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가을에/서정주

라포엠(bluenamok) 2013. 9. 7. 10:00

  
 

 

 

가을에

서정주 

 

오게

아직도 오히려 사랑할 줄을 아는 이.

쫓겨나는 마당귀마다,푸르고도 여린

문들이 열릴 때는 지금일세.

 

오게

저속에 항거하기에 여울지는 자네

그 소슬한 시름의주름살들 그대로 데리고

 

기러기 앞서서 떠나가야 할

섧게도 빛나는 외로운 안행--이마와 가슴으로 걸어야 하는

가을 안행이 비롯해야 할 때는 지금일세

작년에 피었던 우리 마지막 ---국화꽃이 있던 자리,

올해 또 새것이 자넬 달래 일어나려고

백로는 상강으로 우릴내리 모네.

 

오게

지금은 가다듬어진 구름.

헤매고 뒹굴다가 가다듬어진 구름은.

이제는 양귀비의 피비린내 나는 사연으로는 우릴 가로막지 않고,

휘영청한 개벽은 또 한번 뒷문으로부터

우릴 다지려

아침마다 그 서리 묻은 얼굴들을 추켜들 때일세.

오게

아직도 오히려 사랑할줄을 아는 이.

쫓겨나는 마당귀마다,푸르고도 여린

문들이 열릴 때는 지금일세.

 

 

 

알비노니

Violin Concerto in F major, Op.9 No.10
I. Alleg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