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우리 우리 설날

라포엠(bluenamok) 2013. 2. 6. 23:46

 

 

 

 

 

 

우리 우리 설날

               

                     임현숙

 

 

 

까마득한 고향 하늘엔

방패연, 가오리연 빙빙 돌고

알뜰한 울 언니는 장을 보며 한숨짓겠지

이맘때면 더 치솟는 물가에

근근이 사는 사람은 명절이 무섭다했어

 

내 어릴 적 설날엔

기름 냄새만 맡아도 행복했지

동그랑땡, 동태 전, 녹두전

입이 많은 집에선 고구마 전을 부치기도 했어

명절은 잔칫상을 받는 것 같았지

평소에 구경하기 어려운 고깃국 고기반찬도 먹을 수 있었거든

종합선물세트는 어린 내게 최고의 선물이었어

엄마가 사 주신 새 신발은 발보다 커서 툴툴거리면서도

새 신이 좋아 뛰어다녔는데

발도 키도 더 자라지 않는 지금 엄마의 손길이 그립네

 

고향을 떠나 살다 보니

사람이 그립고 명절 냄새가 그립다네

부엌에서 종종거려도 시끌벅적 이던 설날이 좋았어

맛있는 소고기 실컷 먹어도 옛 설에 먹던 고구마 부침이 맛에 비할까

올 설날엔 고구마 전 부쳐 고향냄새 풍겨보려고.

 

 

Jan.19,2012 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