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노트/문정희 가을 노트...문정희Autumn notes...Moon.J.H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몸을 떨었다 못다한 말 못다한 노래 까아만 씨앗으로 가슴에 담고 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 머잖아 한잎 두잎 아픔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 벼 베고 난 빈 들녘 고즈넉한 볏단처럼 놓이리라..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3.11.11
참 아름다운 동행 / 김민소 참 아름다운 동행 / 김민소 마주보는 눈빛을 녹여 지치고 헐 벗은 영혼에 온기를 적셔주는 사랑입니다 마음과 마음을 버무려서 비 바람이 쓸고 간 자리에도 꽃망울을 터트리는 사랑입니다 꿈은 노을속에 묻혀지고 삶은 어두운 뒷골목을 말하지만 존재로 등불이 되고 있는 사랑입니다 기..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10.26
구두 한켤레의 詩/곽재구 구두 한켤레의 詩 詩 / 곽재구 차례를 지내고 돌아온 구두 밑바닥에 고향의 저문 강물소리가 묻어 있다 겨울보리 파랗게 꽂힌 강둑에서 살얼음만 몇 발자국 밟고 왔는데 쑬골 상엿집 흰 눈 속을 넘을 때도 골목 앞 보세점 흐린 불빛 아래서도 찰랑찰랑 강물소리가 들린다 내 귀는 얼어 한 ..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3.10.18
덮어준다는 것/복효근 덮어준다는 것 복효근 달팽이 두 마리가 붙어 있다 빈 집에서 길게 몸을 빼내어 한 놈이 한 놈을 덮으려 하고 있다 덮어주려 하고 있다 일생이 노숙이었으므로 온몸이 맨살 혹은 속살이었으므로 상처이었으므로 부끄럼이었으므로 덮어준다는 것, 사람으로 말하면 무슨 체위 저 흘레의 자..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10.18
귀로 듣는 눈/문성해 귀로 듣는 눈 문성해 눈이 온다 시장 좌판 위 오래된 천막처럼 축 내려 앉은 하늘 허드레 눈이 시장 사람들처럼 왁자하게 온다 쳐내도 쳐내도 달려드는 무리들에 섞여 질긴 몸뚱이 하나 혀처럼 옷에 달라붙는다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실밥을 따라 떨어진다 그것은 눈송이 하나가 내게 ..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10.17
국화 앞에서/김재진 국화 앞에서 / 김재진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사람들은 모른다. 귀밑에 아직 솜털 보송보송하거나 인생을 살았어도 헛 살아버린 마음에 낀 비계 덜어내지 못한 사람들은 모른다. 사람이라도 다 같은 사람이 아니듯 꽃이라도 다 같은 꽃은 아니다. 눈부신 젊음 지나 한참을 더 ..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10.17
시월/기형도 외 10월 / R. Frost 오, 고요하고 부드러운 시월의 아침이여, 너의 잎새들은 곱게 단풍이 들어 곧 떨어질 듯하구나 만일 내일의 바람이 매섭다면 너의 잎새는 모두 떨어지고 말겠지 까마귀들이 숲에서 울고 내일이면 무리 지어 날아가겠지 오, 고요하고 부드러운 시월의 아침이여 오늘은 천천히..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10.02
가을/김용택 가을 /김용택 가을입니다 해질녘 먼 들 어스름이 내 눈 안에 들어섰습니다 윗녘 아래녘 온 들녘이 모두 샛노랗게 눈물겹습니다 말로 글로 다 할 수 없는 내 가슴속의 눈물겨운 인정과 사랑의 정감들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해지는 풀섶에서 우는 풀벌레들 울음소리 따라 길이 살아나고 먼 ..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3.09.29
살다가 문득 / 김경훈 살다가 문득 / 김경훈 살다가 보면 문득 안부가 궁금해지는 사람이 있다 어쩔 수 없이 비켜간 사람 다 읽지도 못하고 접어버린 신문처럼 그 마음을 다 읽지도 못하고 접어버린 인연 살다가 보면 문득 그 사람을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은 순간이 있다 산다는 것이 그런거야 혼자만의 넋두..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09.22
가을 노래-이해인 가을 노래 / 이해인 하늘은 높아가고 마음은 깊어가네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 행복한 나무여, 바람이여 슬프지 않아도 안으로 고이는 눈물은 그리움 때문인가 가을이 오면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멀리 있는 친구가 보고싶고 죄 없이 눈이 맑았던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09.10
우체통에 넣을 편지가 없다/원재훈 우체통에 넣을 편지가 없다/ 원재훈 한때 나는 편지에 모든 생을 담았다. 새가 날개를 가지듯 꽃이 향기를 품고 살아가듯 나무가 뿌리를 내리듯 별이 외로운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 나는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에 내 생의 비밀을 적었다. 아이의 미소를, 여인의 체취를, 여행에 깨우침을, ..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08.31
우리 동네 집들/박형권 우리 동네 집들 / 박형권 좋은 사이들이 말을 할 때 가만히 눈매를 바라보는 것처럼 손끝으로 입을 가리는 것처럼 겨드랑이를 쿡 찌르고 깔깔대는 것처럼 우리 동네 집들이 말을 한다 파란 대문 집은 아직 아버지가 바다에서 돌아오지 않아서 외등을 켜고 군불 때는 집은 쇠죽 끓이는 소..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08.19
노을/김용택 노을/김용택 사랑이 날개를 다는 것 만은 아니더군요 눈 부시게, 눈이 부시게 쏟아지는 지는 해 아래로 걸어가는 출렁이는 당신의 어깨에 지워진 사랑의 무게가 내 어깨에 어둠으로 얹혀옵니다 사랑이 날개를 다는 것만은 아니더군요 사랑은, 사랑은 때로 무거운 바윗덩이를 짊어지는 것..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3.08.07
바다로 달려가는 바람처럼/이해인 바다로 달려가는 바람처럼/이해인 바람은 어디에 숨어 있다가 이제야 달려오는가..... 함께 있을 땐 잊고 있다가도 멀리 떠나고 나면 다시 그리워지는 바람 처음 듣는 황홀한 음악처럼 나뭇잎을 스쳐 가다 내 작은 방 유리창을 두드리는 서늘한 눈매의 바람 여름 내내 끓어오르던 내 마음..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08.05
옛날의 그 집 - 박경리 . 옛날의 그 집 - 박경리 비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휑뎅그렁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쑥새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이 뜰은 넓어..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08.04
문태준/맨발 외 - 문태준 (1970년 경북 김천 출생) 1995년 고려대 국문과 졸업. 1994년『문예중앙』신인문학상에 시 「處署」외 9편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함. 시집『수런거리는 뒤란』『맨발』 등이 있음. 현재 ‘시힘’ 동인으로 활동. *--------------------------------------------* 가재미 김천의료원 6인실 302..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3.07.22
사평역에서 - 곽재구 사평역에서 -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히 할 말..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3.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