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 영혼을 위하여/고정희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4.02.27
한계령을 위한 연가/문정희 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4.02.14
너 처음 만났을 때/문정희 ♥ 너 처음 만났을 때 - 문 정 희 너 처음 만났을 때 사랑한다 이 말은 너무 작았다 같이 살자 이 말은 너무 흔했다 그래서 너를 두곤 목숨을 내걸었다 목숨의 처음과 끝 천국에서 지옥까지 가고 싶었다 맨발로 너와 함께 타오르고 싶었다 죽고 싶었다.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4.02.14
아름다운 마침표/신표균 아름다운 마침표/ 신표균 서른 일곱 살 처녀가 가발 머리 곱게 빗고 화장을 고친다 수심에 찬 거울 앞에 서서 솜사탕 같은 아침 물안개 속에 쓸쓸한 미소 짓는다 그녀, 웃으며 영정사진을 찍는다 예쁘게 찍어 주세요 엄마가 시집 못 보내고 손 놓은 딸 웃는 모습 품에 안고 살게요 환한 얼..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4.02.13
내 사람이여/김광석 내 사람이여 - 김광석 내가 너의 어둠을 밝혀줄 수 있다면 빛 하나 가진 작은 별이 되어도 좋겠네 너 가는 길마다 함께 다니며, 너의 길을 비추겠네. 내가 너의 아픔을 만져줄 수 있다면 이름없는 들의 꽃이 되어도 좋겠네. 음 눈물이 고인 너의 눈 속에, 슬픈 춤으로 흔들리겠네 그럴 수 있..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4.02.05
관계/고정희 관계 / 고정희 싸리꽃 빛깔의 무당기 도지면 여자는 토문강처럼 부풀어 그가 와주기를 기다렸다 옥수수꽃 흔들리는 벼랑에 앉아 아흔번째 회신 없는 편지를 쓰고 막배 타고 오라고 전보를 치고 오래 못 살 거다 천기를 누설하고 배 한 척 들어오길 기다렸다 그런 어느 날 그가 왔다 갈대..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4.02.03
고정희 시 모음 시인 고정희 고정희 전 시인 출생-사망 1948년 (전라남도 해남) - 1991년 6월 9일 가족 5남 3녀 중 첫째 학력 한신대학교 학사 데뷔 1975년 현대시학 등단 수상 1983년 대한민국 문학상 경력 여성신문 초대 편집주간 관련정보 네이버<오늘의 문학> -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무너지는 것..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4.02.03
모란 동백-이제하 시, 조영남 노래 모란동백 詩 / 이제하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 산에 뻐꾸기 울면 상냥한 얼굴 모란 아가씨 꿈속에 찾아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동백은 벌써 지고 없는..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4.01.28
풍경을 달다-정호승 풍경을 달다....정호승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23.Janury.2014 by Jace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4.01.25
소나무 숲에는 -이상국 소나무 숲에는 이 상 국 소나무 숲에는 뭔가 있다 숨어서 밤 되기를 기다리는 누군가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은근할 수가 있는가 짐승처럼 가슴을 쓸어내리며 모두 돌아오라고, 돌아와 같이 살자고 외치는 소나무 숲에는 누군가 있다 어디서나 보이라고, 먼 데서도 들으라고 소나..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4.01.20
러브 호텔 러브 호텔 / 문정희 내 몸 안에 러브호텔이 있다 나는 그 호텔에 자주 드나든다 상대를 묻지 말기 바란다 수시로 바뀔 수도 있으니까 내 몸 안에 교회가 있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 씩 교회에 들어가 기도한다 가끔 울 때도 있다 내 몸 안에 시인이 있다 늘 시를 쓴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건 ..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4.01.03
첼로처럼 첼로처럼 詩 / 문정희 하룻밤쯤 첼로처럼 살고 싶다 매캐한 담배 연기 같은 목소리로 허공을 긁고 싶다 기껏해야 줄 몇 개로 풍만한 여자의 허리 같은 몸통 하나로 무수한 별을 떨어뜨리고 싶다 지분 냄새 풍기는 은빛 샌들의 드레스들을 넥타이 맨 신사들을 신사의 허세와 속물들을 일제..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4.01.03
창 창 ... 문정희 나도 면벽하고 싶다. 무언(無言), 두 글자로 가슴에 못을 치고 서늘한 눈빛으로 벽에다 구멍 하나 내고 싶다 그 구멍으로 하늘을 보고 싶다 그런데 나만이 아니었구나 세상에 저 많은 창들을 보아라 공룡처럼 치솟은 아파트에도 제멋대로 달리는 자동차에도 창은 많이도 달..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4.01.03
고독 순간 ... 문정희 찰랑이는 햇살처럼 사랑은 늘 곁에 있었지만 나는 그에게 날개를 달아주지 못했다. 쳐다보면 숨이 막히는 어쩌지 못하는 순간처럼 그렇게 눈부시게 보내 버리고 그리고 오래오래 그리워했다. 고독....문정희 그대는 아는가 모르겠다 혼자 흘러와 혼자 무너지는 종소리처..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4.01.03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문정희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해가 질 때였을 것이다 해가 지는 것을 바라보며 숨죽여 홀로 운 것도 아마 그때였을 것이다 해가 다시 떠오르지 않을지도 몰라 해가 다시 떠오르지 않으면 당신을 다시 만나..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4.01.03
사랑하는 것은 -사랑하는 것은/문정희- 사랑하는 것은 창을 여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가 오래오래 홀로 우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고 슬픈 것입니다. 그러나 "사랑합니다." 풀꽃처럼 작은 이 한마디에 녹슬고 사나운 철문도 삐걱 열리고 길고 긴 장벽도 눈 녹듯 스러..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4.01.03
눈 내리는 밤 눈 내리는 밤 문태준 말간 눈을 한 애인이여, 동공에 살던 은빛 비늘이여 오늘은 눈이 내린다 목에 하얀 수건을 둘러놓고 얼굴을 씻겨주던 가난한 애인이여, 외로운 천체에 성스러운 고요가 내린다 나는 눈을 감는다 손길이 나의 얼굴을 다 씻겨주는 시간을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4.01.03
가재미 가재미 문태준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 녀가 누워 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 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4.01.03
청정한 마음이 곧 도량 청정한 마음이 곧 도량/문태준 우리의 마음에는 왜 빈방이 없을까요. 우리는 눈과 코와 귀를 저만치 떨어진 곳에 세워놓고 바깥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살피길 좋아합니다. 다른 사람의 생활에서 벌어지는 드라마는 즐겨 보되 내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드라마에는 별반 관심이 없는 듯 ..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4.01.03
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고정희 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 고 정 희 고요하여라 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 무심히 지나는 출근버스 속에서도 추운 이들 곁에 따뜻한 차 한잔 끓는 것이 보이고 울렁거려라 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 여수 앞바다 오동도쯤에서 춘설 속의 적동백 화드득 화드득 툭 터지는 소리 들리..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3.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