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산문(山門)에 기대어 - 송수권

라포엠(bluenamok) 2017. 3. 9. 19:59
 



        산문(山門)에 기대어 - 송수권 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날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 가면 즈믄 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오던 것을 더러는 물 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오던 것을 그리고 산다화 한 가지 꺾어 스스럼없이 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날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내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 그렇게 만나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눈썹 두어 낱이 지금 이 못물 속에 비쳐옴을






송수권 시인 


1940년 3월 15일 (전남 고흥군) ~ 2016년 4월 4일 (향년 76세)

서라벌예대 문창과 졸업 후 75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山門에 기대어 등이 당선돼 문단에 데뷔했다. 시집으로 산문에 기대어, 꿈꾸는 섬, 새야 새야 파랑새야, 우리들의 땅, 우리나라 풀이름 외우기, 별밤지기, 지리산 뻐꾹새, 바람에 지는 아픈 꽃잎처럼, 수저통에 비치는 저녁 노을, 들꽃세상, 파천무 등 다수와 산문집 쪽빛세상, 남도의 맛과 멋, 태산풍류와 섬진강 등이 있다. 금호문화 예술상,
전라남도 문화상, 광주 문학상, 소월시 문학상, 서라벌 문학상, 김달진 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 수상했고 순천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