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빈 배 / 서상만

라포엠(bluenamok) 2017. 5. 20. 10:38


        빈 배 / 서상만 폐선 한 척 잔파도가 깨워도 뭍으로는 더 밀리지 않겠다고 늙은 노을을 붙잡고 주저앉았네 가끔 저녁 바다가 적막해 물수제비를 날려보지만 조는 듯 죽은 듯 저 배는 미동도 없네 조타실 난간 위에 사뿐 내려앉은 저 갈매기 한 마리 이 배의 주인인 듯, 배의 정수리에 비린 주둥이를 닦고 있네 폐선에겐 갯바람에 허리 굽은 적막이 제격 흘리고 간 물새 울음 쪼가리가 제격 갈매기 입술보다 더 붉은 노을이 날마다 찾아주지 않았다면 저 폐선, 오래전에 숨을 놓았을 것이네 —시집『분월포芬月浦』(201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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