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씨앗 - 신달자

라포엠(bluenamok) 2017. 3. 20. 00:28

        씨앗 - 신달자 꾹꾹 누른다고 터지지는 않는다 나는 여러 번 눌러본 사람 밖으로는 고요히 숨이 머문 듯하지만 청력이 좋은 사람은 듣는다 이렇게 작은 살점의 깊은 곳에 저 먼 사막의 가쁜 호흡이 재빠르게 달려오고 있다는 것을. 그를 부르듯 다시 꾹꾹 눌러 그 깊은 안을 불러보면 절대의 사랑과 영원이 천둥 치듯 내 한 손을 허공 위로 쳐들게 한다는 것 사막이 아니라 숲이었다는 걸 생명이 뛰논다는 것 한 번의 죽음으로 영영 안 보이는 사람보다 이 긴 긴 생명으로 남은 씨앗 꾹꾹 눌러도 소리 한번 지르지 않는 이 작은 것의 이름은 우주 한 번의 죽음으로 깨워도 불러도 소리 없는 손톱 길이만한 인간의 생보다야 아슴한 골목길을 휘돌아 가고 있는 씨앗 그것이 누군가의 속울음이었다는 것을 이어가고 다시 이어갈 것이라 해도…… 저 생명의 캄캄한 땅속에서 나 언제 씨앗처럼 몸 줄여 움터 이파리 하나 뻗어 땅속에 그 목소리 스칠 수 있겠나. —《시인수첩》2017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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