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나팔꽃 /송수권

라포엠(bluenamok) 2017. 3. 9. 20:03


      나팔꽃 /송수권 바지랑대 끝 더는 꼬일 것이 없어서 끝이다 끝 하고 다음날 아침에 나가보면 나팔꽃 줄기는 허공에 두 뼘은 더 자라서 꼬여 있는 것이다. 움직이는 것은 아침 구름 두어 점, 이슬 몇 방울 더 움직이는 바지랑대는 없을 것이었다. 그런데도 다음날 아침에 나가보면 덩굴손까지 흘러나와 허공을 감아쥐고 바지랑대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이젠 포기하고 되돌아올 때도 되었거니 하고 다음날 아침에 나가보면 가냘픈 줄기에 두세 개의 鐘(종)까지 매어달고는 아침 하늘에다 은은한 종소리를 퍼내고 있는 것이다. 이젠 더 꼬일 것이 없다고 생각되었을 때 우리의 아픔도 더 한 번 길게 꼬여서 푸른 종소리는 나는 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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