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2/김용택 봄비 2 / 김용택 어제는 하루종일 쉬지도 않고 고운 봄비가 내리는 아름다운 봄날이었습니다 막 돋아나는 풀잎 끝에 가 닿는 빗방울들. 풀잎들은 하루종일 쉬지 않고 가만가만 파랗게 자라고 나는 당신의 살결같이 고운 빗줄기 곁을 조용조용 지나다녔습니다 이 세상에 맺힌 것들이 다 풀..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7.03.28
3/25일자 밴쿠버조선일보-봄비에 젖으면 봄비에 젖으면 임 현 숙 자박자박 봄비 내리는 길 지난겨울 그림자 해맑게 지우는 빗방울 소리 흥겨워 발걸음도 춤을 추네 반 토막 난 지렁이 재생의 욕망이 몸부림치고 시냇가 버드나무 올올이 연둣빛 리본 달고 나 살아났노라 환호성 하네 늙수그레하던 세상 생명수에 젖어 젖어 기지.. 나목의 글밭/지면·너른 세상으로 2017.03.25
씨앗 - 신달자 씨앗 - 신달자 꾹꾹 누른다고 터지지는 않는다 나는 여러 번 눌러본 사람 밖으로는 고요히 숨이 머문 듯하지만 청력이 좋은 사람은 듣는다 이렇게 작은 살점의 깊은 곳에 저 먼 사막의 가쁜 호흡이 재빠르게 달려오고 있다는 것을. 그를 부르듯 다시 꾹꾹 눌러 그 깊은 안을 불러보면 절대..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7.03.20
초록의 감옥 / 송수권 초록의 감옥 / 송수권 초록은 두렵다 어린날 녹색 칠판보다도 그런데 자꾸만 저요, 저요, 저, 저요 손 흔들고 사방 천지에서 쳐들어 온다 이 봄은 무엇을 나를 실토하라는 봄이다 물이 너무 맑아 또 하나의 나를 들여다보고 비명을 지르듯이 초록의 움트는 연두빛 눈들을 들여다보는 일은 ..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7.03.09
나팔꽃 /송수권 나팔꽃 /송수권 바지랑대 끝 더는 꼬일 것이 없어서 끝이다 끝 하고 다음날 아침에 나가보면 나팔꽃 줄기는 허공에 두 뼘은 더 자라서 꼬여 있는 것이다. 움직이는 것은 아침 구름 두어 점, 이슬 몇 방울 더 움직이는 바지랑대는 없을 것이었다. 그런데도 다음날 아침에 나가보면 덩굴손까..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7.03.09
새해 아침-송수권 새해 아침-송수권 새해 아침은 불을 껐다 다시 켜듯이 그렇게 떨리는 가슴으로 오십시오 답답하고 화나고 두렵고 또 얼마나 허전하고 가난했습니까? 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지난밤 제야의 종소리에 묻어둔 꿈도 아직 소원을 말해서는 아니 됩니다 외로웠습니까? 그 위에 하..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7.03.09
꿈꾸는 섬 - 송수권 꿈꾸는 섬 - 송수권 말없이 꿈꾸는 두 개의 섬은 즐거워라 내 어린 날은 한 소녀가 지나다니던 길목에 그 소녀가 흘려 내리던 눈웃음결 때문에 길섶의 잔 풀꽃들도 모두 걸어 나와 길을 밝히더니 그 눈웃음결에 밀리어 나는 끝내 눈병이 올라 콩알만한 다래끼를 달고 외눈끔적이로도 길바..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7.03.09
적막한 바닷가-송수권 적막한 바닷가-송수권 더러는 비워 놓고 살 일이다. 하루에 한 번씩 저 뻘밭이 갯물을 비우듯이 더러는 그리워하며 살 일이다. 하루에 한 번씩 저 뻘밭이 밀물을 쳐 보내듯이 갈밭머리 해 어스름녘 마른 물꼬를 치려는지 돌아갈 줄 모르는 한 마리 해오라기처럼 먼 산 바래서서 아, 우리들..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7.03.09
산문(山門)에 기대어 - 송수권 산문(山門)에 기대어 - 송수권 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날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 가면 즈믄 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오던 것을 더러는 물 속에서 튀..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7.03.09
그때는 설레었지요 / 황인숙 그때는 설레었지요 / 황인숙 그때는 밤이 되면 설레어 가만히 집 안에 있을 수 없었지요 어둠이 겹주름 속에 감추었다 꺼내고 감추었다 꺼냈지요, 만물을 바람이 어둠 속을 달리면 나는 삶을 파랗게 느낄 수 있었어요 움직였지요 삶이 움직였지요 빌딩도 가로수도 살금살금 움직였지요 적..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7.03.09
나는 아직도 / 박재삼 나는 아직도 / 박재삼 나는 아직도 꽃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찬란한 노래를 하고 싶습니다만 저 새처럼은 구슬을 굴릴 수가 없습니다. 나는 아직도 놀빛 물드는 마음으로 빛나는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만 저 단풍잎처럼은 아리아리 고울 수가 없습니다. 나는 아직도 빈 손을 드는 마음으로 ..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7.02.26
님의 노래 / 김소월 님의 노래 / 김소월 그리운우리님의 맑은 노래는 언제나 제가슴에 저저잇서요 긴날을 門박게서 섯서드러도 그립은우리님의 고흔노래는 해지고 저무도록 귀에들녀요 밤들고 잠드도록 귀에들녀요 고히도흔들니는 노래가락에 내잠은 그만이나 깁피드러요 孤寂한잠자리에 홀로누어도 내..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7.02.25
그리움을 수선합니다- 김명서 그리움을 수선합니다- 김명서 오랫동안 묵혀둔 아버지의 문서를 버리는데 언제 오셨는지 나의 등 뒤에서 구겨진 문서를 하나하나 펴시는 아버지 소문대로라면 평생 남의 논밭만 경작하고 몽당 담배만 골라 피우셨다던, 그가 평생 경작한 꽃은 나였지만 나는 그에게 후끈한 파스 한 장 되..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7.02.09
어머니 / 임영화 어머니 / 임영화 ​ 좋아하는 생선이 무엇이냐 묻기에 멸치라고 했더니 그게 무슨 생선이냐고 그건 그저 밑반찬 중 하나라고 좋아하는 꽃이 무엇이냐 묻기에 안개꽃이라고 했더니 그게 무슨 꽃이냐고 그건 그저 장미꽃 들러리라고 어떤 사람 좋아하냐 묻기에 밑반찬 같고 들러리 ..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7.02.06
더 늙어서 만나자는 말- 이화은 더 늙어서 만나자는 말- 이화은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는 말이네 더 늙어서 만나자는 말 한 번도 사랑한다 말 한 적 없는데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는 말이네 시작도 끝도 없어야 정말 사랑이라고 그래서 우리는 힘껏 늙어가는 중이네 시간의 흰 이마에 날마다 첫눈이 내리고 스무 살의 노인..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7.01.27
어머니와 설날 / 김종해 어머니와 설날 / 김종해 '우리의 설날은 어머니가 빚어주셨다 밤새도록 자지 않고 눈 오는 소리를 흰 떡으로 빚으시는 어머니 곁에서 나는 애기까치가 되어 날아올랐다 빨간 화롯불 가에서 내 꿈은 달아오르고 밖에는 그해의 가장 아름다운 눈이 내렸다 매화꽃이 눈 속에서 날리는 어머..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7.01.26
무슨 말인가 더 드릴 말이 있어요 / 김용택 무슨 말인가 더 드릴 말이 있어요 / 김용택 오늘 아침부터 눈이 내려 당신이 더 보고 싶은 날입니다 내리는 눈을 보고 있으면 당신이 그리워지고 보고 싶은 마음은 자꾸 눈처럼 불어납니다 바람 한 점 없는 눈송이들은 빈 나뭇가지에 가만히 얹히고 돌멩이 위에 살며시 가 앉고 땅에도 가..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7.01.21
Simon & Garfunkle- Bridge Over Troubled Water Simon & Garfunkle- Bridge Over Troubled Water When you're weary feeling small 당신이 지치고, 작고 초라하게 느껴질 때 when tears are in your eyes 눈에 눈물이 고이면 I'll dry them all 제가 눈물을 닦아줄게요 I'm on your side 제가 당신 곁에 있잖아요 oh when times get rough 세상이 힘들때도 And friend just can't be found 그리고 .. 소리샘/팝 2017.01.06
모닥불을 지피며 모닥불을 지피며 임 현 숙 새해 벽두부터 감기에 붙잡혔다 콜록거리느라 잠이 저만치 달아나버려 주섬주섬 일어나 앉는다 길도 곤히 잠든 한 밤 불티 날리는 소리처럼 목을 조르는 기침 소리만이 고요를 깨운다 삶이란 게 모닥불 같아서 날마다 솜털 같은 목숨을 불쏘시개로 사르며 활활..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7.01.03
Momo & Mochi 겁장이 모치 내가 출근할 땐 따라가는 게 아니란 걸 알고 현관 계단 위에서 배웅하는 귀요미들 ㅎ 간식을 입에 문 모치~ 너 담배 피니 ㅎ 인스타그램 인기스타 모치~ 영리한 울 모모~ 말귀도 척척~ 우리와 교감도 잘 되는 모모 실물은 잘 생겼는데 사진발이 안 받는 모모 ㅎ 앨범·추억의 간이역/Momo& Mochi 2016.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