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 / 임 현 숙 개여울에 징검돌을 깨금발로 건너며 콧노래 부르는 아이 그런 시절이 있었어요 냇가에 앉아 소꿉놀이 하느라 즐거웠지요 나뭇잎 밥상위엔 다슬기도 있었고요 고운 모래알은 고슬고슬한 밥이었지요 어느 날엔 거머리에 물려 기함도 했다네요 어쩌다 동동 구루무 .. 나목의 글밭/시2·다시 부르는 노래 2019.06.29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 고정희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 고정희 무덤에 잠드신 어머니는 선산 뒤에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 말씀보다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 석양 무렵 동산에 올라가 적송밭 그 여백 아래 앉아 있으면 서울에서 묻혀온 온갖 잔소리들이 방생의 시냇물 따라 들 가운데로 흘러흘러 바다..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9.06.26
단추를 채우면서 / 천양희 단추를 채우면서 / 천양희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단추, 첫연애 첫결혼 첫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9.06.13
라스베이거스 라스베이거스 임 현 숙 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라스베이거스 금빛 찬란한 은하수 그 물결에 부유하러 온 나는 주린 집고양이 저마다 빛나는 호텔에 들어서니 도박장이 눈 맞춤하고 홀린 사람들 곁 지나며 대박 한번 당겨보고 싶어 웅크린 손가락이 꼬물거리지 북적이는 인파, 명품 샵, 화려한 빌딩 따가운 햇볕이 호령하는 거리에 슬픔은 얼굴을 내밀지 못하네 팜 트리만이 손바닥만 한 그늘을 내어주는 거리 헐떡이며 기웃거리다 호텔 방에 들어서면 고요와 안식이 엄마처럼 맞아주어 고독하지 않은 곳 늙은 집고양이 집 밖에서 지낸 며칠 달러로 작은 행복 살 수 있었네. -림(20190528) 라스베이거스 임 현 숙 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라스베이거스 금빛 찬란한 은하수 그 물결에 부유하러 온 나는 주린 집고양이 저.. 나목의 글밭/시2·다시 부르는 노래 2019.05.30
유월의 언덕/노천명 유월의 언덕/노천명 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하늘은 사뭇 곱기만 한데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고 안으로 안으로만 들다 이 인파 속에서 고독이 곧 얼음 모양 꼿꼿이 얼어 들어옴은 어쩐 까닭이뇨 보리밭엔 양귀비꽃이 으스러지게 고운데 이른 아침부터 밤이 이슥토록 이야기해 볼 사람..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9.05.30
인연 - 김재진 인연 - 김재진 한 세상 입던 옷 벗어놓고 우린 모두 어딘가로 떠나야 합니다. 마당에는 불 켜지고 이모, 고모, 당숙, 조카, 이름도 잊어버린 한순간의 친구들 때 묻은 인연들 모여 잔치를 벌입니다. 술잔이 돌고 덕담이 오가고 더러는 떠나는 것을 옷 갈아입는 거라 말하는 이도 있습니다. ..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9.05.10
2019.05.04. 밴조선 기고/그리운 어머니 https://issuu.com/vanchosun.com/docs/190504/12 나목의 글밭/지면·너른 세상으로 2019.05.05
사랑 / 김남조 사랑 / 김남조 오래 잊히음과도 같은 병이었습니다 저녁 갈매기 바닷물 휘어적신 날개처럼 피로한 날들이 비늘처럼 돋아나는 북녘 창가에 내 알지 못할 이름의 아픔이던 것을 하루 아침 하늘 떠받고 날아가는 한 쌍의 떼 기러기를 보았을 때 어쩌면 그렇게도 한없는 눈물이 흐르고 화살..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9.04.23
강가에서 / 고정희 강가에서 / 고정희 할 말이 차츰 없어지고 다시는 편지도 쓸 수 없는 날이 왔습니다 유유히 내 생을 가로질러 흐르는 유년의 푸른 풀밭 강둑에 나와 물이 흐르는 쪽으로 오매불망 그대에게 주고 싶은 마음 한쪽 뚝 떼어 가거라,가거라 실어보내니 그 위에 홀연히 햇빛 부서지는 모습 그 위..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9.04.08
단추를 달며 단추를 달며 임 현 숙 사위의 양복 단추를 달며 돋보기를 꺼내 쓰니 바늘귀에 실을 꿰어달라면 짜증 내던 며느리 늑골 사이가 짜르르하다 가신 지 오래 숨결 묻어나는 것 전혀 없어도 불쑥불쑥 빙의하는 어머니 불혹에 홀로 백일 된 아들 고이며 부엉부엉 지새우는 밤 한숨 타래로 바느질..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9.03.27
작은 이름 하나라도 작은 이름 하나라도 이 기 철 이 세상 작은 이름 하나라도 마음 끝에 닿으면 등불이 된다 아플만큼 아파 본 사람만이 망각과 폐허도 가꿀 줄 안다 내 한 때 너무 멀어서 못만난 허무 너무 낯설어 가까이 못 간 이념도 이제는 푸성귀 잎에 내리는 이슬처럼 불빛에 씻어 손바닥 위에 얹는다 ..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9.03.13
춘삼월의 눈꽃 춘삼월의 눈꽃 임 현 숙 아직 동트기엔 머언 새벽 달빛이 치렁한 듯 눈을 떠보니 폭포수처럼 함박눈이 펑펑 개구리도 깨어난 춘삼월 이 세상에 죄가 득실해 하늘이 은혜를 베푸나보다 가여운 세상 순결하라 순결하라 소복소복 눈꽃으로 복을 내린다. -림(20190308) 나목의 글밭/시2·다시 부르는 노래 2019.03.09
2019.1.26. 중앙일보 게재/어서 오십시오 어서 오십시오 임 현 숙 어서 오십시오 나목 사이로 솟아오르는 새날이여 고난의 장벽을 뛰어넘어 텅 빈 곳간에 금빛 햇살이 넘실거리게 하소서 저 북방 거센 바람으로 나이테 늘어도 버리지 못하는 마음의 티끌을 키질하소서 웃음을 잃은 이에게 소망 박을 타게 하시고 사랑을 잃은 이의 눈물을 거두어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주소서 겸손의 신발을 신고 배려를 지팡이 삼아 무장무장 섬김의 길을 가게 하시고 내 모습 이대로 감사하며 날마다 행복의 샘물을 나누게 하소서 어서 오십시오 나목에 파릇한 옷을 지어줄 새날이여. -림 나목의 글밭/지면·너른 세상으로 2019.01.27
부모 초청 이민 접수 28일 시작 부모 초청 이민 접수 28일 시작 김혜경 기자 khk@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페이스북 최종수정 : 2019-01-15 15:07 올해 다시 선착순으로…신규 신청자 2만명까지 확대연방이민부가 부모 초청 이민 접수를 오는 28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민부에 따르면 당일 12시부터 온라인으로 신.. 정보 창고/생활 정보 2019.01.20
12/15 밴조선 기고-야누스 십이월 https://issuu.com/vanchosun.com/docs/181215/16 다음검색 나목의 글밭/지면·너른 세상으로 2018.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