/16 나목의 글밭/지면·너른 세상으로 2017.07.09
오는 6일 부모 초청이민 대상자 2차 추첨 오는 6일 부모 초청이민 대상자 2차 추첨 김혜경 기자 khk@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페이스북 최종수정 : 2017-09-01 17:03 추첨 신청인 차후 이메일 확인 필요 연방 이민부는 오는 6일 2017년도 부모 초청이민 대상자를 추가로 추첨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추첨에서 선발되면 9월 6일 이후에.. 정보 창고/생활 정보 2017.07.04
소나기/곽재구 소나기 - 곽재구 저물 무렵 소나기를 만난 사람들은 알지 누군가를 고즈넉이 그리워하며 미루나무 아래 앉아 다리쉼을 하다가 그때 쏟아지는 소나기를 바라본 사람들은 알지 자신을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격정이라는 것을 사랑하는 이를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분노..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7.06.14
"이중 국적자도 캐나다 여권 들고 입국" "이중 국적자도 캐나다 여권 들고 입국"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국외 加공관 여권 발권업무 폭주 국외 캐나다 일부 공관에서는 캐나다 여권신청이 폭주해 최근 신청하는 사람들은 장기 대기하게 됐다. 연방정부는 최근 캐나다와 다른 국가 국적이 있는 다중 국적.. 정보 창고/생활 정보 2017.06.01
하늘을 고이고 살라 하지만 하늘을 고이고 살라 하지만 임 현 숙 맑은 바람결에 흐르는 구름이 되는 아침 어제보다 그늘을 더 드리우는 나무 한 그루와 눈을 맞추면 내 말에 옳다 끄덕이기도 아니라고 살래살래 도리질하며 철부지 나를 가르친다 나뭇잎처럼 가벼이 흔들리지 말고 뿌리처럼 지긋하게 땅을 밀고 하늘..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7.05.26
오월이면 오월이면 임 현 숙 오월의 푸른 교정 피고 지던 아카시아 꽃처럼 곱게 웃던 갈래머리 내 동무들 인제는 아카시아 꽃잎 귀밑머리 날리네 돌계단 층층 앉아 하하 호호 재잘대며 우정탑 쌓아가던 초록빛 꿈동이들 청운의 못다 이룬 꿈 오월처럼 푸르른가. 2017.05.19. 림 나목의 글밭/습작·시조야 놀자 2017.05.20
빈 배 / 서상만 빈 배 / 서상만 폐선 한 척 잔파도가 깨워도 뭍으로는 더 밀리지 않겠다고 늙은 노을을 붙잡고 주저앉았네 가끔 저녁 바다가 적막해 물수제비를 날려보지만 조는 듯 죽은 듯 저 배는 미동도 없네 조타실 난간 위에 사뿐 내려앉은 저 갈매기 한 마리 이 배의 주인인 듯, 배의 정수리에 비린 ..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7.05.20
그리운 어머니 그리운 어머니 임 현 숙 다정한 오월이 오면 어머니 그리워 카네이션보다 진한 눈빛으로 허공 저 너머 둘러봅니다 늘 허약하셨던 어머니 풋풋한 시절 비 내리던 날 교문 앞 친구 어머니 보며 철철 젖어 달려갈 때 아주 작은 부러움이 사춘기에 그늘이었지만 친정 나들이 때마다 고이 접은..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7.05.08
지란지교를 꿈꾸며/유안진 지란지교를 꿈꾸며 ... 유안진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살았으면 좋겠다. 비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7.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