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을 위한 연가 - 김승희 미완성을 위한 연가 - 김승희 하나의 아름다움이 익어가기 위해서는 하나의 슬픔이 시작되어야 하리 하나의 슬픔이 시작되려는 저물 무렵 단애 위에 서서 이제 우리는 연옥보다 더 아름다운 것을 꿈꾸어서는 안 된다는 서로에게 깊이 말하고 있었네 하나의 손과 손이 어둠 속을 헤매어 ..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6.08.05
2016.07.30./밴쿠버 조선일보 기고-침묵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습니다. https://issuu.com/vanchosun.com/docs/160730/1 침묵 - 임현숙 너그러워 보이던 바다에 너울이 인다 다스리지 못한 감정이 이성을 제치고 창백한 입술 사이로 쏟아지며 그름은 없고 이유 있는 항변만 파고 드높다 차분히 쌓아가던 모래성 허물어지고 으.. 나목의 글밭/지면·너른 세상으로 2016.08.01
하늘색나무대문집 /권대웅 하늘색나무대문집 / 권대웅 십일월의 집에 살았습니다 종점에서 내려 가파른 언덕을 올라 얼키설키 모인 집들과 몇 개의 텃밭을 지나 막다른 골목 계단 맨 끝 문간방 그 집에서 오랫동안 가을을 바라다보았습니다 창문 밑에서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던 나팔꽃, 해바라기 저녁의 적막을 어..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6.06.30
장독대가 있던 집 / 권대웅 장독대가 있던 집 / 권대웅 햇빛이 강아지처럼 뒹굴다 가곤 했다 구름이 항아리 속을 기웃거리다 가곤 했다 죽어서도 할머니를 사랑했던 할아버지 지붕 위에 쑥부쟁이로 피어 피어 적막한 정오의 마당을 내려다보곤 했다 움직이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조금씩 떠나가던 집 빨랫줄에 걸려 ..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6.06.29
디어 마이 프렌즈 ost/바람에 머문다 바람에 머문다- 린 긴 하루가 저문 이 거리 나 무심코 바라본 하늘엔 다 잊었다 말하던 꿈들 붉게 물든 마음 바람이 불어 눈감으면 기억은 간절한 그리움으로 머물러 쉰다 나를 감싼다 살며시 어루만진다 cause I want to be free want to be free 모두다 사라져도 부는 바람 만은 내 곁을 머문다 바.. 소리샘/가요 2016.06.26
밤 기차 밤 기차 / 김사인 모두 고개를 옆으로 떨구고 잠들어 있다. 왁자하던 입구 쪽 사내들도 턱 밑에 하나씩 그늘을 달고 묵묵히 건들거린다. 헤친 앞섶 사이로 런닝 목이 풀 죽은 배춧잎 같다. 조심히 통로를 지나 승무원 사내는 보는 이 없는 객실에 대고 꾸벅 절하고 간다. 가끔은 이런 식의 ..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6.06.23
몽돌 몽돌 임 현 숙 얼마나 구르고 굴러야 몽돌이 될까 아집에 할퀴고 억지에 피 흘리면서 맞서지 못하고 각만 키우는 돌멩이 저녁이면 이해의 정으로 모서리 돌돌 다듬어도 우락부락 부딪히면 조각나는 못난이 얼마큼 더 살아야 너그러워질까 베이고 찔려도 그저 허허 바보처럼. -림(20160615)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6.06.15
꼬들꼬들해지기 꼬들꼬들해지기 임 현 숙 산다는 건 세상과의 혈투이지 상처가 너무 아플 땐 어두운 골방에 숨어 피고름 흐를 때까지 눈물만 흘렸어 세상과 나 사이에 벽 하나 더 만들고 딱지가 앉아서야 골방을 나섰었네 벽이 늘어갈수록 상처는 아물지 않아 짓무른 악취에 기절하고서야 숨어 울면 세..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6.06.14
어떤 임종 어떤 임종 임 현 숙 어느 노인이 휠체어에 앉아 그토록 보고 싶던 바다를 바라보다 죽음을 맞는다 바다 향 가득한 하얀 조가비도 따스한 딸의 손도 부여잡지 못하고 푸른 바람의 넉넉한 품에 안겨 잠든다 슬픔만을 남겨두고 기억마저도 가져가지 못하는 머언 그곳으로 하얀 새 한 마리 날.. 카테고리 없음 2016.06.08
종이배 사랑 - 도종환 종이배 사랑 - 도종환 내 너 있는 쪽으로 흘려보내는 저녁 강물빛과 네가 나를 향해 던지는 물결소리 위에 우리 사랑은 두 척의 흔들리는 종이배 같아서 무사히 무사히 이 물길 건널지 알수 없지만 아직도 우리가 굽이 잦은 계곡물과 물살 급한 여울목을 더 건너야 하는 나이여서 지금 어..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6.06.04
기다리는 행복/이해인 기다리는 행복/이해인 온 생애를 두고 내가 만나야 할 행복의 모습은 수수한 옷차림의 기다림입니다 겨울 항아리에 담긴 포도주처럼 나의 언어를 익혀 내 복된 삶의 즙을 짜겠습니다 밀물이 오면 썰물을 꽃이 지면 열매를 어둠이 구워내는 빛을 기다리며 살겠습니다 나의 친구여 당신이 ..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6.05.28
인연 - 이사라 인연 - 이사라 서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그렇지 처음에는 없는 것이 생겼다가 다시 없어졌다가 그래도 남아 있는 모래언덕처럼 우리는 조용한 모래 꿈꾸는 모래였지 고요한 곳에서 혼자 멈춰 있던 고운 입자 바람과 만나야 살아나서 둘이어야 춤추게 되어서 그러다가도 또 바람 때문에..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6.05.08
사랑하는 것, 그리고 견뎌내는 것… 사랑하는 것, 그리고 견뎌내는 것… “사랑하는 것, 그리고 견뎌내는 것… “사랑하는 것, 그리고 견뎌내는 것… 이것만이 인생이고, 기쁨이며, 왕국이고, 승리이다” - ‘해방된 프로메테우스’ Percy Bysshe Shelley 남자는 여자에게 모든 것을 바치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여자가 모든 것을 ..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6.05.07
아스피린 / 김미옥 아스피린 / 김미옥 할머니는 토끼표 ABC로 이산의 슬픔을 이기셨고 어머니는 종근당 사리돈으로 가난을 견디셨다 사는 건 고통이고 진통제는 희망이었다 둘 사이는 이스트로 부푼 빵처럼 화기가 아랫목에 가득했고 부풀고 부풀다 가끔 터지기도 했는데, 미워하지도 않았지만 서로 불쌍해..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6.05.05
오월의 느티나무 - 복효근 오월의 느티나무 - 복효근 어느 비밀한 세상의 소식을 누설하는 중인가 더듬더듬 이 세상 첫 소감을 발음하는 연초록의 저 연초록 입술들 아마도 이 지상의 빛깔은 아니어서 저 빛깔을 사랑이라 부르지 않는다면 초록의 그늘 아래 그 빛깔에 취해선 순한 짐승처럼 설레는 것을 어떻게 다 ..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6.05.03
푸른 오월 - 노천명 푸른 오월 - 노천명 청자(靑瓷)빛 하늘이 육모정[六角亭]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正午)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 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6.05.03
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사는 일은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국수가 먹고싶다삶의 모서리에서 마음을 다치고길거리에 나서면고향 장거리 길로소 팔고 돌아오듯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국수가 먹고싶다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어느 곳에선가늘 울고싶은 사람들이 있어마음의 문들은 닫히고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눈물자국 때문에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국수가 먹고싶다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6.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