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이성선 귀/이성선 내 귀를 비우고 싶네 거리의 소리가 너무 높아서 진실도 거짓도 알기 어려워 내 귀는 쉬고 싶네 내 귀를 이젠 바다를 향한 보석함으로 두고 싶네 사람의 파장을 띄어 넘어서 다른 떨림의 울림 속에 들어가 살고 싶네 풀잎 사이에 내려 놓고 풀잎들의 맑은 목소리나 듣고 싶네 나..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2.07.17
멀리서 빈다/나태주 멀리서 빈다 / 나태주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2.07.17
혼자 사랑/도종환 혼자사랑/도종환 혼자서만 생각하다 날이 저물어 당신은 모르는 채 돌아갑니다 혼자서만 사랑하다 세월이 흘러 나 혼자 말없이 늙어갑니다 남 모르게 당신을 사랑하는 게 꽃이 피고 저 홀로 지는 일 같습니다. 노래 나윤선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2.07.12
안부가 그리운 날/양현근 안부가 그리운 날 / 양현근 사는 일이 쓸쓸할수록 두어 줄의 안부가 그립습니다 마음 안에 추절추절 비 내리던 날 실개천의 황토빛 사연들 그 여름의 무심한 강역에 지즐대며 마음을 허물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를 완전하게 벗는 일이라는 걸 나를 허물어 너..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2.07.12
안개꽃/복효근 안개꽃 꽃이라면 안개꽃이고 싶다 장미의 한복판에 부서지는 햇빛이기보다는 그 아름다움을 거드는 안개이고 싶다 나로 하여 네가 아름다울 수 있다면 네 몫의 축복 뒤에서 나는 안개처럼 스러지는 다만 너의 배경이어도 좋다 마침내 너로 하여 나조차 향기로울 수 있다면 어쩌다 한 끈..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2.07.09
향기로운 비/이어령 향기로운 비/이어령 얼마나 큰 슬픔이었기에 너 지금 저 많은 빗방울이 되어 저리도 구슬피 내리는가. 한강으로 흐를 만큼 황하를 채울 만큼 그리도 못 참을 슬픔이었느냐 창문을 닫아도 다시 걸어도 방안에 넘쳐나는 차가운 빗발 뭔가 말하고 싶어 덧문을 두드리는 둔한 목소리 그런데 ..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2.07.06
한토막의 柴木(시목)/반병섭 한토막의 柴木(시목) 반병섭 喬木(교목) 되어 기둥 되고 棟梁(동량) 되기를 바랐던 나 그러나 火木(화목) 되어 온돌을 데우고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심장 짝짝 쪼개 벽난로에서 춘하추동을 태우고 타서 재가 되면 거름 되어 목련 장미 무궁화를 키웠었네, 꽃도 열매도 되는 果木(과목) 되..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2.04.29
엄마 걱정/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 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2.02.16
시이소오/문정희 시이소오 문정희 어둠이 내려오는 빈 공원에서 혼자 시이소오를 탄다 한쪽에는 내가 앉고 건너편에는 초저녁 서늘한 어둠이 앉는다 슬프고 무거운 힘으로 지그시 내려앉았다가 나는 다시 허공으로 치솟는다 순간에 나는 맨땅으로 굴러 떨어진다 어둠은 한 마리 짐승 같다 푸른 ..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2.02.15
봄 시 하나/꽃동네 와룡골-혜원 박영배 꽃동네 와룡골 혜원 박영배 봄은 먼 들녘을 따라 개울 건너 보리밭도 지나 봄나물처럼 오손도손 다가온다 안개 낀 산허리 등 기대 모여 살던 산동네 마을회관 창밖으로 다가오는 꽃빛, 밭고랑 살랑이는 바람에 굽이굽이 진달래 붉은 뒷산 눈부신 매화 마실 나서는 개나리 봄은 한..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2.02.06
2012.01.16 행복의 문 하나가 닫히면 다른 문들이 열린다 그러나 우리는 대게 닫힌 문을 명하니 바라보다가 우리를 향해 열린 문을 보지 못한다 --헬렌켈러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2.01.17
장독/김인선 장독 炚土 김인선 서리서리 눌러 놓은 정 다 퍼낸 가슴 우웅-웅 울음 울리던 귓가 다 자란 몸 반을 넣어도 남던 어미의 마음 어둠 속 콕콕 박혀 반짝이던 모래알 같던 수많은 눈물 자국 문득 난 지난 어느 날 깨진 어미 속 앉았다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1.12.22
귀향/炚土 김인선 귀향 炚土 김인선 투명한 알 속에서 눈 뜨지 못해 어미의 슬픈 임종 못 보았을 거야 출렁이는 산도 따라 흐르며 낯설은 눈에 박힌 휘어진 등뼈 가시 끝에서 나풀거리는 붉은 조각 강둑 타오르던 단풍 빛인가 착각했을지도 모르지 욕망 위해 너른 바다에 그어놓은 씨줄과 날줄의 촘..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1.12.17
겨울 나무/이상 이상례 겨울나무/ 이상 이상례 소유를 벗어버린 겨울 들녘 묵시록 처럼 우뚝 선 겨울 나무 고운 햇살에 몸을 씻는다 누구든 한 번은 저무는 법 존재는 의미이고 이름이 따름이라는 믿었던 것들은 바람 따라 황홀히 흩어진 뒤에도 가슴에 진한 향내를 낸다 가을은 슬프지만, 겨울은 눈부시..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1.11.02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김춘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김춘수 샤갈의 마을에는 3월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靜脈)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 수만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1.10.30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환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환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1.10.24
좋은 글..... 날 저무는 창가에 홀로 앉아 어둠을 맞는 시간 어쩐지 사람이 그립습니다. 하얀 박눈같은 미소를 지녔음직한 잔잔함으로 가슴 깊이 스며드는 참 사람의 향기가 그립습니다. 힘겨울때 의지가 되고 내 눈물 닦아 위로가 된 사람 나의 허물 덮어주고 내 부족함을 고운 눈길로 지켜주..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1.10.20
곰소항에서/이건청 곰소항에서 이건청 곰소 염전 곁 객사에 누워 하루를 잔다. 짠 바닷물은 마르고, 다시 마르며 결장지까지 와서 소금으로 가라앉는데, 이 마을 드럼통들 속에서는 새우와 바닷게들도 소금을 끌어안은 채 쓰린 꿈속에서 제 살을 삭혀 젓갈로 곰삭고 있을 것인데, 변산 바다 밀물의 ..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1.10.15
그대가 처음 내게 오던 날/유정 그대가 처음 내게 오던 날 / 유정 그대가 처음 내게 오던 날 그 가을 바닷가에서 실려보낸 항구에 찾아든 바람 같이 쓸쓸한 갯냄새가 배어 있었습니다 한잔 술을 마신 외로움을 내려놓듯 할말을 떨어뜨리며 가슴에 삼키는 전화 목소리에는 그리움은 이미 붉어진 가을잎으로 가을 나무의 무릎을 베고 ..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1.10.15
누군가를... ♡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은 날...♡ 목마른 세월 안고 살다가 맑은 물방울로 목을 축이며 누군가를 마음으로 사랑하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 서로 마음의 위로를 받으면서 행복의 커다란 우주를 생각할 정도로 서로 사랑하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혼자 길들일 수 없는 밤... 전화를 걸어 자유로운 ..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1.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