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문정희 미로/문정희 어떤 그리움이 이토록 작고 아름다운 미로를 만들었을까요 별 하나가 겨우 지나가도록 별 같은 눈빛 하나가 지나가도록 어떤 외로움이 강물과 강물 사이 꿈같은 다리를 얹어 발자국 구름처럼 흘러가도록 그 흔적 아무 데도 없이 맑은 별 유리처럼 스며들도록 가면 속 신비한..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3.03.26
아름다운 사람에게/김경훈 아름다운 사람에게/김경훈 흔들리는 바람이 아침 풀잎에 내려 앉은 날 그대여 보고 싶다 말하지 않는다 해서 노여워 마십시오 신새벽 맑은 햇살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도 우리들 가슴을 흔들어 준답니다 보이지 않는 마음들이 아침 창가로 다가와 앉는 날 말없이 바라보는 미소로도 이..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03.23
그대에게 가고 싶다/안도현 그대에게 가고 싶다...안도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03.17
너를 생각하며.. 너를 생각하며 혜원 박영배 이곳에 겨울이 오면 무척 외로워 바람 부는 산간. 앙상한 나뭇가지. 뒤 궁구는 낙엽 쳐다만 봐도 슬픈 것들이 내 가슴을 밀고 들어와 짓궂게 흔들곤 해 산새들이 우르르 날아가는 갈대 밭 너머로 어둠이 밀려오면 차디찬 방에 우두커니 서서 너를 생각해 네가 ..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3.03.13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김용택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김용택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 서 있었지 봄이었어 나, 그 나무에 기대앉아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지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지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 서 있었지 여름이었어 나, 그 나무 아래 누워 강물소리를 멀리 들었지 강물소리를 멀리 들었지 강..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3.03.03
봄/반칠환 봄 반칠환 저 요리사의 솜씨 좀 보게 누가 저걸 냉동 재룐줄 알겠나 푸릇푸릇한 저 싹도 울긋불긋한 저 꽃도 꽝꽝 언 냉장고에서 꺼낸 것이라네 아른아른 김조차 나지 않는가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02.25
섬진강 15 겨울, 사랑의 편지/김용택 섬진강 15 겨울, 사랑의 편지 김용택 산 사이 작은 들과 작은 강과 마을이 겨울 달빛 속에 그만그만하게 가만히 있는 곳 사람들이 그렇게 거기 오래오래 논과 밭과 함께 가난하게 삽니다. 겨울 논길을 지나며 맑은 피로 가만히 숨 멈추고 얼어 있는 시린 보릿잎에 얼굴을 대 보면 따뜻한 피..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3.02.25
장독대가 있던 집/권대웅 . . . . . . . 장독대가 있던 집/권대웅 햇빛이 강아지처럼 뒹굴다 가곤 했다 구름이 항아리 속을 기웃거리다 가곤 했다 죽어서도 할머니를 사랑했던 할아버지 지붕 위에 쑥부쟁이로 피어 피어 적막한 정오의 마당을 내려다보곤 했다 움직이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조금씩 떠나가던 집 빨랫..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02.23
오빠/문정희 오빠/ 문정희 이제부터 세상의 남자들을 모두 오빠라 부르기로 했다 집안에서 용돈을 제일 많이 쓰고 유산도 고스란히 제몫으로 차지한 우리집의 아들들만 오빠가 아니다 오빠! 이 자지러질 듯 상큼하고 든든한 이름을 이제 모든 남자를 향해 다정히 불러주기로 했다 오빠라는 말로 한방..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3.02.21
박경리와 박완서의 노년 박경리와 박완서의 노년 소설가 박경리씨는 운명하기 몇 달 전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렇게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그림 ; 김기덕 화백) 다음은 노년의 박완서씨가 썼던 글입니다. "나..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02.19
편지 또 기다리는 편지 -정 호승-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달 빈 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눈으로 내..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02.19
봄비, 간이역에 서는 기차처럼 / 고미경 봄비, 간이역에 서는 기차처럼 / 고미경 간이역에 와닿는 기차처럼 봄비가 오네 목을 빼고 오래도록 기다렸던 야윈 나무가 끝내는 눈시울 뜨거워져 몸마다 붉은 꽃망울 웅얼웅얼 터지네 나무의 몸과 봄비의 몸은 한나절이 지나도록 깊은 포옹을 풀지 못하네 어린 순들의 연초록 발바닥까..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02.06
꽃무릇/박언숙 꽃무릇 박언숙 그대 숨소리가 지척에서 들렸어요 내 발길은 그 얼마나 바빴는지 아직 길은 하염없이 남았다 그랬나요 분명 길은 그대에게 가는 길인데 나 꽃 핀 자리가 약속한 그 자리 맞는지요 혼자 걷는 길이 외롭고 아득하니 속히 뒤따라 나서라는 당부도 들렸어요 어디쯤에서 소리쳐..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01.13
'12월'시 모음 + 12월 욕심을 털어 버리고 사는 친구가 내 주위엔 그래도 1할은 된다고 생각할 때, 옷 벗고 눈에 젖는 나무여! 네 뜻을 알겠다 포근한 12월을 친구여! 어디서나 당하는 그 추위보다 더한 손해를 너는 저 설목雪木처럼 견디고 그리고 이불을 덮은 심사로 네 자리를 덥히며 살거라 (박재삼·..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2.12.01
곁에 없어도/조병화 곁에 없어도 / 조병화 물에 비치다 떠가는 구름 처럼 마주 비치다 떠가는 빈 자리 아, 아름다움아 두고 가는 마음아 헤여짐이 있는 곳에 사람이 사옵니다 하늘에 물 고여 있듯이 그 눈에 물 고여 있습니다 하늘에 그리움 고여 있듯이 그 있음에 그리움 고여 있습니다 길을 다하여 먼 날 우..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2.11.12
파도 꽃은 피지만/이효녕 파도 꽃은 피지만 / 이효녕 먼 길을 가기 위해 무거운 어깨를 털고 물결 위에 새긴 그리움 안고 바다로 나섰으니 너를 향하여 바라보며 바람이 피워놓은 파도 꽃 허공만을 맴도는 시간 찾아 바람의 높낮이로 흔들리는 마음 너를 바라보는 것도 그리워하는 것도 너무 지쳐 이제 파도 꽃으..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2.10.23
늘 그리워지는 한사람/이외수 늘 그리워지는 한사람 /이외수 한 세상 살면서 누굴 사랑한다는 건 찢어진 가슴에 울음을 쏟아넣고 날마다 한땀 한땀 꿰매는 기다림이다 음악을 듣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까무룩 잠이 드는 거지 그것도 너랑 나는 네게 그런 사람이고 싶었어 네가 가진 많은것두, 나 하나를 빼..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2.10.18
해 지는 가을 들길에서/김용택 해 지는 가을 들길에서/김용택 사랑의 온기가 더욱 더 그리워지는 가을 해거름 들길에 섰습니다. 먼 들 끝으로 해가 눈부시게 가고 산 그늘도 묻히면 길가에 풀꽃처럼 떠오르는 그대 얼굴이 어둠을 하얗게 가릅니다. 내 안에 그대처럼 꽃들은 쉼없이 살아나고 내 밖의 그대처럼 풀벌레들..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2.10.16
등잔 / 도종환 등잔 / 도종환 심지를 조금 내려야겠다 내가 밝힐 수 있는 만큼의 빛이 있는데 심지만 뽑아 올려 등잔불 더 밝히려 하다 그을음만 내는 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잠깐 더 태우며 빛을 낸들 무엇 하랴 욕심으로 나는 연기에 눈 제대로 뜰 수 없는데 결국은 심지만 못 쓰게 되고 마는데 들..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2.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